[뉴스락] 아파트 브랜드 1위에 빛나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은 4~5년 전부터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업계 안팎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었다.

주택공급 과잉, 건설·부동산 규제 강화 등 내수 시장의 성장 한계성이 드러나면서 해외 시장 공략을 통한 수익 확대를 꾀하겠다는 전략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결과는 참담했다. 

이른바 해외 저가수주 논란을 불러 일으켰으며, 특히 공 들였던 중동 시장은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로 중동 리스크마저 발생, 수주가 급감했다. 

이에 삼성물산은 전략을 급선회하기에 이르렀다. 다시 내수 시장으로 눈을 돌려  과거 브랜드파워 1위의 명성을 이어가고자 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대형 주택사업 수주에 소극적이었던 탓인지, 그 사이 힘을 키운 경쟁사들에게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아파트 브랜드 부동의 1위 자리를 GS건설에게 내주는 수모를 겪었다. 

이에 <뉴스락>은 옛 영광을 찾고자 고군분투 중인 삼성물산을 둘러싼 악재를 짚어봤다.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 국내 입지 등에 업고 해외수주 진출, 복잡한 국제정세·기업간 과열경쟁

삼성물산은 2013년 과천주공 7-2단지 재건축, 2014년 부산온천 4구역 재개발, 2015년 신반포3차 통합 재건축 등 굵직한 재건축·재개발 수주를 연이어 따내고, 각종 분양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국내 주택시장에서 넓은 영향력을 자랑했다.

한국산업브랜드파워 아파트 부문 17년 연속 1위,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 15년 연속 1위의 성적은 이를 대변하기도 한다.

기세를 몰아 삼성물산은 2014년 취임한 최치훈 전 건설부문 사장을 필두로 해외시장 점유에도 본격적으로 손을 뻗었다.

당시 호황이었던 해외건설 수주 흐름을 통해 삼성물산은 연간 100억달러 이상의 호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블루오션이었던 해외수주에 국내 건설사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과열경쟁이 불거졌고 이는 ‘수주할수록 손해’라는 저가수주 논란으로 이어지게 됐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지난 2013년 경쟁사인 포스코·STX컨소시엄보다 약 6600억원 낮은 가격에 호주 로이힐 광산개발 프로젝트를 따내 2015년 준공 목표로 착공했다. 그러나 각종 이슈에 발목이 잡혀 2016년 중순에야 공사를 끝냈다.

이 과정에 불어난 지체보상금과 공사비를 메우느라 8000억원대 손실을 봤고, 발주사와 하청업체와의 법적 분쟁에도 휘말려 총 1조원대의 대규모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남북측 고속도로(N106공구) 공사 가격입찰 과정에서도 경쟁사들 가운데 최저가인 6억2381만달러(6955억원)를 써냈다.

당시 두 번째로 낮은 가격을 써낸 SK건설과도 10%(800억원) 이상 차이가 나 여전히 저가수주 논란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동시에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저유가 현상 장기화 등 수주 핵심지역인 중동 지역에 리스크가 발생하면서 해외수주 전체에 난항을 겪게 됐다.

2015년 56억4705만달러의 해외수주액을 달성했던 삼성물산은 이듬해인 2016년 5억달러가 줄어든 51억1183만달러를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20억달러를 채우지 못해 2016년 대비 반토막 난 성적표를 받아들기에 이르렀다.

이에 삼성물산은 중동 지역 대신 동남아 시장으로 해외수주 주력 방향을 설정하고, 비교적 잠잠했던 국내 주택시장에서의 명성을 되찾고자 기존 수주를 토대로 대거 분양에 돌입하는 등 전략을 펼쳤다.

지난달 15일에는 1497가구의 대규모 단지로 조성되는 서울 양천구 신정뉴타운 ‘래미안 목동아델리체’ 모델하우스를 오픈했으며, 강남 서초구의 ‘우성1차아파트 재건축’ 분양도 초읽기인 상태다. 하반기에도 6곳의 분양 계획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국내 수주에 있어서는 몇 해 사이 몸집이 불어난 경쟁 건설사들과 사투를 벌여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삼성물산은 라이벌 기업인 현대건설보다 시공능력평가에 있어 아직까지 우위에 있지만 그 격차가 매우 좁혀진 상황이다.

2016년 두 기업의 시공능력평가액 차이는 약 6조988억원, 하지만 지난해에는 2조8779억원에 그쳤다. 이는 삼성물산이 최근까지 국내에서 보수적인 영업을 했던 이유도 있지만 경쟁사들의 국내 수주 점유율 증가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지난해에는 한 번도 내준 적 없는 아파트 브랜드 1위의 자리를 GS건설(자이)에게 내주고 말았다. GS건설은 자이 브랜드 출범 14년 만에 처음으로 1위 자리를 수성했다.

◆ 갈 길 바쁜 와중 발목 잡는 '그룹 지배구조 개선'

국내외 안팎으로 난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가운데 삼성물산의 가장 큰 문제는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리스크다.

삼성그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출범 이후 꾸준히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인해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삼성SDI가 삼성물산㈜의 지분을 전부 매각, 순환 고리 7개 중 3개를 끊으면서 지배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듯 했으나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28조원의 매각 방안이 마련되지 못하면서 개선안이 일시중지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아울러 계열사간 합병 과정에서도 숱한 의혹과 잡음이 발생하면서 그룹 내 중추적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을 바라보는 사정당국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최근 이슈가 된 삼성물산㈜의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은 단순 회계상 오류가 아닌 관계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 증가에 영향을 줬다는 의혹이 불거져 금융감독원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조사 중에 있다.

삼성은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연결)에서 관계회사(지분법)로 변경, 평가기준을 장부가액에서 공정가액(시장가)으로 바꾸면서 기업가치가 3300억원에서 4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기업가치가 뻥튀기된 것에 일조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는 제일모직으로 46.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당시 삼성물산㈜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지만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다.

나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던 시기와 맞물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삼성엔지니어링에 흡수합병될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삼성물산㈜ 내 사업을 정리하면서 삼성엔지니어링과 업종이 겹치는 건설부문을 떼어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확고히 할 것이라는 추측에서였다.

실제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기존 강남 본사에서 2015년 판교로 이전한 지 2년 만에 다시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이 있는 서울 강동구 상일동으로 둥지를 옮겨 의심을 증폭케 했다.

당시 최치훈 건설부문 사장까지 나서서 삼성물산의 합병설을 부인했지만, 삼성물산의 선별적·보수적 수주 전략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래미안 매각설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과 관련 증선위는 금감원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감리 조치안을 일부 보완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당초 문제가 불거졌던 2015년 이전의 회계처리까지 심의하게 되면서 일부에서는 모회사 삼성물산㈜에 대한 조사 확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이뤄진 흡수합병 과정들의 의혹과 일부 제기된 합병설 등 모든 의혹의 중심에 있는 삼성물산㈜으로써는 첩첩산중인 셈이다.

◆ 각종 비리·담합 악재도 해결해야 할 중요 과제

꾸준히 제기되는 각종 비리와 담합 논란을 해소하는 것은 턱 밑까지 쫓아온 경쟁 건설사들과의 레이스에서 삼성물산이 앞서갈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수주에 성공했던 강남권 재건축사업장 여러 곳에 대해 최근 검찰의 수사망에 올라있어 위기를 맞고 있다.

약 15년 전부터 꾸준히 논란이 됐던 강남권 재건축 수주 과정의 위법 의혹은 지난해 12월 ‘송파구 신천동 진주아파트 불법 수주 의혹’으로 인해 재점화 됐다.

당시 진주아파트 재건축은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하기로 돼있었는데 삼성물산 이 2002년 6월 창립총회에서 전체 조합원 1608명 가운데 절반이 되지 않는 610명의 동의만 얻었음에도 송파구청에 시공사 선정 신청을 한 것이다.

삼성물산이 조합원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했음에도 구청에 시공사 선정 신청을 할 수 있었던 것은 2003년 7월 시행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제도 때문이었다.

도정법은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을 통해 공정하게 재건축사업 시공사를 선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단, 법 시행 이전인 2002년 8월까지의 수의계약을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인정하는 예외규정을 뒀다.

피해를 호소하는 강남권 각 재건축사업지역의 조합원들은 삼성물산이 조합원 절반 이상의 동의라는 예외규정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편법과 위법을 동원해 관할당국을 속이고 시공사 선정을 마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진주아파트 조합원 일부가 지난해 12월 삼성물산과의 수의계약을 막기 위해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총회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조합원은 ‘시공사 신고수리 처분 무효 소송’에 대해서는 지난달 15일 패소해 항소할 예정임을 밝혔다.

삼성물산에게 진주아파트 관련 소송은 매우 중요하다. 도정법 예외규정을 통해 수주한 재건축사업이 진주아파트 외에도 대치동 청솔아파트, 개포동 시영아파트 등 강남권에만 11곳에 달해 검찰수사가 강남권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상으로는 삼성물산의 시공사 선정은 무효”라며 “과거 대법원은 롯데건설의 신반포2차 재건축사업 과정에서 2002년 8월9일 이전, 총회에서 토지 등 소유자 40.3%의 동의를 받고 신고기간에 16%의 추가 동의를 받은 시공자 신고 수리는 법규 위반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건설업계에서 이른바 관행으로 불리고 있는 입찰담합행위에 대한 리스크도 해소해야 한다.

지난 2014년 공정위는 2009년 호남고속철도 노반 신설 공사 13개 공구 입찰과정 당시 담합행위를 한 대가로 삼성물산 등 28개 건설사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4355억원을 부과했다.

같은 해에는 서울지하철 9호선 919공구 입찰과정에서도 담합행위가 적발돼 1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후 해당 구역 공사과정 중 싱크홀이 발생해 공사가 10개월 가까이 지연됐고, 서울시로부터 지체보상금 약 39억원을 제외한 공사비만을 받아 이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삼성물산의 책임을 인정,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같은 지속적인 논란들로 인해 삼성물산은 과거 2015년 국내 건설업체 산업재해 1위, 2016년 대형 건설사 중 담합 과징금 부과 1위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향후 수주 등에 있어 이러한 이미지 타격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은 삼성물산이 전략적 경영을 통해 올해 성적이 다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그룹 지배구조 개선은 물론 건설부문의 잡음이 더 이상은 발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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