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여행업계 하나투어의 임원들이 소속 부서 직원들에게 성과급의 일정금액을 상납 받는 관행을 이어오다 적발됐지만, 전원 시말서 제출이라는 경징계가 내려져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직장인 익명게시판 앱 ‘블라인드’에는 “성과급 십일조 법적으로 문제없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게시글에서 “성과급을 받고 3~4일 뒤 다 썼는데 10%를 개인통장으로 입금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어디 쓰이는 건지 아무도 모르고, 누가 회식하고 싶어 성과급을 내냐”고 항변했다.

실제 하나투어 일부 부서 직원들은 분기별, 연말에 지급되는 성과급의 10%를 부서장의 개인계좌 등으로 송금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성과급 규모는 직원별로 차이는 있지만 보통 30~1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투어에 재직 중인 또다른 직원은 “입금 지시는 사내메신저 쪽지로 통보되며 이유는 따로 설명하지 않는다”며 “정작 그 돈이 어디로 사용되는지 모르며 많은 부서에서 이러한 일이 자행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소식을 접한 하나투어는 자체조사에 돌입했고 징계위원회를 열어 임원 5명에게 시말서 제출이라는 징계조치를 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자체조사 결과 개인의 영리를 목적으로 활용된 것이 아닌 부서화합 등 공용으로만 사용된 것을 확인했고, 강제성에 대한 잘못은 있다고 판단해 시말서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답했다.

경징계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강제성이 있었으나 임원들이 상납받은 돈으로 개인적인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불순한 용도로 사용한 내역이 없기 때문에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경징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내부 전사망을 통해 성과급 상납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전체공지 했기 때문에 추후 같은 일이 재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임원들에 대해 전원 시말서 처분은 경징계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하나투어 직원에 따르면 “임원들은 오래 전부터 해당 관행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지만, 언론보도가 되고나서야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임원들에 대한 징계수위가 매번 약해 직원들도 비리를 지적하는 것을 거의 포기한 상황”이라고 반발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하나투어 자회사 CJ월디스 전 대표가 여직원에게 성희롱을 해 파문이 일었지만 4개월 정직 처분에 그쳤다. 현재 해당 전 대표는 복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과거 하나투어 내 횡령 사건 당시에도 소팀장급 징계만 있었을 뿐, 상위 책임자 및 임원에 대한 징계는 아예 없거나 시말서 작성 정도였다.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