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좌),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

[뉴스락] 삼성중공업이 좀처럼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23일 삼성중공업은 올 2분기 연결기준 100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 했다고 공시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중공업의 적자는 예견된 일이라 입을 모은다.

실제 조선업의 전반적인 불황으로 동종 기업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삼성중공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하반기 원자재 인상 요구 등의 악재 또한 겹쳐 영업손익에 차질은 예상된 바였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의 적자전환에는 다른 요소가 작용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지배구조 개선과 연이은 합병설에 경영 전반을 살피기 어려웠다는 점과 이재용 부회장의 실형 여부와 더불어 지원이 미미했다는 의견이다.

◇갈 길 먼 경영정상화…발목 잡는 ‘내부 사정’

지난해 12월 경영 악화를 이유로 물러난 박대영 전 사장에 이어 소방수로 투입된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경영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했다.

남 사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일감을 제때 확보하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원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향후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유상증자 또한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남 사장의 이러한 포부에도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한 삼성 내부의 온갖 잡음이 갈 길 먼 삼성중공업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에 있어 핵심 회사로 꼽히는 삼성물산과 타 계열사들의 복잡한 지분구조는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출발한다.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지분 15.98%를 보유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6.94%),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삼성물산(19.34%)이다.

삼성물산은 이 부회장(17.08%)를 비롯해 이건희 회장(2.8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각각 5.4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30%를 웃도는 만큼 차후 삼성의 지주사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 4.08%를 보유하고 있어 지주사 역할을 하기 위해선 지분 15% 가량을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시가 추정 수십조에 달하는 매입 자금을 단기간에 조달하는 것은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때문에 삼성물산이 합병을 통해 사세를 키워 자산가치를 높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사업 영역과 무관한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점에 의문이 제기됐다. 삼성중공업의 중공업 부문과 플랜트 부문을 쪼개 삼성물산에 합병시킨다면 이같은 의문 또한 빗겨날 수 있다.

실제 김명수 삼성물산 부사장은 지난 2014년 미래전략실 소속으로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을 추진했지만 주주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라인’으로 여겨지는 김 부사장이 여전히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에 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만큼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에 있어 복잡한 그룹 내부 사정과 이 여파로 합병설 등에 끊임 없이 휘말린 것이 삼성중공업이 경영 전반을 살피지 못한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재용 부회장, 당면 과제 산적…삼성중공업은 ‘뒷전’?

삼성중공업의 부진에 삼성전자가 불끄기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6일 삼성중공업 유증 구주주 청약에 2040억 5500만원 규모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이외에도 올 상반기 총 1조 408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삼성생명보험,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물산 등이 지분율에 따라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삼성의 계열사들이 일제히 삼성중공업에 대한 지원에 나섰지만 이 부회장 차원의 적극적 지원은 미비한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 삼성중공업에 대한 현안을 챙기기 벅차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지배구조 개선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잡음 등 당면 과제가 산적한 것에 비해 삼성중공업에 대한 현안은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복잡한 내부 사정과 이 부회장의 실형 여부에 촉각이 세워졌던 만큼 삼성중공업에 대해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중공업의 부진에는 조선업의 전반적인 불황과 더불어 삼성의 지배구조과 이 부회장 또한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