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제빵업계 1위 SPC그룹이 총체적 난국에 처했다. 불법 파견, 부당 내부거래 등 혐의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그룹 오너 일가인 허희수 부사장이 최근 대마 흡입 혐의로 전격 구속되면서 사회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허 부사장은 허영인 회장의 차남으로 ‘쉑쉑버거’를 국내에 도입해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왔다. 허 부사장의 경영 능력이 호평을 받는 만큼 마약 관련 혐의는 배의 충격을 주고 있다.

SPC그룹은 허 부사장의 마약 관련 혐의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공정위, 국세청 등 사정당국의 칼날이 이미 그룹 내 깊숙히 박힌 상황인지라 향후 행보에 더욱 난항이 예상된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동네빵집 ‘상미당’에서부터 SPC까지…허창성 명예회장의 ‘제빵 외길’

SPC그룹의 출발은 허창성 명예회장이 1945년 서울 을지로에 세운 ‘상미당’이라는 작은 빵집으로부터 출발한다.

허 명예회장은 전후 미국에서의 밀가루 무상 원조와 더불어 무연탄 제조를 바탕으로 상미당을 차차 성장시켜 나가 1959년 삼립제과공사를 설립한다.

삼립제과공사는 이후 국내 제빵업계 1위를 굳건히 지킨다. 1964년 출시한 ‘크림빵’과 1971년 재빵업계의 비수기로 여겨지는 겨울을 노린 ‘호빵’은 삼립의 매출 호재에 큰 효자 노릇을 한다.

1970년대 경제적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빵 보다 고급 빵을 찾는 수요가 다소 많아졌다. 이에 허 명예회장은 1973년 ‘샤니의 집’이라는 고급 빵집을 열어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했고 삼립은 고급 빵의 열풍 속에서도 업계 1위를 지킬 수 있었다.

이후 1986년 서울 반포동에 파리크라상을 런칭한데 이어 파리바게트, 베스킨라빈스 등을 국내에 런칭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허영인 회장을 모토로 제작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사진=KBS

실적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중 허 명예회장은 1992년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 허 명예회장은 장남인 허영선 전 회장에게 삼립의 경영권을 승계하고 차남인 허영인 회장에게는 당시 삼립의 매출 10% 수준의 샤니를 내어준다.

허 전 회장은 이후 제빵업 외에 유선방송, 음료, 리조트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무리한 문어발식 확장으로 IMF 당시 삼립은 부도를 맞게 되고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장남 허 전 회장과는 달리 허 회장은 제빵에만 몰두했다. 허 회장의 샤니는 점차 사세를 키워 모회사인 삼립을 뛰어넘게 되고 2002년 법정관리에 있던 삼립을 인수한 후 2004년 사명을 SPC로 변경한다.

◇서민 위한 빵집에서 근로자 불법 파견 기업으로 추락

SPC그룹이 2002년 삼립을 인수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있어 여타 재벌기업들과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파리바게트 근로자 불법 파견과 임금꺾기 논란은 준재벌기업으로 성장한 SPC가 여타 재벌기업들 처럼 ‘정도 경영’ 보다는 실적 위주의 경영 만을 앞세운다는 비난을 불러 일으켰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해 6월 파리바게트가 불법 파견과 임금꺾기 등 노동관계법 다수를 위반한 정황을 폭로했다.

당시 제빵 기사들은 가맹본부가 아닌 협력업체 소속으로 가맹점에 파견돼 근무했다. 제빵기사가 필요한 가맹점이 요청하면 협력업체가 직원을 보내는 방식이다.

사진=파리바게트

이같은 지적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2015년에도 SPC그룹의 '독특한 고용 형태'에 대해 가맹점주들 사이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파리바게뜨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들은 각 지역별 파리바게뜨 협력사 소속 직원과 파리바게뜨 본사 소속 직원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각 점포에서 근무하는 제빵기사들은 협력업체로부터 급여를 지급 받는데,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급여 방식은 각 점주들이 근무시간을 정산해 협력사에 통보하면 협력사가 용역 수수료를 제하고 나머지를 제빵사들에게 지급한다.

당시 일부 가맹점주들은 SPC의 도급위탁 형태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파견법상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들은 파견대상 직종이 속하지 않기 때문에 도급위탁 형태를 취할 수 밖에 없다.

일부 점주들은 이러한 형태 고용 시스템이 법적 문제가 없지만, 제빵기사들에게 합당하게 지급돼야 할 임금이 협력사가 중간에 아웃소싱 명목으로 과도하게 수수료를 뗀 후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리바게트를 비롯한 협력업체 대표들은 해당 의혹이 제기되자 “협력사들은 가맹점과 도급계약을 맺고 제빵기사 공급에 대한 최소한의 도급료를 받고 있다”며 “도급료와 제빵기사 급여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협력사들이 이득을 취한다는 것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또한 “제빵기사 용역 대가로 가맹점주가 받는 도급료에는 제빵 기사의 급여 외 4대 보험료, 각종 복리 후생비, 퇴직 적립금 등 인건비가 포함돼 있다”며 “적정 휴무일 보장을 위해 대리로 투입하는 지원기사 운영인건비 외 필요한 비용만 도급비 전체의 30%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고용부는 파리바게트 본사와 제빵기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 가맹점 등에 근로감독을 실시해 파리바게트가 협력업체로부터 공급된 제빵기사들에 대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상 사업 사용주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고용부는 파리바게트에 5378명의 제빵기사를 회사가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과 함께 제빵기사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연장근로수당 등 총 110억 1700만원도 지급하라고 지시했으며 이를 거부할 시 관계자 처벌 및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SPC는 물러나지 않았다. 파리바게트는 고용노동부의 시정조치 잠정 중단을 법원에 요청했다. 5000명에 달하는 제빵 기사들을 직접고용 할 경우 협력 업체들에 타격이 너무 크다는 이유였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파리바게트는 지난 1월 ‘파리바게트 제조기사 노사 공종 선언’을 통해 불법파견 논란을 빚은 제빵기사 5309명에 대한 자회사 고용에 최종 합의했다.

사진=SPC

◇파고드는 사정당국 칼날…SPC 오너 일가 '내부거래, 상표권 배임' 정조준

사정당국의 칼날이 SPC그룹을 향하고 있다.

지난 4월 공정위는 SPC그룹의 부당 내부거래를 조사하기 위해 계열사 샤니, 호남샤니, 설목장 등에 조사관 30여명을 투입했다.

공정위는 허 회장 일가가 높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를 중심으로 부당 내부거래 정황을 포착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알려졌다. 자산 5조 미만의 SPC그룹은 실질적으로 공정위가 규제하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기업 역시 내부거래로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하는 방안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공정위가 이례적으로 자산 5조 미만 기업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인 것은 이러한 비난 여론이 커진 것에 대한 행보로 풀이된다.

2016년 기준 SPC그룹의 14개 계열사의 내부거래액은 총 1조 5335억원. 이는 전체 매출액의 30.7%에 해당되는 수치다.

표=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허 회장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6개 계열사의 내부거래를 살펴보면 제빵 전문기업 샤니와 식품첨가물 제조판매업체 호남샤니의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은 100%를 밑돈다. 샤니의 지분은 허 회장 외 특수관계자가 69.86%를 보유하고 있으며 파리크라상이 9.80%를 보유하고 있다.

호남샤니의 경우 허 회장이 42.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샤니가 38.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허 회장의 지배력이 강하게 미치는 회사다. 공정위는 이 같은 지분 구조 속의 내부거래를 허 회장 일가가 사익을 편취하는 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가공 브랜드 계열사 설목장의 경우에도 지배주주들이 간접적으로 지분 90%를 보유하면서 75~80%에 달하는 내부거래 비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내부거래 정황에 국세청 또한 칼을 빼들었다.

지난달 26일 국세청은 SPC 본사에 110여명의 조사관을 투입해 조사를 벌였다. 앞서 공정위의 조사가 이례적이듯 국세청이 자산 5조 미만 기업에 조사관 100명 이상을 투입해 조사를 벌인 것 또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때문에 공정위가 부당 내부거래를 살핀 것에 대한 연장선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뿐만 아니다. 허 회장은 파리크라상 상표권을 부인에게 넘겨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 5월 재판에 넘겨졌다.

허 회장은 2012년 파리크라상 상표권을 부인 이미향씨에게 넘긴 뒤 2015년까지 상표권 수익 213억원을 이씨에게 지급하도록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파리크라상 상표는 당초 이씨의 소유였다가 2002년 파리크라상과 50%씩 공동 소유하게 됐다. 이후 2012년 파리크라상은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다시 이씨에게 넘기고 전체 매출의 0.125%를 상표사용료 명목으로 이씨에게 지급했다.

허 회장은 재판에서 “검찰의 전제와 달리 상표 및 상호의 권리는 부인에게 있어 회사가 이를 빌린 셈”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SPC그룹의 갖은 문제점은 이미 곪을대로 곪은 상태였다"며 "정부의 압박에 오너리스크까지 더해져 SPC그룹의 이미지 회복이 쉽지 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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