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특별위원회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상장·비상장을 막론하고 총수일가가 지분 20%를 보유한 회사로 일원화 하는 방안을 공정위에 권고했다.

이에 60개 대기업집단 규제 대상 계열사 수가 기존 226개에서 623곳으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재계 전반에 긴장감이 돌고 있는 분위기다.

그동안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상장사 기준 30%, 비상장사 기준 20%로 대기업 총수일가들은 29%를 웃도는 상장사 지분만을 보유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빗겨갔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이 개편될 경우 총수일가들의 꼼수들이 모두 법적 테두리 안에 들어오게 될 전망이다.

재계 전반에 공정거래법 개편의 영향이 끼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공정거래법개편에 앞서 서둘러 지분 매각과 지배구조 정리에 나선 기업이 있는 반면 ‘먼 산 불구경’ 하듯 별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 않는 기업들도 있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 개인회사 지분 전량 처분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일가는 일감몰아주기 해소를 위해 계열사 ‘에이플러스디’의 지분 전량을 처분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장남 동훈씨는 지난달 27일 에이플러스디 지분 전량을 계열사 ‘오라관광㈜’에 무상 증여했다. 에이플러스디는 이 부회장과 동훈씨가 각각 55%, 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오너일가의 개인회사다.

시장을 통해 매각한 것이 아니기에 처분가액은 없지만 액면가 기준 5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대림그룹은 이 부회장 일가가 에이플러스디를 비롯해 캠텍 등의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논란에 시달려 왔다. 때문에 이번 지분 매각은 이러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한편 대림그룹은 지난 3월 대림코퍼레이션→대림산업→오라관광→대림코퍼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대림코퍼레이션이 오라관광으로부터 지분 4.32%를 매입하기도 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세계그룹, 남매경영·일감몰아주기 해소 ‘두마리 토끼’ 잡나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사장의 분리 경영 승계가 막바지게 이르렀다는 평가다.

이러한 가운데 정 부회장 일가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사의 지배구조 단순화를 위해 지분을 속속 처분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이마트는 총수일가가 보유한 신세계I&C, 신세계건설, 신세계푸드의 지분 전량을 매입했다. 이 회사들은 총수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던 회사다.

재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향후 공정거래법 개편으로 제기될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에 예방했다고 분석한다.

뿐만 아니라 정재은 명예회장과 정 부회장은 신세계인터네셔날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정 사장 또한 신세계인터네셔날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신세계인터네셔날 지분 매각으로 정 부회장은 비주력 계열사의 지분을 정리했고 정 사장은 증여세를 마련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신세계그룹 내 지분 정리가 정 부회장과 정 사장의 경영승계와 계열 분리에 막바지 작업의 일환으로,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함으로 분석한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공시대상기업집단‘ 첫 반열 유진그룹, 계열사 지분 속속 정리…갈 길 먼 내부거래 해소

올해 첫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된 유진은 공정위 규제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유진기업은 지난달 17일 천안기업 지분 74.5%를 매입했다. 이에 기존 62.1%에 달하던 총수일가의 천안기업 지분은 유경선 회장(11.6%)과 유창수 부회장(7.6%)이 19.1%를 보유하는 수준으로 낮아졌다.

천안기업은 서울 여의도 유진그룹 빌딩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63억원 중 유진기업과 유진투자증권으로부터 얻은 매출은 전체 매출에 98%를 웃돈다. 내부거래 비중과 함께 총수일가가 62.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던 만큼 사익편취의 제재 대상으로 지목됐다.

또한 유 회장의 장남 유석훈 상무가 지분 100%를 보유한 ‘선진티엔스’를 유진기업 100% 자회사인 한국통운에 매각했다. 선진티엔스는 지난해 매출 159억원 중 47억원 가량을 계열사들로부터 올렸다.

재계에서는 천안기업 지분정리와 선진티엔스 매각으로 유진이 공정위의 압박에 빠르게 대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유진이 올해 첫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만큼 내부거래 해소에는 남은 과제가 산적하다는 지적 또한 존재한다. 유진에너팜, 남부산업, 당진기업, 우진레미콘 등 사익편취 규제 대상의 회사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

유진이 내부거래 논란과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 완전히 빗겨가기 위해선 여전히 규제 대상으로 남아있는 기업들에 대한 지분 정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현대백화점그룹, 순환출자 해소…현대그린푸드 ‘잡음’ 여전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4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A&I 지분 21.3%를 매입해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A&I→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정교선 부회장 또한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 7,8%를 매입해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다.

이처럼 정 회장 일가가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지만 현대그린푸드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여전하다.

현대그린푸드는 단체급식 영위 기업으로 현대차, 현대중공업 등 범 현대가(家) 기업에 단체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그린푸드의 내부거래액은 2626억원, 전체 매출의 18% 가량에 해당되는 매출이다.

이에 현대백화점그룹은 IT사업부를 분할해 새법인 현대IT&E를 출범시킴으로서 내부거래 비중 낮추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정 회장 일가가 지분율을 낮추는 것이 내부거래 논란을 보다 확실히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정 부회장이 현대그린푸드의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계열분리의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정몽근 명예회장과 정 회장이 현대그린푸드의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가능성 또한 점쳐진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화그룹, ‘통합 한화시스템’ 출범…일감몰아주기 종지부

한화그룹은 지난 1일 한화시스템과 한화S&C를 통합한 ‘통합 한화시스템’ 출범으로 일감몰아주기 해소에 나섰다.

한화그룹은 합병 법인 출범으로 인해 한화S&C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한화S&C는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50%)를 비롯한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일감몰아주기와 사익편취 규제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됐다.

통합된 한화시스템의 시스템 부문은 장시권 대표이사, ICT부문은 김경한 대표이사가 각각 각자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합병 10년 후인 2027년 매출 6조원 규모를 목표로 세웠다.

또한 상호 강점을 접목한 시너지 영역을 구축해 기존 사업의 고도화와 신규 사업의 확대도 추진할 예정이며 국방 네트워크 기술과 ICT 부문의 대용량 데이터 분석 솔루션 기술을 결합한 지휘통제자동화시스템과 연계한 무기체계 첨단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

◇GS그룹, 공정위 갈 끝에도 ‘묵묵부답’…복잡한 지분구조 때문?

공정거래법 개편안에도 GS그룹은 묵묵부답이다.

GS의 사익편취 규제를 받는 계열사 수는 15개로 삼성, 현대차 등 여타 대기업 중 가장 많으며 총수일가 지분율이 100%인 회사도 6곳이다.

GS그룹 내 내부거래 비중이 특히 높은 기업은 GS ITM으로 지난해 매출 2100억원 중 70%가 GS리테일(719억원), GS홈쇼핑(281억원), GS건설(57억원) 등 내부거래로부터 나왔다.

지분율 또한 높다. 허서홍 GS에너지 상무(22.7%)를 비롯해 총수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80%를 웃돈다.

물류센터 임대 및 운송을 영위하는 ‘승산’ 또한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내부거래 비중도 42%에 달한다. 부동산 임대업을 영위하는 ‘보헌개발’도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내부거래 비중은 97%에 달한다.

GS건설 또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GS건설은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28.7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그동안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빗겨갔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이 개편될 경우 GS건설의 총수일가 지분율이 20%를 넘겨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GS그룹이 공정위의 개편안에도 별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 않은 것에 복잡한 지분 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사실상 지분 처리 만이 공정위의 칼날을 빗겨갈 현실적 방안이지만 여타 기업들 보다 총수일가의 지분 구조가 복잡히 얽혀있다는 이유로 당장의 지분 처리가 쉽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

◇태광그룹, ‘친인척 회사’ 프로케어 일감몰아주기 논란 여전

태광그룹은 금융 계열사인 흥국생명을 비롯해 친족 회사이자 GS 계열사 ‘프로케어’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자유롭지 못하다.

프로케어는 지난 2014년 11월부터 설립된 건물시설관리 영위 기업으로 오너일가가 지분을 전부 가지고 있다.

허승조 전 GS리테일 부회장의 딸 지안씨와 민경씨는 전체 발행주식 10만주 중 각각 5만주 씩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오너일가 개인의 회사인 셈이다.

문제는 프로케어의 주요 수익이 흥국생명 본사 및 지사 빌딩관리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내부거래의 일환으로 보는 시선이 적잖다. 태광그룹이 흥국생명의 모기업이고 GS와는 사돈기업이기 때문.

허 전 부회장은 허만정 GS 창업주의 8남으로 허 전 부회장의 부인은 이임룡 태광 창업주의 맏딸 경훈씨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게는 큰 매형인 셈.

이러한 혈연관계로 허 전 부회장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 중인 이 전 회장을 대신해 태광 3개 재단 이사장과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의 고문으로 활동하며 태광 전반의 경영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프로케어 또한 이러한 관계를 바탕으로 흥국생명 광화문 본사 빌딩은 물론 강남, 영등포, 성남, 일산, 용인, 동해, 순천 등 흥국생명 연수원 조경관리를 맡으며 수익을 불려왔다.

프로케어는 설립 이듬해인 2015년 8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데 이어 2016년 95억원, 지난해에는 100억원을 돌파했다. 순이익 또한 2015년 6억 2400만원, 2016년 7억 4000만원, 지난해에는 9억 2800만원을 기록하며 사세를 키워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현대차그룹, 지분율 29.9%로 피해가던 규제…깊어지는 고심

현대차는 공정거래법 개편에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공정거래법이 전면 개편되면 이노션, 현대글로비스 등의 회사가 규제 대상에 오르기 때문.

기존 상장사 기준 30% 였던 규제 대상이 20%로 낮아질 가능성이 커 정몽구 회장 일가가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29.9%의 지분이 법적 테두리 안에 들어올 전망이다.

광고회사인 이노션의 지분은 본래 정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2013년부터 지분을 처리해 29.9%까지 지분을 낮췄다. 현대글로비스 지분 또한 43.4%에서 2015년 2월 29.9%로 낮춰 공정위의 규제를 피해갔다.

현대차는 지난 3월 내놓은 지배구조 개선안을 철회하고 재검토에 돌입했지만 별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 않다.

당초 내놓았던 지배구조 개선안의 핵심 중 정 회장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으로 현대차는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도 벗어날 것을 기대했다.

재계에서는 정 회장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과 현대글로비스와 모비스의 분할합병이라는 큰 틀은 유지한 채 글로비스와 모비스의 합병 비율을 손 볼 것이라고 분석한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2%의 이노션 지분 또한 골칫거리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차후경영 승계 자금으로 쓰여질 점쳐져 매각 가능성이 크지만 지분을 처분하더라도 총수일가 보유 지분은 20%가 넘어 추가 지분 정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지배구조 개선의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채 공정거래법 개편이라는 벽을 마주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 일가가 글로비스 지분과 이노션의 지분 처분 단계에 돌입한다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