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유통 공룡 기업들이 연이어 종합인테리어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면서, 인테리어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샘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동생 정교선 그룹 부회장이 이끄는 현대홈쇼핑을 통해 건자재업체 ‘한화L&C’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가구업체 현대리바트와 현대H&S를 합병한 뒤 홈퍼니싱 사업을 강화했던 현대백화점은, 한화L&C 인수를 통해 종합인테리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의 의지로 지난 1월 인수했던 가구업체 까사미아를 통해 기존 B2C 사업을 넘어 B2B, 홈 인테리어 사업 등을 추가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근 불거진 ‘까사미아 라돈 검출’ 사태로 인해 종합인테리어 시장 점유에 대한 신세계의 의지는 더욱 뚜렷해졌다.

수입가구업체 이케아 등의 국내 진출 성공과 더불어 유통 공룡 기업들의 이 같은 공격적 행보는 한샘에게 위협적이다. 하지만 최근 한샘은 직장 내 성폭력 사고, 채용 갑질 논란 등 연이어 내부에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어 경쟁업체들의 추격을 고스란히 허용하고 있다.

◆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 유통 공룡 기업 “대형 M&A 통한 홈퍼니싱 시장 진출 가속”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 현대홈쇼핑은 지난 16일 전자공시를 통해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지만, 한화L&C 인수 추진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화그룹 계열사였던 한화L&C는 지난 2014년 7월 첨단사업부문을 그룹에 남기고 건축자재부문만 분리·설립된 회사로, 같은 해 모건스탠리가 3000억원에 인수했다. 한화L&C는 인조대리석, 바닥재 등 건축자재뿐만 아니라 주방가구를 포함한 일반가구도 생산한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12년 현대리바트를 그룹에 편입하고 가구업계에 진출했다. 하지만 현대리바트는 2012년 매출액 5049억원에서 지난해 8884억원으로 76% 성장하는 데 그쳤다. 경쟁사 한샘이 같은 기간 동안 163% 성장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말 현대리바트와 산업자재·건설자재를 유통하는 현대H&S를 합병한 데 이어 미국 최대 규모의 홈퍼니싱 회사 ‘윌리엄스 소노마’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나아가 한화L&C 인수를 통해 상대적으로 미흡한 주방가구 분야 집중 육성을 통해 사업강화를 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현대백화점그룹이 한화L&C 인수에 성공하면 부동의 1위 한샘의 자리를 탈환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샘은 지난해 1조9738억원의 매출을 기록, 현대리바트의 매출 1조4000억원을 넘어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화L&C의 지난해 매출 1조636억원이 합쳐질 경우, 단순합산으로만 약 2조4000억원의 매출이 기록돼 한샘을 넘어서게 된다.

신세계 역시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의 진두지휘 하에 가구업계 점유 경쟁에 뛰어들었다.

정 사장은 지난 1월 가구·인테리어 전문 도매업체 까사미아 인수를 위해 1837억원을 들여 주식 92.4%를 매입하는 내용의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까사미아 인수는 정 사장이 2015년 부임한 이후 처음 진행한 M&A여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신세계는 B2C 위주의 까사미아에 홈 인테리어 사업과 B2B 사업 등을 추가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5년 내 매출 4500억원을 목표로 내세웠다. 또, 단순히 가구 브랜드로의 성장이 아닌 ‘토털 홈 인테리어 브랜드’로 탈바꿈 하겠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그러나 인수 약 6개월 만에 까사미아 ‘까사온 메모텍스 토퍼’ 13종 중 3종에서 1급 발암물질 라돈 성분이 검출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현재 까사미아는 해당 상품에 대한 전량 회수·폐기 조치와 더불어 안전한 상품으로 교환·환불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정 사장의 첫 인수에서 사태수습을 첫 과제로 부여받은 신세계는 체면을 구겼지만, 수습 이후 당초 목표 달성을 위한 다각적인 접근에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공룡 신세계가 까사미아 라돈 사태를 수습함과 동시에 이미지 쇄신, 사업확장을 위해 종합인테리어 시장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며 “까사미아 인수 초기이고 자본이 아직 유효한 상태이기 때문에 신세계의 종합인테리어 시장 진출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사진=방송일부화면캡쳐.

◆ 이케아, 자라홈 등 수입가구업체도 공세…연이은 내부 문제 발생까지, ‘3중고’ 겪는 한샘

최근 셀프인테리어 등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스웨덴 기반의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는 지난달 25일 경기 용인시에 국내 3호점인 기흥점 기공식을 열었다.

이케아는 지난 2014년 12월 광명점으로 시작해 세 번의 성적표를 받아드는 동안 ‘5년 내 5개 매장 추가’라는 목표를 무난하게 달성해나가고 있다.

2015년 발표한 첫 해 매출에서 광명점 기준 매출 3080억원, 누적 방문객 670만명을 달성한 이케아는, 2016년에는 3400억원, 지난해는 36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아울러 이케아는 지난 16일부터 온라인 주문, 결제, 배송에 대한 시범 운영을 시작해 온라인 가구시장에도 뛰어들었다.

해외 패션·의류 업체들의 국내 홈퍼니싱 시장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인디텍스의 홈데코 브랜드 ‘자라홈’은 ‘패셔너블한 공간을 만든다’는 비전으로 2014년부터 국내에 자리 잡고 있다.

자라홈의 국내시장 매출은 따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매출액 2014년 7047억원, 2015년 8134억원, 2016년 9454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자라홈 역시 지난 3월 온라인 스토어를 오픈한 데 이어 SSG닷컴에 제품 유통을 론칭하기도 했다.

프랑스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작’, 스웨덴 SPA 브랜드 ‘H&M’ 등 다양한 글로벌 패션·의류 업체들도 홈퍼니싱 브랜드 및 제품을 내놓으며 국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한샘이 극복해야 할 경쟁업체는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 대형 업체들이 홈퍼니싱 시장에 뛰어들며 한샘의 기존 입지를 위협하고 있지만, 한샘은 최근 1~2년 동안 연이어 발생하는 내부 사고들로 인해 경쟁업체들과의 차이를 벌려놓기는커녕 뒷걸음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샘은 2016년 있었던 신입여직원의 직장 내 성폭행 사건으로 지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신입여직원 A씨는 동료 남직원에게 몰카 성범죄를 당한 것을 시작으로 해당 사건을 도와주던 회사 간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가해자들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A씨는 이른바 ‘꽃뱀’이라는 괴소문에 휩싸여 두 달간 휴직을 했다. 이후 A씨는 정확한 수사를 위해 올해 3월 재고소를 했고,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B씨는 지난 13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해 10월 국회감사에서는 당시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현 바른미래당 비례대표)에 의해 한샘이 대리점으로부터 교육비 명목의 수수료를 받고, 판매 목표액을 설정해 미달성시 영업을 제한하기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지난해 12월 수습사원들에게 월 매출 5000만원의 목표액을 설정해 무리한 실적압박이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당시 한샘은 영업 압박 최소화 방안과 관행을 고쳐나가겠다고 해명했지만, 지난 5월 오히려 목표액이 1000만원 증가한 월 6000만원의 매출실적을 채우지 못한 인턴사원을 해고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에도 지난 6월 신입 사원 채용 과정 중 최종 면접을 앞둔 1차 합격자들에게 돌연 계약직 채용이라는 사실을 알렸다가 비난이 거세지자 정규직 채용을 약속했으며, 이달 13일에는 감사팀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이 과거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수백 차례에 걸쳐 회삿돈 약 80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한샘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직원 개인의 단순 횡령 문제로써 회사는 적법한 프로세스를 거쳐 조사를 했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답변했지만, 연이어 발생한 내부의 각종 문제로 한샘을 바라보는 이들의 신뢰는 크게 떨어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2022년까지 20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국내 홈퍼니싱 시장에 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부동의 가구업계 1위 한샘이 내부 악재와 외부 압박을 견디고 내년에도 1위의 성적표를 받을 수 있게 될지 주목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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