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문재인 정부 집권 2기를 맞아 '고용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올 초 불거진 금융권 채용비리 등으로 금융권 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월 <뉴스락> 취재결과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시중 4대 은행의 총 직원수(2017.09.30 기준)는 61000명 가량. 이중 비정규직은 6% 비중의 4200명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의 비정규직 비율이 다소 낮지만 최근 비대면 거래의 활성화와 더불어 은행권의 희망퇴직이 잦아지면서 시중은행들이 정규직 전환보다는 채용과 퇴직에 관한 이슈에 시선을 주목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가장 화답해야하는 국책은행들의 정규직 전환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지만 순탄치 않은 모양새다.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지난해 일제히 정규직 전환 절차에 돌입했지만, 온갖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뉴스락DB

◇기업·산업銀, 자회사로 정규직 전환 방침…고착상태 언제까지?

IBK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정부의 로드맵에 따라 업계 최초로 정규직 전환에 박차를 가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9월 노사를 비롯해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에는 은행 대표탄, 기업은행 노조, 파견·용역관리직 시설관리 노조와 외부전문가 등이 포함됐다.

고용부 또한 △기관 상관없이 상시·지속적 업무 종사자 정규직 전환 △무기계약직 처우 개선 △각 기관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 구성 △정규직 전환 연말까지 완료 권고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공공기관 및 금융공기업의 정규직 전환에 가속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기업은행의 정규직 전환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은행권 최초로 파견·용역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며 업계의 호평을 받았지만 1년여가 흐른 현재까지 고착상태에 빠져있다.

기업은행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잡음은 모회사 직고용과 자회사 간접고용의 두가지 방안 중 은행 측이 자회사로의 고용을 근로자들에게 반강제적으로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불거졌다.

기업은행 측은 지난해 협의체를 구성할 당시부터 비정규직 2000명에 대한 정규진 전환의 최선방안으로 ‘자회사 간접고용’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 또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민주노총공공연대와 전국시설관리노동조합은 지난달 18일 기업은행 본사 앞에서 기업은행의 일방적인 비정규직 자회사 전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집회에는 기업은행 비정규직 경비직군, 시설관리직군 직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업은행 측이 비합리적인 절차와 처우개선 방안 등을 강압적으로 밀어붙여 정규직 전환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진희 전국시설노조 위원장은 “기업은행의 자회사로의 정규직 전환 강행은 전국 용역·파견 근로자의 문제”라며 “무늬만 탈바꿈하는 행태를 노동부에서 재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재환 공공연대 기업은행 지회장은 “김도진 은행장을 비롯해 사측은 처음부터 자회사 전환이라는 프레임을 정해놓고 짜맞추기식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불합리한 처우가 바탕인 자회사 고용만을 고집하며 회사의 입맛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 자회사 전환 고용을 반대하며 공공운수노조 산업은행분회가 걸어놓은 피켓. 사진=서종규 기자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KDB산업은행(이하 산은) 또한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화답해 비정규직 직원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에 나섰지만 ‘뒷말’이 무성하다.

산은은 용역업체 ‘두레비즈’ 등에 소속된 500명 가량의 비정규직 직원들을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꼼수’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두레비즈는 산은 직원들의 친목단체 행우회의 100% 자회사로 지난 2005년 총 6억원을 출자해 설립됐다. 두레비즈의 대표직은 간부 출신이 맡고 있으며 사내이사, 감사 등은 현직 인사부 팀장과 정규직 노고 간부가 맡고 있다.

현재 산은은 직고용을 피하기 위해 정년 60세, 임금피크제 적용 등 불리한 조건을 내세워 자회사 전환 방식이 유리한 것 처럼 호도하고 정규직 전환 협의체 또한 사측에 유리한 인사들로 구성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실제 산은의 정규직 전환 협의기구 구성을 살펴보면 총 16명 중 비정규직 측은 4명 뿐이고 나머지 12명은 사실상 산은 측의 직원들로 구성돼 있다.

이에 두레비즈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지난 4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노동조합을 결성해 전격 반발에 나섰다.

공공운수노조는 “용역업체에서 자회사로 바뀐다 해도 원청인 산업은행이 자회사 노동시간과 근로조건 등을 요구할 수 있고 임원진을 산은이 장악하는 한 별다른 개선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한 산은은 두레비즈에 수의계약 등을 통해 일감을 몰아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두레비즈가 산은의 일감을 통해 얻은 수익을 배당금으로 책정해 다시금 산은 직원들에게 배당금이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6년과 2017년 두레비즈는 산은과 총 132억원의 수의계약을 맺었다”며 “평균 계약금액도 6억원으로 다른 수의계약액에 비해 통상 3배가 높았다”고 지적했다.

◇업계, “국책은행, 조속히 노사 협의점 찾아야”

업계에서는 기업은행의 2대주주가 기획재정부인 것을 비롯해 산은 역시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만큼 정부의 당면 과제인 정규직 전환에 있어 노사협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책은행들의 비정규직 비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정부가 내건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는 다소 못미치는 상황. 이에 국책은행들의 소극적인 자세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정권 교체 이후 문 대통령이 ‘친노동자’ 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과 더불어 국책은행들이 정부 정책에 보다 더 화답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한 정규직 전환에 있어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보다 실제 노동자들의 복리후생 등이 당면과제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책은행을 비롯해 금융공기업들의 비정규직 비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15%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자회사 돌려막기’라는 지적이 제기돼 반발이 일고 있는 만큼 국책은행들이 조속히 노사간 협의점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