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전세계 주요국가 부패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80개국 중 51위를 랭크됐다. 

부패지수는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다. 이중에는 정치인의 뇌물수수와 함께 공무원의 뇌물 수수, 공권력의 사용 등이 포함된다. 부패지수 순위가 낮을수록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방증인 셈이다.

지난 6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도 공공기관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S등급을 제외한 A등급 비중은 전년대비 2.8% 줄었고 B등급 또한 전년대비 4.5% 줄었다. 반면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은 전년대비 두배 이상 급증했다.

경제시민단체 및 관련 전문가들은 이러한 평가도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공공기관의 실적 부진과 함께 채용비리 등 도덕적 해이를 꼽는다. 공적인 부분이 강조되는 만큼 실적 부진의 여파보다 채용비리 등의 비리 행태가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시각이다.

이에 최근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공공기관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공약 실천과 함께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성추행 등 비리 사건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을 강조해왔다.

<뉴스락>은 오는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경영실적과 청렴도에 있어 지난해에 이어 국감 단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공기업들을 차례로 진단해본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 한국전력, 3분기 연속 영업손실…기록적 폭염에 ‘탈원전’ 논란 확산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는 전원개발을 촉진하고 전력수급의 안정성을 도모해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 하기 위한 목적으로 1961년 설립됐다. 현재 22000명 가량의 직원이 근무 중이며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등 15개의 자회사를 포함 총 31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우리나라 대표 공기업이다.

11일 기준 시가총액 19조 5478억원으로 재계 3위 SK그룹(18조 7510억원)보다 높은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는 한전은 올해 3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이어가며 부진을 면히 못하고 있다.

한전의 올해 2분기 영업적자는 6871억원에 달했고 지난해 4분기 1294억원, 올 1분기 1276억원에 이어 3분기째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지속되는 한전의 적자는 발전 자회사의 연료비 상승, 민간발전사로부터의 전력구입비 증가, 신규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 등으로 영업비용이 증가한 탓으로 분석된다.

실제 상반기 유가가 전년 대비 30%이상 급등했고 유연탄 가격 또한 28% 상승하는 등 연료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탓에 한전의 영업비용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발전 자회사 연료비가 2조원 넘게 증가했다.

또한 원전 정비와 미세먼지 감축으로 인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운영 정지로 가동률이 하락하며 민간발전사의 전력 구매량이 2조원 가량 상승한 것도 적잖은 영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전을 둘러싼 논란에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더욱 불을 지폈다.

이례적인 폭염에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수급안정성 논란이 일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일부 원전 정비 일정을 전력피크 이후로 조정한다는 내용을 발표하자 정부의 ‘탈원전 정책 논란'으로까지 확장됐다.

폭염이 지속돼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펼치면서도 정비 원전까지 투입할 만큼 다시 원전에 기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원전은 24기로 전체 발전량 중 30% 가량을 차지한다. 사실상 원전 없이는 전력 수급량을 버티기 어려운 것이다.

24기 원전 중 7기는 계획예방정비다. 계획예방정비는 18개월에 한번씩 전체 설비를 점검하는 대규모 작업으로 통상 사전에 계획을 잡는다. 이에 계획예방정비 일정에 맞춰 전력 성수기에 맞물린 원전 정비 일정은 올해 초 이미 전력피크 시기가 지난 후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한수원은 지난 7월 정비 원전 2기는 재가동하지만 2기는 정비 시기를 미루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전력수요 급증에 따라 급하게 일정을 변경했다는 지적이었다.

논란이 지속되자 일각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난이 제기됐다. 전력수급이 불안정해 원전 정비 일정을 급하게 변경하면서 다시금 원전에 의존한다는 지적이었다.

또한 관련 정부부처인 산업부의 대응도 전무했을 뿐더러 한수원의 대응이 다소 소극적이라는 지적 또한 제기됐다.

2017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표=기획재정부.
감사원 한전 태양광 발전사업 관련 비리점검 결과. 자료=감사원/표=서종규 기자

'천태만상' 비리 행태…공적 투명성은 딴나라 얘기?

한전은 채용비리와 태양광 발전 과정에서의 비리 등 갖은 도덕성 해이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전과 자회사들이 부정채용과 금품수수 등 온갖 비리로 연일 입방아에 오른 것.

한국남부발전은 지난 2016년 2월 2직급 부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자사근무 20년’, ‘퇴직 1년 이내’인 자로 자격을 제한해 맞춤형 채용공고를 내 퇴직자에게 자리를 마련해줬다는 비난을 받았고 한국중부발전의 경우 별도의 공고 없이 퇴직자를 계약직원으로 채용했다.

한수원 또한 회사 외부에서 선발하도록 돼 있는 직위에 사내공모를 통해 인사를 선발해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2월 산업부는 당시 이인호 차관 주재로 ‘공공기관 부기관장회의’를 개최해 채용비리 등을 근절하기 위한 4가지 원칙으로 △채용 과정의 투명성·개방성 강화 △채용 결과의 객관성·공정성 강화 △채용 부정에 대한 엄정한 처벌·재제 △채용 단계별 내외부 통제 관리 강화 등을 제시했다.

지난 2월 감사원은 한전의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점검 결과 총 10건에 대해 한전 직원 38명, 지자체 공무원 9명 등 47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고 한전 직원 13명, 지자체 공무원 12명 등 25명에 대해서는 주의를 요구했다. 특히 비리 혐의가 중대한 한전 직원 4명에 대해선 해임을 요구하고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적발된 직원들은 시공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해 부당한 이익을 챙기거나 가족 명의로 태양광 발전소 사업 관련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은 한전 임직원의 자가 사업을 금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지난 9일 전기공사업자로부터 뇌물을 건네받고 사업비를 몰아준 한전 직원들에게 무더기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광주지방법원 형사단독 9부는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전 직원 A씨에 대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에 2년, 벌금 1200만원과 추징금 600만원을, B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200만원과 추징금 6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 직원 C씨에 대해서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원과 추징금 1000만원을 D씨에 대해서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련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E씨와 F씨에 대해서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각각 추징금 2700만원과 21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한전 지역본부 간부로 전기예산 배정, 공사 관리 감독의 권한 등의 지위를 이용해 전기공사업자들에게 사업비를 추가 배정하고 편의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한전의 채용비리와 금품 수수 등의 비리 행태가 이미 도마에 오른 바 있고 최근 정부 차원에서 공공기관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내달 예정된 국정감사에서도 한전의 비리 행태에 지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공공기관장 워크숍에 참석해 공공기관의 청렴도에 대해 강조했다. 사진=청와대

◇文 대통령, 공공기관 투명화 의지 표력…"구조적, 관행적 문제 개선되야"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열린 공공기관장 워크숍에 참석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공공기관으로 환골탈태하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채용비리 여파로 경영실적 평가에서 공공기관이 잇달아 낙제점을 받은 것과 더불어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위해 공공기관이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또한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과 비리에 대한 엄중한 재제 의지 또한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은 기관장의 리더십에 달려있다”며 “더 이상 부패나 비리로 국민에게 좌절과 실망을 안겨주어서는 안 될것이며 정부도 그 책임을 철저하게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공기관의 투명화 의지를 표력한 만큼 사정당국이 한전을 비롯한 각종 논란와 비위 행위로 도마에 오른 공공기관과 공기업들을 향해 차례로 칼날을 겨눌지 이목이 쏠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공기업의 채용비리 등 비리행위가 근절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공기업의 특성상 외부 입김의 작용이 심하고 공무원 사회가 이른바 ‘철밥통’에 가깝다보니 처벌 수위가 낮아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법정부적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전문가들은 비래행위에 연루된 인사의 신원공개와 인사 영구배제 등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공공기관 연구원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관행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분명 존재한다”며 “공공기관의 주인이 정부인 만큼 정권에 의해 따라갈 수 밖에 없는 행태 또한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관계자는 이어 “암묵적이고 관행적인 네트워크의 문제”라며 “자체감사를 맡은 공공기관의 상임감사의 경우 순환보직의 특성상 민간기관에 비해 감사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공기관의 비리가 쉽게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감사와 처벌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며 “다만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이 직접 근절 의지를 표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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