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 제품인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사용하고 폐질환에 걸린 쌍둥이 자매의 증상이 가습기 살균제 폐질환 증상과 같다는 논문 결과가 발표됐다/사진=KBS 방송화면 캡쳐

[뉴스락] 애경산업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사용하고 폐질환에 걸린 쌍둥이 자매의 증상이 가습기 살균제 폐질환과 같다는 의학 보고가 나왔다.

12일 의학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은 2012년 돌 무렵 폐질환이 시작된 쌍둥이 자매의 증상이 전형적인 가습기 살균제 폐질환 증상과 같다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해당 자매는 2012년부터 폐질환 증상을 앓아오면서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었음에도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를 썼다는 이유로 피해를 인정받지 못했다.

당초 애경 제품에 대한 3년 전 정부의 동물실험에서는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의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았기에 제조사 측이 이 같은 주장을 할 수 있었지만, 이번 논문에서는 이를 반박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 교수는 지난 10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사람의 소견이 동물에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에 있는 게 아니라고 의학은 판단하지 않는다”면서 “동물실험은 상당히 일방적 조건의 실험이라 동물실험은 분명히 동물이고, 사람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9월에도 애경 제품에서 나온 해당 성분으로 실험쥐가 사망했고 사람도 같은 결과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독성물질로 추정된다는 논문이 발표된 바 있는 만큼, 가습기 메이트 사용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의 길이 열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제조(SK케미칼, 현 SK디스커버리) 및 판매(애경) 기업은 여전히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 역시 해당 제품에 대한 피해 신고 지원자만 245명이지만 이 중 10명만을 지원 대상자로 선정했으며, 사과와 배상에 대한 문제는 기업에 떠넘긴 실정이다.

판매를 담당했던 애경산업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현재 정부 유관기관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따로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일축했다.

문제 제기 시점인 2012년부터 현재까지 원인 파악 및 보상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관계자는 “2011년 첫 피해사례 보고 당시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에서 제품을 만들고 애경에서 판매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당시 정부 조사에서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이후 피해자들이 추가적으로 피해를 주장한 부분들이 있고, 최근 논문 발표 등으로 정부 유관기관에서 인과관계를 다시 조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 등 정부기관이 적극적으로 진상규명에 나서지 않는 점도 문제”라며 “실제로 2016년 착수한 인체유해조사가 아직까지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등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가 피해자들의 고통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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