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너스 홈페이지

[뉴스락] 전동 물걸레청소기 등 가전제품을 제조·판매하는 기업 아너스가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악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원을 부과 받았다. 법인 및 관련 임원 3명은 검찰에 고발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아너스가 청소기 부품의 납품단가를 낮출 목적으로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다른 업체에 전달해 유사 부품을 개발하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제공받은 견적가격 및 유사 부품의 샘플을 이용해 기존 납품단가를 대폭 인하했다”고 밝혔다.

아너스는 인하된 납품단가로 주로 홈쇼핑(현대홈쇼핑, 홈앤쇼핑, 롯데홈쇼핑 등), 인터넷(옥션, G마켓, 11번가 등)을 통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110만대(1000억원 상당)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너스는 청소기의 주요부품인 ‘전원제어장치’를 제조·납품하는 하도급 업체가 납품단가 인하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2016년 11월부터 2017년 6월 사이의 기간 동안 하도급 업체의 ‘전자회로의 회로도’ 등 기술자료 7건을 하도급 업체의 경쟁업체 8곳에 제공하고, 이를 활용해 유사 부품을 제조·납품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경쟁업체 6곳은 아너스에게 견적서를 제출하고, 이 중 1곳은 유사 부품의 샘플까지 제공했는데, 경쟁업체가 제출한 견적서에는 희망 납품단가와 함께 부품을 구성하는 회로소자별 매입원가, 회로소자 삽입방식별 제조원가 등 세부 원가내역이 포함돼 있었고 유사 부품은 기존 부품과 기술상 거의 동일했다. 다만 이러한 견적서 내용이 양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후 아너스는 유사부품의 샘플을 하도급 업체에 전달하고, 경쟁업체의 견적가격 및 세부 원가내역을 이용해 2016년 12월부터 2017년 6월 사이 3차례에 걸쳐 하도급 업체로 하여금 납품단가를 총 20% 인하하도록 했고, 그 결과 납품단가는 경쟁업체가 제출한 견적가격 중 최저가격과 일치하게 됐다.

이로 인해 연간 영업이익률을 2%대로 유지하던 하도급 업체는 7개월 동안 납품단가가 약 20% 인하되자 2017년 8월 영업 손실을 우려해 납품을 중단했고, 하도급 업체의 매출은 대부분 이 사건 부품의 납품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하도급 업체의 경영상황은 현저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아너스는 2015년 5월부터 2017년 6월 사이 총 19회에 걸쳐 하도급 업체가 전원제어장치를 제조하기 위해 작성한 총 18건의 기술자료를 요구해 제출받았는데, 이 중 7건이 유용됐다.

아너스는 공정위의 사건 조사와 심의 과정에서 하도급 업체에 기술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목적을 ▲가격 적정성 검토, ▲제품 검수 등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공정위는 어느 것도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원사업자가 하도급 업체의 납품단가를 인하하기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정당하지 않으며, 아너스는 제품 검수 과정에서 실제로 기술자료를 활용했음을 입증하지 못했고 조사 결과 아너스는 제품의 작동 여부만을 판단하였을 뿐 기술적 검수는 모두 하도급 업체에서 실행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이에 공정위는 아너스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원, 아너스 회사와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 3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술유용은 대-중소기업 관계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간 관계에까지도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한 사례”라며 “중소기업이 본인보다 거래상 지위가 열악한 중소기업을 상대로 벌이는 기술유용에 대해서도 엄중 제재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공정위는 기술유용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정액 과징금 상한을 기존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조정했으며, 경영상 정보 제공 요구행위를 새로운 법 위반 행위로 규정해 금지하도록 하도급법을 개정해 내년 상반기부터 법 위반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의 피해 업체는 아너스를 대상으로 기술유용에 따른 손해에 대해 3배 배상 소송을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판결이 확정날 경우 하도급법상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적용되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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