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올해로 취임 3년째를 맞고 있는 한국GM의 제임스 김 사장은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취임한 직후 줄곧 한국GM의 철수설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어 채용비리, 리콜 등 결함논란, 잇단 과징금 그리고 내수 부진까지 총체적 난국에 빠지며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김 사장은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채용비리와 관련해서는 최근 쇄신 발표까지 했다. 하지만 뒤늦은 탓인지 이미 노조와 소비자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제임스 김 사장 인사말. 한국GM 홈페이지 일부 캡처.

“직원 선물세트의 공급업체 선정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보다 엄격한 규정과 절차를 마련했다. 앞으로 내부 감사와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도 채용 과정 및 직원 선물세트 선정과 관련한 불법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겠다.”

뒤늦은 쇄신 발표

지난달 22일 제임스 김 사장은 전 직원에게 ‘CEO 메시지[검찰 수사 관련 업데이트]’라는 제하의 이메일을 보내 노조 채용 비리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 밝혔다.

김 사장은 메일에서 “생산직 직원 채용 업무를 기존 노사 부문에서 인사 부문으로 이관했고, 노사부문장과 담당 임원을 새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한국GM의 채용비리 의혹은 지난해부터 끊이지 않았다. 그때마다 한국GM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오리발을 내밀기 일쑤였다.

이후 쇄신을 외치는 일부 노조 측의 의혹 제기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7일 한국GM 임원들과 전․현직 노조 간부 등 총 31명을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도급업체 소속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수천만원의 돈을 받고 성적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의혹 제기와 논란이 돼 왔는데도 불구하고 늑장대응이 결국 대규모 기소까지 부르는 결과를 낳았다”며 “제임스 김 사장은 한국 시장에서 기업의 도덕성과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 인지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 기망 이어 대규모 리콜 사태

제임스 김 사장은 채용비리 근절 쇄신 발표 직후 또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승용차에 선팅쿠폰을 끼워 팔면서 ‘무상 제공’이라고 광고해 소비자를 속이고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이 적발돼 당국으로부터 수천만원의 과징금을 맞은 데 이어 주력 판매 차종에서 중요 결함이 발견돼 차량 6만6006대 리콜 조치와 함께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지난 1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선팅 쿠폰을 공짜로 제공해주는 것처럼 허위․광고한 한국GM에 과징금 6900만원과 제재 사실을 신문 등에 공지하는 공표명령을 내렸다.

한국GM은 2013년 2월~2014년 10월까지 캡티바와 트랙스, 크루즈, 스파크, 아베오, 올란도, 말리부, 알페온 등 총 8개 차종 구매고객에게 유상으로 선팅 쿠폰을 제공하면서 ‘고객사은품’이나 ‘고급 선팅 무상장착 쿠폰’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허위·거짓 광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구매자는 쿠폰이 사실상 돈을 낸 것인데도 무료라고 생각해 서비스를 아예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지난 17일 국토교통부는 안전기준을 위반한 넥스트 스파크 4만4567대와 뉴 말리부 2만1439대가 리콜 조치와 함께 총 10억원대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넥스트 스파크는 엔진오일 과다 주입 및 엔진 제어장치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엔진 출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발견됐다. 리콜 대상은 지난해 5월31일~올해 1월24일까지 제작된 차량들이다. 이들 차량은 제원상 엔진 출력보다 약 7.3%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원상 허용차가 ±5%를 초과해 자동차 안전기준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뉴 말리부는 주간주행등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방향지시등을 점등할 때 주간 주행등이 꺼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리콜 대상은 지난해 5월10일~10월18일까지 제작된 차량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GM의 은폐 시도는 과거부터 있어왔다”며 “그같은 행태는 한국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리콜 조치를 하기 전까지는 차량 결함에 대해 모르쇠로 나오는 행태에 대해 차량 제조사의 자성과 함께 정부의 더욱 강력한 한국형 리콜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체적 악재, 결국 판매 부진으로 귀결

“올 뉴 크루즈는 차체 크기, 성능, 안전성 등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상품성과 더불어 고객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과감한 가격 인하 조치를 통해 준중형차 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다.”

제임스 김 사장은 지난달 호기롭게 장담했다. 하지만 속사정은 답답하다. 

한국GM의 2월 내수 판매량은 전년대비 1.7% 감소했고, 전월(1월)대비 3.6% 감소했다. 올 뉴 스파크 품질 논란으로 생산 중단을 겪으면서 2월 예약 고객 출고가 3월로 늦춰진 게 내수 판매 부진의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뿐만 아니라 수출 전선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해 수출물량은 전년보다 10%가량 감소했고, 올해 1~2월 합계 수출물량도 전년대비 5.2% 감소했다.

최악의 경우 내수 및 일반수출 물량만 한국GM에서 생산할 가능성이 커지면 부평1,2 공장(7만대), 군산공장(3만대), 창원공장(5만대)로 연간 최대 15만대 수준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이게 된다.

여기에 GM이 프랑스 PSA그룹에 GM의 자회사 오펠을 매각하면서 유럽 생산기지를 완전 철수키로 한 것도 한국GM으로서는 악재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내수 시장에서 선방을 해온 한국GM이 내수 시장뿐만 아니라 수출 전선까지 어둡다면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결국 철수설이 또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끝나지 않은 구조조정..."소비자 신뢰 회복부터"

업계에서는 당연히 구조조정을 통해 ‘구멍’을 메울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진단한다. 이미 제임스 김 사장 취임 이래 줄곧 구조조정을 단행해온 한국GM은 올해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실제로 최근 한국GM은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노동조합에 통보한 상태다. 생산직 대상은 포함 대상이 아닌 상황에서 2011년 이전 입사자 중 사무직 대리~상무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고 있다.

한국GM 한 노조 직원은 게시판에 "수출선 확보를 위해 유럽판매법인의 확보와 북미시장 수풀확보를 위한 전방위적 활동들을 해 나가야 한국GM의 암담한 현실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며 "사무직에 대한 희망퇴직이 곧 현장까지 확대되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1000명 이상의 잠재적인 희망퇴직자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임스 김 사장은 한국 시장의 고유한 특성과 국민성을 다시한번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수익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춘 경영을 하기 보단 신뢰성 회복에 먼저 주안점을 두고 경영 로드맵을 구축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에도 한국GM은 순수 전기차 '볼트 EV'의 사전 계약 방식을 선착순 접수에서 추첨제로 갑자기 바꾸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며 "좀 더 소비자 입장에서 신뢰경영을 쌓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