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중견건설사 서희건설(회장 이봉관)이 사업 다각화 일환으로 뛰어든 '지뢰제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작도 전에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봉관 회장은 지난 6월 지뢰제거 사업의 사전 업무협약(MOU)으로 자사 주가가 급등한 사이 보유 주식을 대량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당 MOU는 발표 20일 만인 6월말부터 협약해지 수순을 밟게 됐지만 이를 약 넉 달 뒤에 고지해 이 회장이 의도적으로 시세 차익을 챙겼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11일 서희건설은 한국지뢰제거연구소와 손잡고 ‘국내(DMZ 및 접경지역포함)외 지뢰제거사업’을 위한 사전적인 MOU 체결 소식을 밝혔다.

당시 여럿 전문가들이 공익성을 띠고 낮은 수익성을 가진 지뢰제거 사업에 서희건설이 뛰어든 것을 두고 의구심을 가졌지만, 신사업의 일환인 데다가 남북정상회담의 영향으로 서희건설은 남북경협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급등했다.

6월11일 1255원에 거래되던 주가는 12일 1630원으로 상승, 6월 15일 2000원 선을 돌파했고 최대 2135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이 사이 이 회장은 지난 7월31일부터 8월3일까지 4차례에 걸쳐 자사 보유 주식 661만6000주를 장내 매각했다. 앞서 6월11일 주가 1255원보다 1주당 약 500원이 상승한 1748~1750원에 매각해 약 116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봤다.

문제는 MOU 체결의 상대방인 한국지뢰제거연구소가 MOU체결 후 보름만(6월말경)에 서희건설 측에 MOU 해지 의사를 전달했다는 점이다.

당시 지뢰제거연구소 측은 “서희건설은 지뢰제거 사업 관련해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았으며 해당 사업을 홍보 쪽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마치 지뢰제거 사업을 서희건설이 주도해 나가고 있는 것처럼 홍보를 했고, 처음부터 공익 목적보다 자사 홍보를 위해 지뢰제거 사업에 발을 들여놓으려 했다”고 MOU 해지 이유를 밝혔다.

연구소 측은 이후 이 회장이 설득에도 불구하고 ‘뜻이 다르다’는 이유로 재차 거절했다. 결국 MOU는 예정대로 해지됐다. 주가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 회장이 연구소를 찾았던 시기는 이미 주식을 대량 매각하고 난 뒤인 9월이었다.

업계에서는 민간 기업에게 표면적 실익 및 수익성이 없는 지뢰제거 사업에 서희건설이 뛰어든 것은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돌고 있다.

실제로 지뢰제거업법 제정은 사업 특성상 민간에 위탁하는 것이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로 2014년부터 표류 중이다. 정부부처에서도 공익성이 우선시 돼야 할 사업에 민간 기업이 투입될 경우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려다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울러 병원, 교회, 학교 건립 등과 일반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해온 서희건설의 기술력 또한 보증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MOU가 즉시 추진이 아닌 사전적 개념이었음에도 서희건설이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점과, 이로 인해 해당 기간 주가가 상승할 때 이 회장이 주식을 대량 매각한 점은 주가 상승분의 차익을 취하려는 의도가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희건설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남북경협 사업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검토하던 중 도로 및 철도 공사에 앞서 지뢰제거가 선행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국내 지뢰제거 단체 접촉을 시도했다”며 “이 때 지뢰제거연구소와 사전 협의를 하게 됐는데, 아무래도 기업이 참가를 하다보니 수익사업으로 변질돼 언론에 보도되는 부분이 있어 지뢰제거연구소 측에서 해지를 요구해 10월에 정식 해지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주가 상승 기간 동안 보유주식을 매각하면서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관계자는 “단순히 주가가 상승해 매매했을 뿐”이라며 “만약 허위 소문을 통한 차익 취득 목적이 전부였다면 주가가 2000원 선이 넘었을 때 매매를 하지 않았겠냐”고 반문했다.

지난 6월11일 서희건설이 서울 서초사옥에서 한국지뢰제거연구소와 ‘국내(DMZ 및 접경지역포함)외 지뢰제거사업’을 위한 MOU 체결 모습. 사진=서희건설 제공

◆ ‘주택사업 포화’ 성장 한계점 봉착한 서희건설, 신사업으로 눈돌려?

이같은 '뜬금없는' 서희건설의 신사업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를 바로보는 시선이 나뉜다.  

일각에서는 서희건설이 관급공사, 교회, 병원건물 건설 및 일반 주택 건설 사업 등 주로 안정적인 사업 위주로 성장해온 만큼 현재 부동산 시장 규제, 시장 포화 등 요인으로 성장 한계성에 봉착하자 새로운 캐시카우 창출을 위한 사업다각화를 꾀하려는 측면으로 해석한다. 

지난해 7월 여주시와 맺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한 것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서희건설은 현 정부가 탈(脫) 원전, 탈 석탄 등 친환경 에너지 개발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향후 사업 탄력을 기대하고 있다.

여주시 MOU에 이어 올 7월에는 필리핀 정부와 총 사업비 약 2조2000억원 규모의 친환경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투자의향서(LOI, Letter of Intent)를 체결했다.

지난해 2월에는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 60W 규모의 ‘비금 풍력발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신안군과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약 1700억원의 사업비로 3만5000여 가구에 전력을 공급해 대규모 풍력발전 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뢰제거 사업 역시 이러한 신사업의 일환이다. 서희건설은 지난 9일 제37기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기존 건설사업 외 태양광,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나서는 내용을 의결했다. 또, 지뢰제거 장비연구 개발에서부터 해당 업무와 관련된 사업 내용 역시 주요 추진 내용을 정관해 포함해 공식적인 신사업 진출을 알렸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기존 주택사업을 영위해오던 서희건설의 특성상 아직까지는 태양광, 풍력발전, 지뢰제거 등에 대한 전문기술이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라며 “지뢰제거연구소와의 MOU가 해지된 부분 역시 기존 건설 중심 기업이 신사업에 뛰어들 때 생길 수 있는 진입장벽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말해 사업 초기 리스크를 강조했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사진=뉴스락 DB

◆ 신사업 진출의 이면, 계열사간 거래 확장 통해 지배력 강화 목적?

서희건설의 신사업을 바라보는 또다른 관점은 서희건설이 미래 먹거리 사업을 찾음과 동시에 이를 통해 계열사간 거래를 활성화하고, 아울러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여주시 유휴부지 내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의 경우 서희건설이 발전소 건설을 담당하고, 공기업 한국서부발전과 유성티엔에스가 공동으로 발전소 운영을 맡기로 했다.

유성티엔에스는 포스코 출신인 이봉관 회장이 1983년 한국신통운을 인수해 설립한 철강재전문 종합물류운송기업으로, 이후 1994년 이 회장이 서희건설을 설립해 중견건설업체로 키우면서 그룹 체제를 갖추게 됐다. 향후 서희건설의 지주사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희그룹은 ‘서희건설→한일자산관리앤투자→유성티엔에스→서희건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갖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유성티엔에스는 2016년 450억4807만원, 2017년 435억3129만원의 매출을 서희건설을 통해 올렸다. 유성티엔에스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3724억608만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10분의1이 넘는 매출을 서희건설을 통해 올렸다.

유성티엔에스의 종속회사인 애플디아이는 2016년 69억8175만원, 2017년 69억217만원의 매출을 서희건설을 통해 올렸다. 애플디아이의 지난해 총 매출액이 146억4107만원임을 감안할 때 절반의 매출이 서희건설을 통해 달성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사업만으로는 성장 한계성을 느낀 서희건설이 신사업을 통해 계열사간 협업을 확장하면서 내부거래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희건설은 과거부터 높은 내부거래로 사정당국의 주목을 받아왔다.

서희건설의 지분은 유성티엔에스가 19.15%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다. 그 뒤를 이 회장이 3.97%(5.88%에서 매각으로 인해 축소), 이 회장의 자녀들이 0.58%, 0.46, 0.45% 등을 보유하고 있다.

유성티엔에스는 자산관리회사인 한일자산관리앤투자 지분 16.72%를 제외하면 이 회장이 8.68%로 개인 최대주주에 있다. 그 뒤로 이 회장의 자녀 이도희 씨 6.01%, 이은희 씨 4.35%, 이성희 씨 3.53% 순으로, 오너 일가가 22.57%를 보유하고 있다.

또, 한일자산관리앤투자 지분 50.41%는 서희건설이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49.79%는 이 회장과 두 딸(이은희씨, 이성희씨)이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로 서희건설은 그동안 내부거래 의혹의 중심에 서있던 유성티엔에스를 지배구조 정점에 서게 해 의혹을 해소한다며 해결책을 내세웠다.

이 회장이 서희건설 보유 주식을 비쌀 때 매각해 현재 서희건설 최대주주인 유성티엔에스의 오너 일가 지분을 늘리기 위한 현금을 확보하려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이같은 배경에서 기인한 것이다.

실제로 이 회장 일가는 유성티엔에스의 지분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미 지난 7월 18일 이 회장이 약 125억원(35만6000주)에 달하는 유성티엔에스 전환사채(CB: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채권)를 매입했다. 지난 5월에도 전환사채를 매입한 바 있다.

이 회장을 비롯한 자녀들 역시 이 회장과 함께 약 4년 전부터 유성티엔에스 전환사채를 꾸준히 매입해와 지주사 지배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시선에 대해 서희건설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지배력 강화를 위한 현금 확보 목적으로 주식을 비싸게 매각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회장님은 해당 차익금을 주식담보대출 상환으로 사용해 현재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담보대출액 상환이 먼저 이뤄진 뒤 현금을 확보하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이라는 시각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쉽사리 거두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희건설 관계자는 신사업 행보에 대해 “지난 6월 지뢰제거연구소와의 MOU는 사업의 일부분일 뿐이며, 임시주총에서도 신사업을 정관에 넣는 등 당사는 향후 신사업 확장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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