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 콘스프 상세설명/사진=김재민 기자

[뉴스락] 진짜로 몰랐던 걸까, 알고도 모른 척 해왔던 걸까.

지난 16일 농심이 일본기업 ‘아지노모토’와 협약을 맺고 경기도 평택시에 즉석분말스프 생산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도의적 책임에 대한 비난이 잇따랐다.

아지노모토는 과거 군국주의 시절 일본의 전쟁범죄에 가담한 전범기업이었기 때문이다. 2012년 2월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소속 이명수 의원이 발표한 현존하는 전범기업 34개에도 아지노모토가 포함돼 있다.

1909년 설립 당시 ‘스즈키 제작소’라는 사명으로 조미료 사업을 시작한 아지노모토는,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뒤인 1946년부터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매출액 1조1502억엔을 기록한 일본의 대표 종합식품업체이자 의약기업이다.

이 같은 대형업체이자 설립 100년이 넘은 기업의 과거에 대해 농심은 몰랐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유통업계 대기업에 속하는 농심이 규모 있는 MOU를 체결하면서 과연 이 간단한 정보조차 몰랐을까.

아지노모토는 현재 국내에 지사를 두고 보노 콘스프, 혼다시 등의 제품을 수출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문득 기자는 집에 먹지 않고 3개월째 보관 중이던 콘스프 제품이 떠올랐다. 보노 콘스프였다. 후면을 살펴본 결과 보노 콘스프 제품의 국내 판매업체는 다름 아닌 농심이었다. 혼다시 제품 역시 검색 결과 아지노모토에서 수출해 농심에서 판매하는 형식이었다.

보노 콘스프 제품의 출시 년도가 2006년임을 감안할 때, 농심은 약 12년 동안이나 아지노모토의 제품을 유통해왔지만 정작 그들의 정체에 대해선 몰랐다고 답변했다.

농심은 유통계 대기업이다. 국내 라면 시장에서 굳건히 1위를 차지하고 중국 광군제 기간 하루 동안 매출 500만 위안(약 8억1600억원)을 달성할 정도의 대기업이, 국가 대기업간 MOU를 체결하면서 검색 몇 번만 해도 나오는 정보를 12년 동안 몰랐다는 부분은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전범기업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강제징용)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정부 역시 지난 21일, 2015년 한일간 위안부 합의에 따라 출범했던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일제강점기 우리 선조들이 받은 피해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농심의 이러한 모르쇠 행보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농심이 아지노모토가 전범기업임을 알았는지 몰랐는지에 대한 부분도 중요하나, 더 중요한 부분은 진실을 알고 난 뒤의 도의적 책임을 어떻게 질 지에 대한 문제다.

모르고 하는 행동은 실수가 될 수 있지만, 알고도 이를 개선하지 않는 것은 더 이상 실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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