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본사/사진=뉴스락 DB

[뉴스락] 현대자동차가 하청업체의 경영정보와 더불어 대표의 성향, 노조 여부 등 사소한 부분까지 수시로 파악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현대차는 이를 부인해왔지만 해당 문건이 발견됨에 따라 파장이 커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2차 하청업체 관계자들은, 현대차가 1차 하청업체를 통해 영업비밀이 될 수 있는 경영정보를 요구하는 문건을 보내왔다고 주장했다.

2차 하청업체였던 미래텍의 김임석 대표가 공개한 문건에는 매출액과 매출원가, 판매관리비, 영업이익 등 기본적인 기업정보를 포함해 직원 숫자, 임금 기재란이 있었다.

특히 하청업체 대표의 사업의지와 협력도 등을 우수/보통/미흡으로 나눠 평가하기도 했으며, 노조 유무 여부와 민주노총인지 한국노총인지도 기재하라고 돼 있었다.

문건을 공개한 김임석 대표는 “문건 작성 요구가 한 달에 한 번 올 때도 있고, 20일에 한 번 올 때도 있었다”면서 “현대차가 이러한 정보를 통해 단가 협상에 활용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2차 하청업체 관계자 역시 “다른 업체들에게도 요구를 한다”면서 “보통 2차 하청업체 사장님들을 만나면 이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나눠왔다”고 말했다.

하도급법 18조에 따르면 원청업체의 이러한 경영정보 요구는 부당한 경영간섭으로 분류돼 불법 행위로 간주된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공식 입장을 통해 “지난해 1월 1,2차 하청업체간 납품 분쟁이 3건이나 있어 생산라인이 멈추는 일이 발생할까봐 구매본부 실무진(대리급)이 현황 조사를 요청한 것”이라며 “재무 정보는 부품 공급 중단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 이것이 자금문제인지 파악하기 위함이었으며, 노조 정보를 파악한 것 역시 부품 공급 중단 요인이 노무적 사안에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부품 공급을 이원화할 수 있는지 물었던 질문란에 대해 현대차는 “실제 부품 공급 중단 상황이 발생할 경우 당해 부품을 즉시 다른 곳에서 공급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면서 “조사는 정기적인 게 아니라 단발성으로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원청이 2차 하청업체에 경영정보를 요구했을 때 당장 거래관계의 갑과을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이를 거절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관련 정보가 단가 협상에 이용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만큼 비난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경영정보를 요청한 자체로 하도급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현재로써는 공식 입장을 통해 해명 드린 내용이 전부”라며 “경영간섭 등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0월 25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과 정재욱 구매본부장은 하청업체 경영정보 요구 의혹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현대차는 2차, 3차 하청업체의 경영정보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으나, 이번 문건이 공개되면서 경영진이 실무에 대해 무관심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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