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재계 36위 태광그룹이 온갖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지속되는 내부거래 의혹, 일감몰아주기 논란과 함께 이호진 전 회장의 ‘황제보석’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태광은 지난 5월 계열사 수를 26개에서 22개로 줄이고 이 전 회장 등이 소유했던 계열사들도 합병, 증여 등의 방식으로 정리해 지배구조 개선 막바지 작업을 본격화했다. 이에 이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 수는 7개에서 1개로 줄었다.

당시 태광은 정부 정책에 화답하는 행보로 호평을 받는가 했지만 계열사 ‘티시스’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혼맥으로 이어진 GS그룹 계열사 ‘프로케어’ 등이 수면 위로 올랐다.

아울러 횡령·배임 혐의로 7년째 재판이 진행 중인 이 전 회장의 병보석을 두고도 논란이 뜨겁다. 이 전 회장이 간암 치료 등을 이유로 지난 2012년 보석이 허락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최근 이 전 회장이 술집과 떡볶이집 등을 자유롭게 드나들었다는 목격담과 증언이 줄을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흥국생명을 비롯한 금융계열사와 티브로드 등의 경영권 분쟁 불씨가 솔솔 지펴지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태광과 이 전 회장이 계열사의 경영권을 지키는 것에 있어 오너리스크가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

◇‘사면초가’ 태광, ‘일감몰아주기 그룹’ 오명에 '오너리스크'까지

태광은 지난 5월 지배구조 개선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지만 계열사에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여전하다. 또한 횡령 혐의로 재판이 진행중인 이호진 전 회장의 병보석이 연일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9월 금융 계열사 흥국화재가 티시스와 휘슬링락CC로부터 김치를 고가로 구매해 임직원들에게 지급한 것을 금감원이 제재를 가하는 등 이호진 전 회장 등 오너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은 지속됐다.

흥국화재가 김치를 구매한 티시스는 태광산업이 지분 46.33%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한화섬(31.55%), 이 전 회장(4.23%) 등이 나머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태광산업의 최대주주는 이 전 회장으로 15.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티시스의 내부거래 비율은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2011년 21% 수준이었던 내부거래 비율은 2013년 68%로 급증한데 이어 지난해 81.4%로 늘었다. 티시스의 최대주주가 태광산업이고, 태광산업의 최대주주가 이 전 회장인 것으로 볼때 이 전 회장에게 상당한 이익이 돌아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9월 11일 흥국생명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주관으로 '국내주식 1위 태광그룹을 통해 본 경제민주화의 시대정신'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서종규 기자

GS의 계열사 ‘프로케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여전하다. 프로케어는 2014년 11월 설립된 건물시설관리 업체로 현재 주요 수익이 흥국생명 본사 및 지사 빌딩관리에서 발생한다.

프로케어 지분은 허승조 전 GS리테일 부회장의 딸 지안, 민경씨가 각각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어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허 전 부회장은 고(故) 허만정 GS 창업주의 막내 아들로 허 전 부회장의 부인은 고(故) 이임룡 태광 창업주의 맏딸 경훈씨다. 이 전 회장에게는 큰 매형인 것.

프로케어는 이러한 혼맥을 바탕으로 2015년 순이익 6억 2400만원을 거둔데 이어 2016년 7억 4000만원, 지난해에는 9억 2800만원을 기록하며 매년 성장했다.

프로케어는 흥국생명 광화문 본사 빌딩과 서울 강남·영등포 사옥, 경기 성남·일산 사옥, 경기 용인의 흥국생명 조경관리 등을 담당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혼맥에 의한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힘이 실리는 정황이다.

뿐만 아니라 오너일가 소유의 골프장 휘슬링락CC에서 정재계 인사들에게 골프접대가 이뤄졌고, 태광 임직원들이 골프장 상품권 수십억원 가량을 계열사를 통해 사들여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태광그룹 계열사 티시스가 운영하는 휘슬링락CC 골프장에서 정관계 인사들에게 골프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보도됐다. 사진=MBC스트레이트 방송화면 일부 캡쳐.

지난 10월 MBC스트레이트는 강원도 춘천 소재 휘슬링락CC에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정진엽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귀남 전 법무부장관 등 정계 인사들과 김수일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최규연 전 조달청장, 노래대 전 공정거래위원장 등 이른바 ‘모피아’들이 골프를 쳤고 골프 금액은 태광 측이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휘슬링락CC는 티시스가 운영해온 골프장으로 회원이 아니면 예약이 안될뿐더러 회원과 동행하더라도 1인당 40~5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

태광은 정재계 인사들이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비용이 대부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계열사인 흥국증권 법인카드로 골프장 비용을 지급하기도 했다.

대주주 이 전 회장은 7년째 병보석 상태로 재판이 진행중이지만 구속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모양새다. 이 전 회장이 병보석 기간에 술집과 떡볶이집 등을 드나들며 음주와 흡연을 했다는 목격담과 증언이 잇달아 제기된 것.

이 전 회장은 2011년 1월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구속된 후 간암 치료 등을 이유로 같은해 4월 구속집행이 정지됐다가 이듬해 6월 보석이 허락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의 전 비서 등에 의해 이 전 회장이 음주와 흡연을 하는 등 병보석에 적절치 않은 행동을 보였다는 증언이 제기되면서 지난달 14일 서울고검은 법원에 이 전 회장의 병보석을 취소해달라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특히 병보석 기간 중 수백억대의 배당금을 챙겨 10년간 이 전 회장의 재산이 1조 300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드러나 더욱 빈축을 사고 있다.

◇계열사 경영권 분쟁 단초…‘오너리스크’ 정조준

태광은 그동안 지배구조가 탄탄히 유지된 기업으로 평가됐다. 이호진 전 회장의 아들 현준씨가 지주사격인 티알엔의 2대주주로 올라서는 등 3세 경영승계 작업도 착착 진행돼왔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의 오너리스크로 계열사의 경영권에 위협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이 전 회장의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실형이 확정된다면 흥국생명을 비롯한 6개 금융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지주사 전환에 있어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 계열사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경영권 위협 상대는 다름아닌 이 전 회장의 장조카 이원준씨다. 이원준씨는 고(故) 이임용 창업주의 장손으로 흥국생명과 고려저축은행 지분을 각각 14.65%, 23.2%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흥국금융의 지배구조는 보험계열사, 증권계열사, 저축은행계열사로 세 분류로 나뉘어져 있다.

이 전 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을 경우 보유 주식 10% 이상의 의결권이 제한된다. 또한 지주사 전환 과정에 있어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추가로 매각할 경우 금융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된다.

태광이 현재 티알엔을 정점으로 한 지주사 전환이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금융계열사 지분 처리는 금산분리 원칙에 의해 필수적이다. 당초 이 전 회장이 지분 전량을 매입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의결권 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고 아들 현준씨가 매입하는 방안 역시 적잖은 매입액으로 인해 쉽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전 회장이 남다른 애착을 지녔다고 전해지는 계열사 티브로드의 경영권도 위태로운 실정이다.

지난 11월 머니투데이 단독보도에 따르면 티브로드의 2대주주 IMM프라이빗에퀴티(이하 IMM)는 강제 경영권 매각과 소송 가능성 검토에 돌입했다. 태광과 티브로드가 상장을 약속하고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했지만 석연찮은 이유로 상장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 IMM은 투자 당시 맺은 경영권 동반매각권을 활용하거나 제재 수단을 가동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티브로드의 1,2대 주주인 태광과 IMM은 티브로드 지분 20.13% 투자금 회수를 위한 지분매매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가격 차이로 인해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IMM은 2014년 티브로드 지분 20.13%를 2000억원에 인수했다. IMM이 인수한 지분은 이 전 회장의 구주 10%와 티브로드가 발행한 전환우선주로 티브로드가 2017년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태광이 되사주기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티브로드는 지난해 상장에 실패했다. 아울러 이 전 회장의 오너리스크까지 겹쳐 티브로드의 가치가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IMM은 투자 당시 맺은 동반매도청구 권한과 소송을 재검토 중이다. 이 전 회장의 지분과 태광이 보유한 지분 총 79.73%를 강제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 전 회장은 동반매각권 발동 시 티브로드에 대한 경영권을 잃을 수 있는 위기에 놓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전 회장의 오너리스크가 결국 계열사의 경영권에 영향을 끼쳤다고 입을 모은다. 병보석이 취소되고 이 전 회장이 구속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대주주의 위기가 그룹의 위기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다.

재계 관계자는 “태광은 설립 후 지배구조가 탄탄한 그룹이었지만 이 전 회장의 오너리스크로 인해 경영권 등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일감몰아주기, 오너리스크 등의 문제가 그룹 전체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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