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5년 공공임대아파트인 세종시 고운동 중흥S-클래스 프라디움이 분양전환 시기 및 자격 문제를 둘러싸고 입주민들과 시공사간 극심한 마찰을 빚고 있다.

일부 입주민들은 '분양전환'을 앞두고 국토교통부 유권해석을 토대로 한 계약자 본인만 무주택이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시공사 시티건설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이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간 대립을 심화시키는 것은 시공사 측의 일관적이지 못한 태도다. 세종 중흥S-클래스 프라디움과 유사한 상황에 있었던 김포한강신도시 중흥S-클래스 파크애비뉴는 시공사(시티건설)가 입주민들의 주장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동일 사안을 두고 '그때 그때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시티건설이 다른 의도가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뉴스락>이 꼼꼼히 들여다봤다. 

세종시 고운동 중흥S-클래스 프라디움 6단지 전경/사진=네이버 로드뷰

◆ 계약 당시엔 “계약자 본인만 무주택이면 가능”, 이후 나온 대법원 판례 근거로 입장 바꿔

17일 업계에 따르면 세종시 고운동 중흥S-클래스 프라디움 6단지(887세대),7단지(572세대)는 5년 공공임대아파트로, 2013년 4월 분양해 2015년 12월 입주를 시작했다. 오는 2020년 12월경 분양전환이 완료될 예정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최초 분양 당시 청약을 통해 입주한 이들은 200~300세대에 불과해 미분양 재고가 많이 남아 약 1000~1100세대가 4순위(무순위)로 계약 체결했다. 이들은 당시 시공사 중흥종합건설(현 시티건설)로부터 계약자 본인만 무주택이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 체결한 입주자는 "(시공사 측이)2015년 12월 입주 시작 전까지 주인을 찾지 못한 계약해지 분이 많아서 이를 4순위 청약자들에게 소위 '털어내는' 과정이었다"며 "분명히 세대원은 집을 소유하고 있어도 상관없고, 계약자 본인만 무주택이면 가능하다는 설명을 반복하면서 확정분양가 84m²(25평) 기준 2억5669만원, 59m²(18평) 1억9475만원을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임대주택법 시행령(제13조 2항 제3호)에 따르면 5년 공공임대아파트는 입주자-시공사 합의에 따라 분양전환 시점을 입주한 시점을 기점으로 절반인 2.5년 앞당겨 진행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중흥S-클래스 프라디움 6,7단지 전 세대(1459세대)는 올해 6월부터 시공사와 합의를 거쳐 분양전환을 위한 서류제출 등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돌연 시공사가 태도를 바꿔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이어야 한다며 세대원 유주택인 세대를 색출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약 400여세대가 부적격세대 통보를 받았다. 즉 400여세대는 자격 미달이 돼 분양전환시점(2020년)에 집을 비워야 한다. 

시공사가 돌변한 이유에는 2015년 대법원 판례에 기인한다. 

2015년 10월 29일 대법원은 "무주택자인 임차인이라함은 임차인이 속한 세대의 세대주를 포함한 세대원 전원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아니한 임차인(2014다75462판결)으로 해석한다"고 판결했다. 공공임대아파트 공급 취지에 따른 판결이었다.

입주자들 역시 판결 자체에 대한 이견은 없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대법원 판결 이전에 계약을 체결했으며, 당연하다는 듯 계약자만 무주택이면 가능하다던 시공사가 뒤늦은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180도 입장 바꾸기'를 해 애꿎은 피해를 보게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판결 이후 시점에 분양계약을 맺은 일부 입주자들조차 "당시 시공사가 계약자 본인만 무주택이면 가능하다고 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해 비난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한 입주자는 "(시공사 측의 꼬임에 속아)시세 90% 수준인 보증금과 월 임대료까지 꼬박꼬박 내면서 몇 년을 살아왔는데 시공사의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집을 비워야할 처지"라고 말했다. 

공공임대아파트 청약자들은 당첨시 향후 3년간 다른 분양주택 입주자 선정이 불가능하고, 5년간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의 1순위 청약이 되지 않는 제약사항까지 감수해야 한다.

결국 입주민들의 혼란이 가중되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14일 시공사에 유권해석 공문을 보냈다. 국토부는 공문에서 “우리 부는 민원회신 등을 통해 세대원의 무주택여부와 관계없이 임차인만 무주택자인 경우, 우선 분양 전환자격이 있다고 보아왔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공문 발신 전 입주자 모집공고로 계약한 임차인에 한해서는 선의의 피해방지를 위해 분양전환자격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공사 시티건설은 현 시점에도 여전히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4순위 계약자 중 세대원 유주택자 400여세대에 대한 분양전환을 거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티건설 관계자는 “국토부 유권해석은 권고사항일 뿐, 명확히 어떤 명령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며 “대법원 판례 이전에 체결한 계약이라 하더라도 관련 판례가 이미 나와 있는 상황에서, 시공사 입장에선 향후 특혜 논란 등 법정 소송이 빚어질 수 있는 우려를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판례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대법원 판결 이전에 계약을 체결한 입주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왼쪽), 무주택자인 임차인을 세대주 뿐만이 아닌 세대원 전원으로 해석한다는 2015년 10월 29일자 대법원 판례문(오른쪽)/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대법원 홈페이지 캡쳐

◆ 일부 “동기간 분양전환 한 김포한강신도시는 문제없었어, 다른 의도 있을 것” 의혹 제기

일각에서는 4순위 세대원 유주택자의 소유권을 시공사가 도로 가져갈 경우 이를 매매함으로써 큰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대법원 판례를 내세우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공사가 400여세대의 소유권을 갖고 와 다시 매매할 경우 84m²기준 단순계산(2억5669만원x400세대)으로도 1000억원이 넘는 금액이 발생한다. 물론 확정분양가 총액은 분양전환을 포기할시 보증금 개념으로 청약자에게 돌려줘야 하지만, 통상 확정분양가 총액보다 실거래가가 높게 형성된다는 점으로 볼 때 차익은 발생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일부 입주자들의 이러한 주장에는 동기간 발생한 다른 아파트의 분양전환에선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되지 않았다는 점도 힘을 싣는다.

시티건설이 경기 김포시에 시공한 김포한강신도시 중흥S-클래스 파크애비뉴는 2012년 2월 입주해 5년간 공공임대아파트로 운영돼오다 지난 2017년 2월부터 분양전환을 실시했다. 대법원 판례가 있었던 시기와 맞물렸지만 세종 중흥S-클래스 프라디움과는 달리 분양전환 자격 시비는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초반 인기 물량이었던 경기권에 공급이 과잉되면서 김포시 자체에 미분양 재고가 많았는데, 이러한 간접적 영향과 높은 분양전환가 등의 이유로 파크애비뉴 분양전환을 포기하는 세대가 많았다”면서 “실제로 파크애비뉴는 지난해 2월 분양전환이 실시된 시점에서 대대적으로 신규 실입주자를 모집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한 입주자는 “파크애비뉴는 양도차익이 크지 않았으며 분양을 전환하려는 세대수가 부족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고, 확정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상승해 양도차익이 날 것으로 예상되는 세종 프라디움 아파트는 대법원 판례로 버티고 있다”면서 “이익을 위해 일관되지 않은 입장을 보이고 있는 시공사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기 직전인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입주민들은 집단으로 정부기관, 관할 시, 시공사 등에 문의를 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호소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을 내놓는 곳은 어디도 없다. 일부 입주민들은 대법원 판례를 뒤집기 위한 민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합의점 도출에 대한 <뉴스락>의 질문에 시티건설 관계자는 “현재 입주민들과 현장사무실 관계자가 정기적으로 입장차를 좁히기 위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법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합의점이 쉽게 도출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곳곳에서 발생하는 공공임대아파트의 허점, 손 놓고 있는 유관기관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공공임대아파트를 늘려가고 있지만, 동시에 앞선 사례와 같은 분양전환 자격에 대한 분쟁 역시 늘고 있어 해결이 시급하다. 

특히 국토부는 일련의 문제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유관기관임에도 대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피해사례는 더욱 늘어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분석이다.

실제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제도는 10년 뒤 형성되는 높은 분양가로 인해 사실상 ‘10년 전세’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10년간 월 임대료를 주고 거주한 뒤 감정평가금액으로 분양가를 책정 받아 이를 지불하고 소유하는 형태인데, 10년간 부동산 시세와 환율이 변동하고, 사실상 감정가가 시세에 준하는 분양가이다 보니 서민들은 막상 분양전환 시점이 돼도 분양가를 지불할 능력이 없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5년 공공임대아파트의 경우 건설원가와 감정가액의 평균치로 책정돼 통상 주변시세의 70% 선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분양가 논란이 덜하지만, 앞선 사례처럼 분양전환 자격 자체에 대한 논란은 전국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많은 미분양 재고로 4순위 청약자가 많은 지방에선 자격 문제가 더욱 발생하고 있는 추세다. 세종시 아름동 M7블록에 위치한 영무예다음(시공사 영무건설) 공공임대아파트 587세대 중 약 200세대의 4순위 입주자들은 올해 초부터 분양전환 자격을 놓고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세종시가 직접 나서 10회가 넘는 회의를 진행했으나 지난해 영무건설이 입주자들과 상의 없이 소유권을 다른 분양업체에 넘긴 사실이 밝혀지면서 합의점 도출이 막막한 상태다.

956세대가 거주 중인 세종시 도담동 그린카운티 공공임대아파트와 종촌동 세경건설 공공임대아파트 M7,M2블록 564세대 역시 내년에 분양전환 자격 검토를 앞두고 있어 논란은 지속될 예정이다. 일부 도담동 그린카운티 입주자들은 현재 진행 중인 고운동 중흥S-클래스 프라디움 분쟁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처럼 곳곳에서 공공임대아파트의 허와 실이 전국에서 드러나고 있음에도 국토부는 유권해석 공문만을 보낼 뿐 뚜렷한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피해를 호소하는 한 입주자는 “아무리 대법원 판례가 있다 하더라도 주택공급을 주관하는 정부기관인 국토부가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면 누가 마음 놓고 입주를 할 수 있겠냐”며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공공주택지원과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판례가 구속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토부는 선의의 피해자 보호를 위해 유권해석이라는 방침을 마련했던 것”이라며 “판례 이전에 계약을 체결한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토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만일 해당 분쟁이 소송까지 진행될 경우 법원의 판단에 맡겨야 하겠지만, 국토부의 유권해석이 이미 나와있는 만큼 법원이 행정부의 판단을 검토하기 수월해질 수 있다”면서 “구속력을 가진 판례가 나온 상황에서 국토부는 최선의 조치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 시티건설은...

중흥S-클래스 프라디움은 중흥종합건설(현 시티건설)이 시공한 브랜드로, 시티건설은 사명 변경 이전부터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의 차남 정원철 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해 맡고 있다. 지난해까지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율 90%를 꾸준히 기록해 사정당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원철 시티건설 사장/사진=시티건설 홈페이지

2015년 말 중흥종합건설은 시티건설로 사명을 바꿨다. 시티건설 측은 중흥건설과의 사명 혼동을 방지하고 해외사업을 활발히 하기 위함이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오너 일가 비자금 논란, 하도급 대금 미지급 논란 등이 불거진 중흥건설 그룹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06년까지 10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은 정창선 회장의 장남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 겸 중흥토건 사장은 2016년 1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아울러 시티건설은 2016년 1월 건설공사 및 레미콘 제작 위탁 후 하도급 대금과 지연이자, 어음할인료를 지급하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7억9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이는 당시 공정위가 대금 미지급 행위로 부과한 과징금 중 최고 액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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