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현대자동차가 지난 11월 27일 제네시스 G90를 출시하며 재도약에 나섰다.

이번 G90은 제네시스가 2015년 브랜드 최초로 선보인 초대형 플래그십 세단 EQ900의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현대차는 G90을 통해 3분기 실적 쇼크를 만회할 승부수를 띄웠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G90은 지난달 12일부터 2주간 진행된 사전계약에서 6713대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는 이전 모델인 EQ900의 월평균 판매 대수 669대의 약 10배에 이르는 수준으로, 쾌조의 시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출시 한 달이 지난 현 시점까지 뜨거운 관심이 지속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른바 ‘신차효과’가 다소 수그러든 가운데 평가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G90의 디자인이 미국 자동차 브랜드 ‘링컨 컨티넨탈’과 매우 유사해 개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 G90-링컨 디자인 유사 지적 잇따라…현대차가 영입한 디자이너의 영향?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90/사진=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사진을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링컨 컨티멘탈 콘셉트카(위의 두 사진), 벤틀리 플라잉스퍼(아래 두 사진)/사진=링컨코리아, 벤틀리 홈페이지 캡쳐

당초 기술력 중심으로 성장해온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에 맞춰 최근 디자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6월 출시한 소형 SUV ‘코나’는 최근 대세인 SUV 차량에 곡선형 디자인을 접목했다. 출시 직전까지 모습을 공개하지 않는 등 철저히 디자인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 출시된 G90 역시 제네시스 고유의 ‘지-매트릭스(G-Matrix)’ 디자인 디테일, 내장 소재 및 디자인 고급화, 오각형 그릴, 쿼드 램프 등을 어필하며 디자인에 주력했다.

그런데 이러한 디자인 강화 요소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도리어 발목을 잡고 있다. 일부 자동차 업계 종사자 및 각종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에서 G90의 디자인이 미국 자동차社(사) ‘링컨’의 ‘컨티넨탈’ 모델과 유사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로 G90과 링컨 컨티넨탈의 외형은 전체적으로 유사한 모습”이라며 “특히 차량 전방의 링컨 고유의 시그니처 그릴 형태와, 후방의 일자형 라이트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 디자인최고책임자(CDO)(왼쪽),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 스타일링 담당 전무(오른쪽)/사진=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업계에서는 양사 차량의 디자인이 비슷한 이유에 대해 지난 2015년 영입한 두 디자이너가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를 새로 출범하면서 벤틀리 수석 디자이너·람브로기니 디자이너 출신인 ‘루크 동커볼케’ 디자이너를 영입해 현대디자인센터장(현 디자인최고책임자(CDO))에 임명하고, 현대디자인센터 내 ‘프레스티지 디자인실’이라는 전담 디자인 조직을 구성해 본격 디자인 활성화에 나섰다. 동시에 벤틀리 총괄 디자이너 출신인 이상엽 디자이너를 현대디자인센터 스타일링 담당 상무(현 전무)로 영입했다.

이들은 벤틀리에 재직 중이던 2015년 초 출시 예정이었던 링컨 컨티넨탈 콘셉트카의 디자인이 자사 ‘벤틀리 플라잉스퍼’와 유사하다며 링컨사를 맹비난해 이슈가 된 바 있다.

당시 루크 동커볼케 디자이너는 데이빗 우드하우스 링컨 디자인 디렉터의 SNS에 찾아가 “당신은 벤틀리의 제품 도구들을 받기를 원하느냐”며 메시지를 남겼으며, 자동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링컨 컨티넨탈 콘셉트카의 벤틀리 모방 디자인은 자동차 디자인 세계에 커다란 오점을 남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의 자동차 뉴스 ‘오토블로그’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약 58.9%의 응답자가 양사 차량의 디자인이 유사하지 않다고 답해 벤틀리의 무리한 억측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그랬던 루크 동커볼케 디자이너와 이상엽 디자이너가 현대차에 영입된 후 디자인해 출시한 G90이, 링컨 컨티넨탈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눈에 유사하게 보이는 것이라면 결국 디자인의 유사 패턴이 돌고 돈다는 이야기”라며 “특히 G90은 해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브랜드와 디자인이 유사할 경우 차별성 결여라는 단점을 갖게 된다”고 조언했다.

물론 현대차가 해외 시장 돌파를 위해 의도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익숙한 디자인을 한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인터넷 보편화와 더불어 국내 시장에 수입차가 증가하는 추세에서, 눈이 높아진 내수 소비자들이 수입차와 외형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G90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딜레마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각종 자동차 커뮤니티 및 블로그의 G90 평가들

◆ 신차효과 지난 뒤 국내외에서 부진했던 현대차, G90의 흥행은 이어질 수 있을까

디자인의 익숙함을 제외하고도 현대차의 신차효과 지속성에 대한 우려는 사실 처음이 아니다.

G90의 전신인 EQ900은 2015년 말 국내 출시 당시 연평균 5000대였던 에쿠스 판매량을 이듬해 2만3000여대까지 끌어올리며 4배 이상의 실적 호조를 기록했다.

그러나 신차효과가 채 1년이 가지 못해 지난해 판매량은 1만2300여대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G90 출시를 앞둔 탓에 10월까지 6434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미국 시장에서도 신차효과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국내 2015년 출시됐던 EQ900은 이듬해인 2016년 미국에 G90이란 이름으로 출시된 바 있다. 즉, 미국 G90은 국내 EQ900과 같은 모델이며, 지난달 국내 출시된 G90보다는 한 단계 낮은 버전인 셈이다.

현대차는 2015년부터 제네시스 브랜드 G70(중형), G80(준대형), G90(대형)을 순차적으로 내세우며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업계에서도 제네시스 브랜드를 글로벌 시장에서 도요타 렉서스와 자웅을 겨룰 고급차로 기대하기도 했었다.

업계 기대와 신차효과가 맞물린 걸까. 미국 G90은 진출 1년여 만인 지난해 10월까지 누적 판매량 3624대를 기록, 미국 대형차 판매 5위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그러나 신차효과가 사라지자 미국 시장 판매량은 급락했다. 미국 G90의 지난 10월 한 달 판매량은 372대, 지난해 10월 한 달과 비교했을 때 79.2% 감소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의 미국 누적 판매량 또한 동기간 대비 45% 감소한 9281대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출시된 국내 G90을 내년 상반기 미국 시장에 출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과거 미국 G90이 글로벌 트렌드인 SUV에 밀려 실적 부진을 겪었던 만큼, 국내 G90이 기존 세단과 큰 차별점 없이 미국에 출시될 경우 똑같은 행보를 걷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G90 미국 출시 계획과 더불어 제네시스 SUV 모델인 GV80을 개발해 미국 시장에 불고 있는 ‘SUV 열풍’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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