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5시30분경 강원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 한 태양광 발전설비 ESS에서 화재가 발생했다/사진=삼척소방서 제공

[뉴스락]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안전 점검을 받지 않은 전국 1253개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공장에 가동중단을 권고한지 5일 만에 또다시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해당 공장은 앞서 9월과 11월 두 차례 점검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았음에도 점검을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정부 가동중단 권고 대상에서 제외돼, 정부의 형식적인 안전 점검이 도마 위에 올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 태양광 발전설비 ESS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리튬이온 배터리 272개가 불에 타고 건물 90m² 가량이 소실되는 등 약 3시간 만에 18억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ESS는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담당 직원이 앱(APP)으로 상황을 확인하던 중 이상을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이번 화재사고로 최근 2년간 총 17번의 ESS 화재 중 16번이 2018년 한 해에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때문에 산업부는 지난 7월 세종시 아세아제지 창고 시설 화재사고 이후 전국 ESS 사용 공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뒤 지난 11월 말부터 안전 점검을 진행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17일 충북 제천시 송학면 시멘트공장 ESS에서 화재사고가 또 발생했고, 산업부는 이 사고 직후 점검이 진행되지 않은 전국 1253개 사업장에 가동중단을 권고했다.

그러나 권고 조치 이후 5일 만인 지난 22일 삼척에서 ESS 화재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 특히 삼척 공장은 지난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점검을 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음에도 사업장이 이를 묵살해 사고를 초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점검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산업부의 가동중단 권고 조치 대상에서 제외돼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삼척 공장에 ESS 배터리를 공급한 LG화학에 따르면, 지난 9월 삼척 공장 점검 당시 누수로 인해 해당 제품의 배터리가 침수돼 가동에 적절치 않다는 점을 발견하고 개선조치를 요청했다.

이후 11월 재점검에서 개선조치가 미흡해 즉각가동중지를 요청했지만, 사업장이 ‘문제가 발생하면 내가 책임진다’며 가동을 강행했고, LG화학은 사고 책임 고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산업부는 점검이 실시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삼척 공장을 가동중단 권고 조치 대상에서 제외했다. 업계 관계자는 “점검이 해결된 것이 아닌 실시됐다는 것만으로 가동중단 권고 조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정부의 형식적인 점검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올해만 16번의 ESS 화재사고가 발생했지만, 아직까지 원인 파악의 근처도 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동안 많은 ESS 화재사고가 발생했지만 정부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상 물에 닿으면 발열 및 폭발이 쉬우며, 한번 불이 붙기 시작하면 전소될 때까지 진화가 어려워 흔적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국내 ESS 보급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지만, 그에 상응해야 할 안전 정책에 있어서는 다방면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의 실현을 위해 국내 대기업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위해 ESS 보급을 늘려가는 상황에서 관련 규제를 강화할 경우 국내 대기업이 해외로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느슨해진 규제가 무려 16건, 약 211억원의 재산피해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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