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리퍼블릭 명동 월드점, 정운호 전 대표/사진=뉴스락 DB

[뉴스락] 1세대 로드샵 신화를 써내려갔던 네이처리퍼블릭(이하 NR)이 정운호 전 대표의 부재 속에서 고군분투 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기준 NR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9억원으로, 2015년 이후 3년 만에 누적 영업이익 흑자로 돌아섰다. 2017년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4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큰 차이다.

동종업계에 있는 에이블씨엔씨(미샤)가 지난해 3분기 132억원의 영업손실을 보고, 토니모리 가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8억원, 당기순손실 35억원을 기록한 것과도 반대되는 고무적인 행보다.

이 같은 상승세는 2016년 정운호 전 대표가 원정 도박 혐의로 구속된 이후 사드(THAAD) 여파 등 악재가 겹쳐 줄곧 하락세였던 NR의 흐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 1세대 로드샵 신화의 몰락, 업계 불황 더불어 추락한 네이처리퍼블릭

NR의 창업주이자 1세대 로드샵의 신화로 불리던 정 전 대표는 2003년 더페이스샵을 설립해 2년 뒤인 2005년 200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기고 LG생활건강에 매각해 실력을 입증 받았다. 이후 2009년 장우화장품을 인수해 NR로 이름을 변경한 후 로드샵 신화를 이어갔다.

2009년 매출액 196억원으로 시작한 NR은, 2010년 474억원(전년 대비 증가율 241.4%), 2011년 907억원(191%), 2012년 1284억원(141.6%), 2013년 1717억원(133.7%), 2014년 2552억원(148.6%), 2015년 2847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성장했다.

당시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미샤, 잇츠스킨에 이어 브랜드 순위 5위를 기록하는 등 대형 화장품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나 욕심이 과했던 걸까. 2015년 10월 NR의 중국 진출 확대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장을 추진하던 과정 중 정 전 대표가 회삿돈으로 마카오 등에서 상습도박을 벌이고 면세점 비리 행위를 저지른 정황이 적발됐다.

또, 이를 감형받기 위해 법조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던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정 전 대표는 이듬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로드샵 전설’의 몰락은 중국의 사드(THAAD) 보복으로 인한 중국 관광객 급감 사태와 맞물려 실적 급락으로 이어졌다. NR은 2016년 261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전년 대비 8.1% 하락세를 기록했다. 영업손실 역시 95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 했다.

이후 2016년 말 아모레퍼시픽 대표 출신이자 업계 35년 경력의 호종환 대표를 구원 투수로 영입했지만, 오너의 비윤리적 일탈 행위로 훼손된 브랜드 이미지의 회복은 쉽지 않았다.

아울러 사드 여파로 인해 업계 전체가 불황을 겪음에 따라 여러 브랜드 화장품을 모아서 파는 편집숍 형태의 헬스앤뷰티숍(H&B) 매장이 등장하고, 온라인 채널이 강화되는 등 내수 경쟁이 과열되면서 로드샵의 부활은 멀어져 갔다.

◆ 업계 불황에 꺼내든 자구책, 가까스로 흑자전환…지나친 긴축은 독?

이에 호 대표는 실적 악화 극복을 위해 비효율 매장을 정리하고 철저히 안정성에 주력한 경영 내실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게 된다. 2017년부터 국내 적자 점포 50여곳을 정리하고, 가맹점 이탈을 막기 위해 직영점 확대 전략을 펼쳐 전국 701개 점포 중 454개의 지점을 직영점으로 두며 실적 관리를 지원했다.

대외적으로는 해외 신규 시장 공략에 나서 미국, 중국, 일본 외에 미얀마, 태국, 몽골, 인도네시아 등 17개국으로 저변을 확대했다.

호 대표의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NR의 2017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 하락한 222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75억원 감소한 16억원을 기록해 적자를 줄였다.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9억원을 기록, 흑자로 전환했다.

NR 관계자는 “자사는 업황이 악화된 상태에서도 수익 개선을 위해 지난 1년간 부단히 노력했다”면서 “흑자전환 한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해외 신규 시장 확대 등 성장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NR이 긴축적인 자구책을 통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이는 시장 진출이나 제품 판매량 증가 등 플러스 요소가 아닌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줄여서 얻은 성과”라며 “장기적으로 볼 때 확실한 캐시카우가 있어야 하지만, 업계 현황을 볼 때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NR이 적자를 탈피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비효율적인 매장을 정리하고, 다수의 매장을 직영점으로 전환해 실적을 직접 관리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긴축적 정책이 무리가 될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이는 지난 2일 폐업한 네이처리퍼블릭 명동 센트럴점 사례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지난 2일 NR은 ‘네이처리퍼블릭 명동 센트럴점’이 폐업을 했다고 밝혔다. 명동 센트럴점은 지난 2014년부터 NR이 직영점 형태로 운영해온 매장으로, 센트럴점 외 명동 내 같은 동선에 4개의 매장이 있어 이들이 NR의 랜드마크 역할을 해왔다.

특히 명동 월드점의 경우 해마다 표준 공시지가가 발표될 때마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값’으로 불려 간접적인 홍보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효율 매장 정리 정책의 일환으로 폐업을 결정하게 된 명동 센트럴점의 사례를 볼 때, 인근의 매장 역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는 것이 벅찬 상황일 수 있다”며 “부정적인 도미노 효과가 발생하기 전 또다른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NR 측은 명동 센트럴점 폐업 사유에 대해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폐업을 결정한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NR의 화장품을 구매하는 데는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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