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한토막] 재벌 개혁 바람이 거세다. 장미 대선을 한달여 앞두고 대선주자들은 저마다 색다른 재벌 개혁을 표방하며 민심 잡기에 혈안이다.  이 혼탁한 바람을 타고 일부 언론 및 단체에서는 '만약 OO그룹이 부도난다면...' 마치 한국 경제가 와해될 것 처럼 선동질 하고 있다. 주장의 요지는 한국 경제의 허리를 떠받치고 있는 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오너의 잘못을 눈감아주고 구제 방면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나라가 산다고 한다. 언뜻 듣기로는 수긍도 간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 현재 재벌 개혁의 초점은 잘못돼 있다.  대기업 법인체가 아닌 대기업 오너 일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재벌 개혁=대기업 개혁이 아닌 재벌 개혁은 대기업 오너 일가의 개혁이어야 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대부분이 살려고 최선을 다한 죄 밖에 없을 것이다. 직원들에게는 글로벌 위기이니 허리띠를 졸라메야 한다면서 온갖 부정을 저지른(시킨) 오너(일가)가 문제다. 힘든 시기를 슬기롭게 넘겨야 한다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안정을 시켰더니, 정작 체질 개선을 이뤘다며 수십억원의 연봉을 챙겨간 것도 모자라 연봉의 곱절은 되는 배당금도 또 따로 챙겨갔다.

한발 양보해서 경영을 책임지는 오너는 그렇다치자. 오너의 사돈의 팔촌에 세살배기 갓난아이까지 체질 개선의 혜택을 봤다. 직원은 내쫓기고 살아남은 직원도 연봉이 삭감됐다. 

챙길 건 다 챙기고 나니 또다시 위기라며 직원들에게, 국민들에게도 으름장을 놓는다.

또다시 한발 양보해서 자본주의 시장 경제이니깐 그렇다치자. 이 갓난아이도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을 뿐인데. 부러워하면 지는거다.

하지만 수십억원의 배당금을 받고 또 받고, 그래서 회사 지분을 사들이고, 이도 모자라 회사를 하나 만들어 그룹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몰아받고 그래서 상장시켜 또 배당금 챙기고...이 모든 과정은 이 갓난아이가 커서 해외 유학 시절에 이뤄진다. 열심히 해외 선진 경영 기법과 철학을 배워서 귀국하면 바로 임원이다. (일부 오너 자제 중에는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이도 있다.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그렇다는 것이다.)   

합당한 증여세 등 세금을 내는 건 또 아까워해서 해외에서 배워온 선진 경영 기법을 활용한다. 합병, 분할, 또 합병 등을 통해 계열사 및 지분쪼개기와 붙이기를 반복하다보면 세무당국으로부터 맞았던 세금폭탄은 (대형 로펌을 앞세워 불복소송 한번 걸면) 어느덧 폭죽수준이 돼있다. 자연스레 당국이 쳐놨던 일감몰아주기 과세란 그물망도 빗겨나가는 그야말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도랑치고 가재잡는 선진 기법이다.

기법은 가지가지다. 금융실명제가 도입된지가 까마득한 옛날이지만, 아직도 차명계좌를 통한 은닉이 통한다. 재벌 오너 일가가 아니고서야 가능할 수도, 엄두도 못낸다.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니 은닉 지역도 글로벌적이다. 케이만군도 등 해외 조세피난처에도 은닉하고, 해외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부동산도 회삿돈을 빼돌려 사놓는다. 적발되면 기껏 수천에서 수억원 정도 벌금을 내면 그뿐이다.

나아가 죄가 확정되더라도 특사로 풀려나면 그땐 재산을 사회환원한다고 하면서 정작 설립된 재단은 오너 일가의 일원 중에서 재단 이사장으로 앉힌 뒤 또다른 조세피난처 역할을 한다.

현재 대주주 의결권 제한을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두고 재계는 반대한다. 하지만 이는 부정확하다. 재벌 오너(일가)가 반대한다는 것이 옳다. 제2의 소버린 사태를 운운하지만, 정작 속내는 아직 지배구조를 개선하기에는 내야할 세금이 많을 뿐더러 승계 작업에도 지장이 생긴다. 

또 말한다. 국익 확대를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할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에 몰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이렇게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투철하면서도 정작 군대간 오너 일가 일원은 몇 안된다.

원정 출산으로 도마에 오른 오너가 일원도 있으며, 외국 국적인 자도 수두룩하다. 특히 한국 방위 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기업의 오너 일가 중에도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한때 인기 절정의 남자가수 유모씨는 병역 기피 논란을 일으켜 10년을 넘게 고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 베테랑, 내부자들에서 나오는 조악한 재벌 오너(자제)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많게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이쯤해서 재벌가의 적폐 열거는 그만해야 겠다. 한토막이 아닌 열토막이라도 모자르니깐.

기업은 규모가 크든 작든 차별없이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과 형평성 있는 제도 속에서 성장해야 한다. 

재벌 오너 일가가 기본을 지키다면 더이상 '재벌 개혁' 운운하는 이들로부터 책잡힐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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