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숨진 전 삼성SDI 연구원 황모씨를 추모하는 글/사진=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카페 캡쳐

[뉴스락] 삼성SDI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노동자 황모(32)씨가 백혈병으로 숨진 가운데 사측의 모르쇠와 산업재해 신청에도 1년 가까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근로복지공단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삼성SDI 반도체용 화학물질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황씨가 백혈병으로 숨졌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에 따르면 황씨는 2014년 5월부터 삼성SDI 수원사업장 클린룸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반도체용 화학물질 개발 업무를 맡아왔다. 황씨는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 여러 독성물질에 노출돼 있었다.

이로 인해 황씨는 3년 뒤인 2017년 12월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게 됐고, 지난해 3월 근로복지공단 수원지사에 산업재해 요양급여 신청을 했다. 그러나 공단은 1년 가까이 아무런 답변이 없다가 황씨가 숨졌다는 보도가 나온 후에야 산재 조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통상 산재 신청이 접수되면 6개월 내 역학 조사를 의뢰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지체된 것. 반올림 측은 “만약 산재 처리 과정이 좀 더 빠르게 진행됐더라면 황씨가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황씨가 산업재해 요양급여 신청을 했던 근로복지공단 수원지사 재활보상부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담당 직원의 업무 처리 과정에서 다소 지체된 부분이 있었다”면서 “현재 감사팀 차원에서 과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징계 및 보완해야 할 부분은 조사 종결 후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반올림에 따르면 황씨는 발암물질을 다루는 공간에서 보호 장치 없이 근무를 하고, 사전 안전교육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담당하는 삼성SDI 측은 모르쇠로 일관해 빈축을 사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고인께서 실제 그런 환경에 처해있었는지, 반올림 측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주장이 사실로 밝혀졌을 시 산업재해 및 보상 조치가 될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산업재해 부분은 정부기관이 판단할 문제”라고 일축했다.

반올림 측은 “2007년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던 황유미 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삼성의 전자계열사들이 생명이 위태로운 방식으로 일을 시키고 있다”며 “그동안 삼성전자와 삼성전기·삼성SDI 노동자 중 반올림에 제보한 백혈병 피해자만 104명이고, 이 중 60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반올림은 이어 “인구 10만명당 몇 명이 걸린다는 백혈병으로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데도 기업은 화학물질이 영업기밀이라며 공개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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