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3월 주주총회 시즌이 개막했다. 매년 주총때마다 기업의 현안 이슈와 함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 중 하나가 '배당'이다.

배당은 기업이 지난해 거둔 실적을 바탕으로 주주들에게 각자의 지분율 만큼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배당은 늘 주총 시즌을 앞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실적이 좋지 않아도 배당을 높게 책정해 구설에 오른가 하면, 실적이 좋았음에도 그만큼의 배당을 하지 않아 논란인 기업도 부지기수다. 

재계 전문가들은 고배당이나 저배당이나 하나같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고배당과 저배당 모두  결국 회사와 오너일가의 곳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배당 논란에 이사회를 원인으로 꼽는다. 기업 이사회의 구성원들인 이사들이 결국 오너일가의 영향력 하에 있는 인물들로 구성돼 있고, 이들이 안건에 대해 이른바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논란에 노조 추천 사외이사제 안건 등 대안의 태동 조짐이 보였지만 결국 ‘재벌’이라는 대기업 오너 중심 재계 특성상 이마저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올해 주총을 앞두고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함께 저배당 기업들에 대해 칼날을 겨누고 있고, 일부 기업들이 백기를 들며 배당을 늘리고 있다.

2018년 10대 재벌 총수 배당금 현황. 자료=재벌닷컴.

◇‘친주주’는 결국 ‘친오너’?…올해도 여전한 배당 잔치

지난해는 기업들의 실적 호조와 주주가치 제고로 10대 그룹 산하 상장사 배당금이 역대 최대치에 달했다.

5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그룹 총수의 2018회계연도 배당금을 집계한 결과 7572억원으로 전년 5318억원 대비 42% 가량 늘었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실적 하락에도 불구하고 고배당 기조를 유지, 국내 전체 상장사의 배당금 총액이 3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재계 1위 삼성그룹 계열사 삼성카드와 지난해 어닝쇼크의 충격을 맞은 재계 2위 현대차그룹 등이 고배당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카드는 카드업계의 부진과 각종 페이와의 경쟁 등 악재로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4786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5.3%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345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가량 줄었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카드는 1708억원을 배당금으로 책정했다. 이는 주당 가격 1600원으로 현금배당성향은 전년 대비 6.94% 높은 49.46%다.

재계에서는 결국 삼성 오너일가로 배당금이 흘러간다고 지적한다. 삼성카드의 최대주주는 71.86% 지분을 보유한 삼성생명, 삼성생명은 이건희 회장(20.76%)과 삼성물산(19.34%)이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30% 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다. 이재용 부회장(17.08%)을 비롯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각각 5.4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 또한 지난해 어닝쇼크에도 불구하고 정몽구 회장 등 오너일가에 1000억원 가량의 배당금이 돌아가 논란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정 회장 등 현대차그룹 오너일가는 지난해 결산배당금 700억원을 비롯 중간배당금 250억원 가량을 더해 1000억원 가까이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계열사들 또한 오너일가 배당금에 한 몫 했다. 정 회장 등 오너일가는 현대차에서만 656억원 가량의 배당을 챙겼고, 기아차, 현대제철, 이노션 등 계열사들로부터 300억원 가량의 배당을 받았다.

이외에도 동서식품, 이연제약, 비비안 KCC, 롯데쇼핑, 한국씨티은행, BNK금융지주 등이 고배당을 실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을 높게 책정했다는 친주주 성향이 친오너 성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분석한다. 소액주주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분을 결국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주주가치 제고’의 양면성이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맨 위), 대한항공 본사(아래 좌), 남양유업(아래 우). 사진=뉴스락DB/남양유업 제공.

◇저배당에 칼 뽑은 국민연금…‘따르거나’, ‘거절하거나’

저배당도 문제이긴 매한가지다. 회사가 1년 간 성과를 거둔 것에 비해 주주들에게 골고루 ‘열매’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최근 국민연금이 저배당 기업들에게 배당확대를 요구해 일부 기업들이 배당을 확대하고 있다. 물론 국민연금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절한 기업도 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의 칼날이 처음으로 겨눠진 기업은 지난해 시련의 한해를 보낸 한진그룹이다. 국민연금이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에 대해 정관변경에 있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행동주의 펀드 KCGI 또한 주주가치 제고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한진그룹은 ‘한진그룹 비전 및 한진칼 경영발전방안’을 통해 대대적인 주주환원 정책과 사업구조의 선진화, 지배구조 개선, 경영 투명성 강화 등을 밝혔다.

국민연금은 현대그린푸드의 저배당 논란에도 팔을 걷어 붙였다. 현대그린푸드는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자 지난해 주당 80원이었던 현금 결산 배당을 210원에 시행하겠다고 공시했다.

반면 국민연금의 배당확대 요구에도 거절 의사를 표한 기업들도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 11일 국민연금의 배당확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절했다. 배당을 확대할 경우 일반 소액주주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에게 배당이 돌아가 결국 주주권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실제 남양유업의 최대주주는 홍원식 회장으로 51.6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특수관계인 지분 2.17%를 합하면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53.85%다.

국민연금은 또한 남양유업에 이사회와는 별도의 위원회를 만들어 배당 정책을 관리하도록 하는 정관변경을 제안해 주총에서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지만 통과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고배당·저배당, 결국 오너일가 곳간 채우기…시장 비판 나서야

일각에서는 실적악화에도 오너일가가 막대한 배당금을 챙기는 고배당은 물론, 호실적에도 배당을 확대하지 않는 저배당도 주주가치를 해치는 것 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회사와 총수일가의 곳간만 두둑해 진다는 지적이다.

‘허울’ 뿐인 이사회를 탓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이사회 구성원들이 이른바 ‘거수기’ 역할을 할 뿐 배당 정책을 제대로 제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분 다수를 보유한 주주 외에 소액주주, 노조 등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실제 KB국민은행 노조는 2017년 이후 주총에서 사외이사를 직접 추천하고 있다. 비록 세차례 모두 사외이사 선임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이같은 움직임이 주총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태동’ 격 행보라는 기대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상장사 소액주주들은 사실상 주주권 행사보다는 이익 창출을 우선시 하는 것이 대부분인 실정이다. 배당, 안건 등을 둘러싼 우리나라 주총의 문제점이 이같은 구조에서 나온다는 지적도 적잖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의 특성상 ‘재벌’, ‘오너’ 중심의 기업형태와 정경유착 등으로 인한 재제수단 미비 등이 문제점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주주들에게 배당은 마땅히 돌아가야 하지만 이같은 주주가치 제고가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이어 “법률적인 제도 마련 이전에 사회적인 비판이 필요하다”면서 “소비자들을 비롯한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시장에서의 평가를 통해 대주주 편향적인 기업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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