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위), 대한항공. 사진=서종규 기자

[뉴스락] 이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현대차그룹과 한진그룹이 행동주의 펀드의 정면 대결을 앞두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한진은 각각 오는 22일과 27일 정기 주총을 앞두고 있다. 엘리엇, KCGI 등 행동주의 펀드는 현대차와 한진에 배당, 주주제안,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을 제안했지만 두 그룹은 난색을 표하는 모양새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은 현대차와는 그야말로 악연이다. 엘리엇은 지난해 현대차가 발표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철회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엘리엇은 올해 현대차 정기 주총을 앞두고도 서신 등을 보내 현대차를 압박했다. 특히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주주제안을 통해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했다. 엘리엇은 현재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3.0%, 2.6%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각각 주당 2만 1967원, 2만 6399원의 배당을 제안했다. 배당총액으로 환산하면 현대차의 배당액은 우선주를 포함해 5조 8000억원, 현대모비스의 배당액은 2조 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책정한 배당금 대비 5배 가량 높은 금액이다. 특히 지난해 현대차의 당기순이익 1조 6450억원보다 3.5배 가량 높다.

엘리엇은 지난해 4월 현대차와 모비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한 후 현재까지 주가 하락으로 34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때문에 엘리엇이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려 현대차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또한 향후 현대차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함이라는 시선도 있다.

이에 현대차는 이사회를 기존 9명에서 11명으로 늘리고 세계적인 전문가들을 사외이사 후보로 제안하고 향후 5년간 R&D 등에 45조 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주총을 앞두고 이른바 ‘주심’을 사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조현민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 등 총수일가의 갑질로 물의를 빚은 한진그룹도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의 정면 대결을 앞두고 있다.

KCGI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에 감사·이사 선임 및 이사 보수한도 제한 등 안건을 제안했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에도 반대표를 던질 전망이다.

조 회장 등 총수일가의 갑질과 범법행위로 회사의 가치가 떨어진 것에 대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KCGI의 자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 지분 10.7%를 보유한 2대주주다.

또한 KCGI는 지난 2월 법원의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결정으로 송부받은 한진칼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대한항공 임직원 명의의 주식 224만주를 발견해 한진칼 측에 소명을 촉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이에 대한항공은 최근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들에게 회사에 우호적인 의결권 행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엘리엇과 KCGI의 제안이 다소 무리한 요구로 비춰질 수 있다"며 "하지만 주총에서의 표대결에서 소액주주와 국민연금 등 변수가 있어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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