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요한 저 | 더퀘스트 | 2018년 10월 25일

[뉴스락] "우리는 왜 인간관계가 힘이 드는가"

인간은 인간을 벗어날 수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를 갈망하고 적대하고 사랑하고 벗어나려 한다. 이러한 갈등과 화해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인간관계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인간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들은 없다.

<관계를 읽는 시간>은 우리가 왜 건강한 관계를 갖지 못했는지 명쾌하고도 감동적으로 설명한다. 늘 눈치를 보며 다른 사람을 위해 배려하는 착해 빠진 바보 같은 사람들, 상대가 부탁을 해 오면 거절하지 못하고 과한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들,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꺼리고 까칠하게 대하는 사람들, 타인을 조종하고 지배하려는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들의 심리를 정확히 진단했다. 작가는 순응형, 돌봄형, 방어형, 지배형으로 이들을 나누었다.

지금 혹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불편해 질까봐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순응형’ 인간이다. 작가는 이들이 ‘관계의 불편함’을 유독 견디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사소한 갈등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관계를 불편하게 만드느니 차라리 자신이 양보하고 희생하는 편이 더 마음 편한 사람들이 이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불편한 관계를 기피하는 이유는 갈등이나 불편함을 ‘파국’으로 느끼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순응형인간에게 ‘거절’은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들은 ‘거절’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작은 거절에도 심리적 고통을 심하게 느끼는 유형이다.

돌봄형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을 헌신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누군가를 돌봐야만 살 것 같다는 기분이 드는 사람들이다. 본문 중에 나오는 영호는 아버지가 의처증을 앓고 있었고 이 때문에 어머니의 삶은 너무나 고됐다. 끊임없는 아버지의 폭언과 의심은 어머니의 인생을 참혹하게 만들었다. 명호는 이러한 어머니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어머니는 명호에게 “네 덕분에 엄마가 산다”라며 그에게 나지막한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를 기쁘게 하는 것이 그의 삶의 이유였다. 어린 시절부터 다른 사람에게 절대 상처를 주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온 명호가 되어버린 것이다. 명호가 결혼을 하자 영호의 이런 성향이 문제가 되었다. 명호는 끊임없이 아내에게 “뭐 필요한거 없어?”하고 물었다. 아내가 살림에 재미를 붙여가자 그는 살림에 신경쓰지 말고 가사 도우미를 쓰라며 운동과 취미생활을 하라고 권유했다. 아내의 친구들은 아내를 부러워 했지만 아내는 자신의 행복을 의심했다. 자신이 주인의 자상한 보살핌을 받는 행복한 강아지가 아닌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어른인 당신의 관계가 계속 힘들다면 
‘관계의 틀’부터 살펴보라

‘돌봄형’이 된 이들은 ‘나는 누군가를 잘 돌봐야만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기 기준을 갖게 된다고 작가는 말한다. 힘들어하거나 문제가 있는 사람과 가까운 관계를 맺고 그 사람을 변화시키려고 애쓴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파국으로 치닫게 되고 노력을 하면 할수록 이상하게도 상대의 문제는 더욱 악화된다. 도움을 주는 자신도 에너지가 소진된다. 이들의 문제는 뭘까. 작가는 이들이 상대가 스스로 서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의지하도록 돕는다고 분석한다. 자신으로 인해 상대의 감정이나 삶이 달라지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상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다른 사람을 조종하려는 사람들이다. 그 조종이 노골적인 통제나 폭력적인 방식이 아니라 일방적인 돌봄이라는 은밀한 방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상대는 이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작가는 ‘돌봄형’이 대한민국의 부모와 자녀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계라고 말한다.

방어형은 늘 자신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나는 나 너는 너’라는 개념이 분명하다. 본문에 나오는 현주는 어린 시절부터 모든 것은 혼자서 해결해 왔다. 부모가 갈등 끝에 이혼을 했고 그 과정에서 현주를 맡지 않으려고 옥신각신했다. 그녀는 결국 친할머니의 손에 맡겨졌고 어머니도 아버지도 찾아오지 않았다.할머니가 건강이 악화되자 엄마가 현주를 데려갔다. 현주는 행복했지만 어머니는 그렇지 않았다. 어머니는 만나는 남자가 있었고 그 남자에게 잘 보이라고 신신당부 했다. 엄마와 남자, 현주가 식사를 하는 시간에 무표정하게 있거나 밥을 맛있게 먹지 않으면 엄마는 화를 냈다. 엄마는 “나는 너 키우려고 있는 말 없는 말 다하는데, 넌 맛있게 먹는 척도 못해!”라며 소리쳤다. 그리고 엄마는 공부에 집착했고 “딸 출세시키서 엄마 팔자 고쳐보자”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현주는 엄마한테 의지하고 그 남자의 돈으로 생활한다는 게 몹시 자존심 상했지만 어른이 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현주는 이제 30대 후반의 커리어 우먼이다. 그녀는 지방 소도시의 대학에서 교수로 일한지 1년가량 되었다. 그녀는 일하는 것은 만족했지만 인간관계가 힘들었다. 현주는 ‘왜 대한민국은 남의 일에 신경 쓰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일까’ 생각했다. 현주는 다른 교수의 방에 좀처럼 찾아가지 않는데 다른 교수들은 거리낌 없이 그녀의 방을 찾아왔다. 현주는 불편하고 침범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들은 “화장품은 뭐 쓰세요? 결혼은 왜 안하세요? 서울 그 동네 시세는 어떻게 되세요?” 등등 대답하기 싫은 것들을 시시콜콜하게 물어왔다.

작가는 방어형 사람들은 관계에서 늘 선을 긋고 거리를 둔다고 분석한다. 이들의 핵심 문제는 ‘불신’이다. 이들은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에서 ‘친밀함’ 이전에 ‘위협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들은 유년기부터 ‘관계의 고통’을 느끼기 보다 ‘혼자 있는 외로움’을 선택한 것이다. 작가는 방어형에게 ‘관심’은 간섭‘과 별 차이가 없다라고 말한다. 자신이 요청하지 않은 관심은 간섭이고 오지랖이고 침범이다.

지배형은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다. 작가는 ’자아중심성‘이 엄청남 이들은 자신감으로 가득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자신감은 ’자존감‘과는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의외로 작은 비판과 작은 좌절에도 심한 수치심을 느낀다고 분석한다.

본문에 등장하는 경화는 아름답고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었고 좋은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아가씨였다. 그녀에게는 끊임없이 구애를 하는 남자친구들이 있었다. 남자친구 A와 사귀게 된 경화는 요구하는 게 많았고 짜증을 자주 냈다. 남자친구는 힘들었지만 그녀를 달래주고 들어주었다. 경화는 그럴수록 더욱 더 남자친구를 심부름꾼처럼 부렸고 자기 뜻대로 하려고 했다. 그러던 어느날 남자친구는 경화에게 ’이별‘을 선고 했다. 그녀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작가는 경화의 연애는 사랑이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경화와 남자친구는 스타와 열성팬 같은 관계였다. 경화는 남자친구가 자신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가는 경화가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남자친구에게 위로를 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짜증을 내고 상대를 깍아내림으로써 자신의 힘과 우월감에 도취됐다고 분석했다.

경화가 같은 이들의 관계는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작가는 이들이 상대에게 끊임없는 인정과 찬사를 받는 것과 상대를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의 우월감을 확인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들과 친밀하게 관계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은 둘 중 하나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의 언어는 매우 직설적이고 판단적이고 지시적이다. 이들 앞에서는 ’내가 잘못했지만 너도 잘못한 게 있잖아‘와 같은 접근은 통하지 않는다. 이들은 “너는 뭘 잘 몰라.” “넌 너무 이기적이야.” “넌 너무 우유부단해” 라고 공격한다. 이들은 상대를 개조시키려고 한다. 이들에게 ’우월감‘은 정신적 주식이다.

작가는 잘못된 인간관계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때 건강한 ‘바운더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가가 말하는 바운더리란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자아와 대상과의 경계이자 통로’다. 우리는 서로 너문 가까운 바운더리를 가지고 있어서도 안되고 너무 먼 바운더리를 가지고 있어서도 안된다. 너무 폐쇄적이서도 안되고 너무 개방적이어서도 위험하다.

바운더리가 건강한 사람은 본인과 인간관계에서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있다. ‘정신적 소화능력’이 있는 것이다. 작가는 바운더리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과 비판을 같이 하기를 요구한다. 자신의 감정이 어디에서 오는 감정인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이 원하는 ‘관계를 위한 노력’이 사실은 관계를 더 악화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작가는 인간관계에도 ‘틀’이 있다고 설명한다. 일정한 모양의 빵을 구워내는 빵틀처럼 인간관계에도 틀이 있다는 것이다. 이 틀 때문에 다른 사람을 만나도 같은 형태의 잘못된 인간관계를 하고 있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끊임없이 친구에게 잘 해 주고 있는가. 돈을 빌려달라는 말에 거절을 하지 못하는가. 다른사람이 본인에게 신경쓰는 것이 버거운가, 다른 사람을 탓하며 공격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지금 <관계를 읽는 시간>의 책장을 넘겨야 할 때다.

이미지=yes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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