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 현대건설 본사/사진=김재민 기자

[뉴스락] 회사 명의의 법원 공탁금을 빼돌려 도박 자금으로 사용한 현대건설의 대리급 직원 A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지난달 말 덜미가 잡힌 A씨는 2016년부터 공탁금을 빼돌려온 혐의가 뒤늦게 확인돼 결재과정의 허술함이 지적되고 있다.

5일 경찰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2일 A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3시30분경 대전지방법원을 찾아가 회사가 법원에 맡긴 공탁금 47억4900만원에 대한 회수 청구를 신청했다.

통상 공탁금이 거액이라 이를 회수할 때 계좌입금신청서를 작성해 회사 통장으로 송금되는 형식이나 A씨는 현금과 수표로 직접 출급을 신청했다. 그렇다고 이것이 위법은 아니었다.

그러나 관련 사건이 확정되기 전에 공탁금 회수를 신청한 것을 이상하게 여긴 법원 직원이 A씨를 대기하도록 한 뒤 현대건설 대표번호로 전화해 공탁출급 신청 건을 확인한 결과, 해당 요청이 없었던 것이 드러났다. 이후 현대건설 직원 및 경찰이 출동했으나 A씨는 이미 도주한 상태였다.

같은 날 현대건설은 A씨를 고소했고 A씨는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자수했다. 문제는 A씨가 이번 공탁금 횡령 시도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A씨는 지난 2016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다른 법원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공탁금 64여억원을 가로채왔다. 그러나 법원 관계자는 의심하지 않았고, 현대건설 측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가 최근 사건으로 인해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법원 공탁금이 재판 특성상 장기간 예치돼 있고 이 점을 악용한 담당 직원이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이며, 당사는 이를 빠르게 파악하고 고발장을 접수했다”면서 “더 자세한 내용은 당사 역시 경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A씨는 경찰 수사에서 빼돌린 공탁금을 마카오 원정 도박 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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