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의 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K'/사진=코오롱생명과학 제공

[뉴스락] 코오롱생명과학의 관절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에서 종양 유발 세포가 확인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통·판매 중단 조치를 내린 가운데, 코오롱생명과학이 이를 인지하고도 한 달 뒤에나 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식약처는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K’ 2액에 허가와 다른 종양 유발 세포인 GP2-293세포(신장세포)가 들었다며 유통·판매 중지를 명령했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세포인 1액(HC)과 TGF-β1 유전자를 담은 형질전환세포(TC)인 2액으로 구성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다. 문제는 최근 검사 결과 TC가 연골세포가 아닌 GP2-293세포(신장세포)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293세포는 성장인자를 대량으로 만들어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다.

식약처는 “지난달 22일 코오롱생명과학이 미국 임상시험 중 이 같은 사실을 접했다며 식약처로 알려왔고, 일주일 뒤인 29일 최종 결과를 보고함에 따라 31일 유통·판매 중지 보도자료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이 이를 2월 말에 인지하고도 약 한 달 뒤인 3월 말에나 식약처에 보고했다는 지적을 하면서 늑장 보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 약사법에 따르면 제약사는 의약품과 관련해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15일 이내에 식약처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은 공식입장을 내고 “미국 파트너사 ‘바이오 릴라이언스(BioReliance)’로부터 WCB(Working Cell Bank, 제조용 세포은행)에 대한 STR(Short Tandem Repeat: 유전자 염기서열반복검사) 분석 중 일부 데이터에서 형질전환세포(TC)가 연골세포 아닌 ‘293유래세포’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유선으로 전달 받았다”면서 “당시 시점은 시험 과정 및 데이터에 대한 검증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단계였기 때문에, 해당 데이터가 신뢰성 있는 정보인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어 “한국 WCB 및 제품에 대한 STR시험을 미국 위셀(Wicell)사에 의뢰하고 지난 3월 14일 검체를 발송하는 등 사실확인에 대한 노력을 하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미국 임상 결과가 전달됨에 따라 이를 식약처에 알리고 자발적으로 출고를 중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의무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은 “의약품등의 제조업자는 의약품등으로 인해 발생됐다고 의심되는 유해사례로서 질병·사망·장애 등 중대한 약물이상 반응을 알게 된 날로부터 15일 이내 보고”라면서 “문제 가능성에 대한 사실확인이 필요했고, 중대한 이상반응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반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약품 성분에 대한 문제점을 식약처에 즉각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 자체에 대한 비판과, 15년 동안이나 제조사가 약의 성분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했다는 점에 대한 지적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공식입장 전문/사진=코오롱생명과학 홈페이지 캡쳐

이번에 불거진 성분에 대한 논란은 15년 전 실험에서 발생한 오류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개발 초기 TC를 분석해 ‘GP2-293’ 또는 ‘연골세포’가 유래세포일 것이라고 범위를 좁혔다. 이 중 GP2-293의 특성인 개그(Gag) 유전자와 폴(Pol) 유전자는 음성으로 나온 반면, 연골세포의 특성인 콜라겐과 TGF-β1,2 수용체는 각각 발현돼 이를 근거로 연골세포로 판단했다.

그러나 최근 첨단 기술인 STR 검사에서 GP2-293의 유전학적 특성을 파악한 결과 TC의 유래세포로 확인되면서 15년 만에 결과가 뒤바뀌게 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에 대해 “당시에는 최근과 같은 STR 검사가 보편화되지 않았고 가이드라인도 없었다”며 억울함을 표했지만, 15년 동안이나 제조사가 제품의 성분을 몰랐다는 점과 해당 제품이 허가를 받게 된 전 과정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93세포의 종양 유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공식입장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은 “TC의 종양원성(종양 유발 가능성) 자체는 미국 전임상 단계에서부터 알고 있었다”면서 “이는 당시 미국 FDA에서도 확인한 내용이고, 이에 권고치 이상으로 방사선량을 높인 뒤 24시간 이내 사멸하는 TC를 44일 동안 추가 관찰한 뒤 출고해 안전성을 확보해왔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유전자치료제는 특성상 변이 또는 전이 가능성이 높은 의약품으로, 성분에 대한 안전성이 입증됐다 하더라도 그 위험요소가 높다”면서 “미국 임상 실험에 쓰인 세포와 국내에서 의뢰한 세포의 출처가 같은 곳인 만큼, 코오롱생명과학의 해명에도 업계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달 중순 의뢰한 STR 검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식약처에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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