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대림산업 본사/사진=뉴스락 DB

[뉴스락] 지난해 시공능력 3위를 차지한 대림산업에서 회사에 대한 불만이 많거나 성과가 적은 직원에게 압박을 가해 자발적 퇴사를 유도하자는 내용의 문건이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문건이 실행에 옮겨지진 않았으나 부당해고에 대한 인식 부재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1일 머니투데이 단독보도에 따르면, 올해 초 대림산업 내부에선 저(低)성과자 또는 회사에 불만을 가진 직원을 등급별로 나눠 의도적으로 어려운 임무를 부여하는 등 압박을 가해 자발적 퇴사를 유도하도록 하자는 내용의 ‘Blamer 관리 방안’ 문건이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1월초 당시 회사 구조개편이 이뤄지자 익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회사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면서, 실무진이 이를 관리하기 위해 해당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성자는 문건에서 회사에 불만을 가진 직원들을 A, B, C 세 그룹으로 나눴다. A그룹은 회사에 불만은 없지만 성과가 낮은 이들을, C그룹은 성과가 낮은 것은 아니지만 회사에 불만이 있는 이들을 지칭했다.

특히 작성자는 B그룹을 성과가 낮으면서도 회사에 불만이 많은 이들로 분류해 퇴출 1순위 대상으로 꼽았다. 작성자는 A와 B그룹에 대해 어려운 임무를 부여하거나 일일 업무보고 및 강력한 피드백을 줘 자발적 퇴직을 유도한다고 명시했다.

C그룹은 어려운 임무를 부여하되 성공과 실패에 따라, 실패시 퇴직을 유도하는 것을 고려하라고 상세히 기술했다.

Blamer(불평분자)의 입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채용 단계를 강화하자는 내용도 기재돼 있다. 인턴 기간에 주1회 힘든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반응을 평가하는 등이 주요 방법으로 거론됐다.

대림산업 내부에서 작성됐던 'Blamer(불평분자) 관리 방안' 문건 일부 내용/사진=KBS 방송화면 캡쳐

작성자는 애사심 높은 직원의 자녀 입사를 지원하거나 인성이 좋은 대학 후배를 추천하는 제도를 활성화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문건에 작성된 내용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모두 부당해고 및 부정채용에 해당할 수 있는 중대한 위반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대림산업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실무진이 작성한 것으로 정식 보고되기 전에 반려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내부에서 유출돼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 올려져 기사화된 듯하다”면서 “당연히 당사의 방향이나 법적으로도 전혀 옳지 않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와 여론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회사의 중책을 맡고 있는 실무자가 부당 해고와 부정 채용을 권장하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했다는 것은, 언제라도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문건은 반려돼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지만, 해당 작성자가 시간이 지날수록 직급이 높아짐에 따라 추후 유사한 계획을 결국에는 실행에 옮기기 수월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해당 문건 작성자 파악 및 사후조치에 대한 <뉴스락>의 질문에 대림산업 관계자는 “실무진이라는 것만 알고 있고 정확히 누군지는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따로 추가 조치는 아직 검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