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LG생활건강은 탈모관리 전문 '탁터그루트'를 새롭게 런칭했는데, 식약처의 화장품법 개정으로 인해 브랜드 정책을 변경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뉴스락 내러티브] 요즘 탈모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 참 많으시죠.

스트레스로 인한 부분 탈모로 속앓이를 하는 사람도 참 많아졌습니다. 이에 먹는 약에서부터 바르는 약, 이식까지 참 별별 처방요법들이 나왔지요.

이 중에서도 가장 손쉬운 방법은 샴푸와 린스 등으로 대표되는 기능성 화장품 사용인데요. 적어도 직장인이라면 하루에 한번은 머리를 감아야 하니깐요.

그래서 화장품업체들은 저마다 무슨 무슨 성분이 들어간 ‘탈모 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며 수많은 제품을 쏟아냈죠. 대표적으로 LG생활건강의 ‘닥터그루트 탈모방지 라인’, 아모레퍼시픽 ‘자양윤모 탈모방지 라인’ 등의 제품을 들 수 있겠네요.

이렇게 너도 나도 탈모 시장에 뛰어들면서 연관 시장 규모는 무려 4조원대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최근 화장품업체들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오락가락하는 정책 때문이라는데요.

식약처는 올 초 탈모 제품 출시에 대한 규제 완화 정책을 예고했는데요. 오는 5월 30일부터 기능성 화장품의 종류를 넓히는 내용을 담은 개정 화장품법과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기능성 화장품 심사 규정 등을 시행하기로 했지요.

이에 따라 기능성 화장품의 범위가 기존 미백, 주름개선, 자외선 차단 등 3종에서 10종으로 확대되는데요. 새로 추가된 7종을 보면 탈색·탈염, 제모, 탈모 완화, 염모, 아토피성 피부 보습,여드름성 피부 완화 등이 있습니다.

추가된 7종은 그동안 의약품이나 의약외품 등으로 분류돼 화장품보다 상대적으로 시판허가를 받기가 어려웠는데, 이번에 추가되면서 기능성 화장품으로 출시가 쉬워지게 된 것이지요.

당연히 화장품업체들 사이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죠. 물론 경쟁 심화를 초래할 수 있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그런데 식약처는 기존 ‘탈모 방지’란 문구로 광고 표기된 제품들에 대해서는 사용을 못하도록 할 것이라네요. ‘탈모 완화’가 맞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현재 아모레시픽 '려' '미쟝센’, LG생활건강 ‘엘라틴’ ‘리엔’, 애경 ‘케라시스’ 등 대표 기능성 화장품업체들은 주력 제품을 선정광고하면서 ‘탈모 방지 샴푸’ ‘탈모방지 트리트먼트’ ‘탈모지방지 투피토닉’ 등 탈모방지가 들어간 다양한 표현을 써왔고, 제품에도 버젓이 표기돼있습니다.

때문에 LG생활건강, 아모레시픽 등 탈모 시장 점유율 양대 업체는 졸지에 주력 제품명과 정책을 변경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다만 식약처도 5월 말부터 시행하기는 하지만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말이죠. 요즘 홈쇼핑을 보면 ‘탈모 방지 샴푸’ 등 기능성 화장품 판매가 눈에 띕니다.

적어도 1년안에 ‘탈모 방지’가 표기된 제품을 모두 소진시켜야만 향후 변경에 따른 비용이 절감될테니깐요.

관련 전문가들은 식약처의 이상한 정책을 비판합니다. 탈모학회(협회) 및 여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탈모 방지’ 등의 문구가 들어간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제기해왔는데요.

화장품업체들이 샴푸, 린스, 트리트먼트, 에센스 등 기능성 화장품을 사용하면 마치 탈모 방지, 개선, 완화 등이 될 것처럼 허위․과장 광고 표기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해치는 행위라고 주장해왔는데요.

당장 이번 식약처의 정책에 대해서도 의료계에서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대한피부과학회와 대한피부과의사회 등은 화장품법 시행령ㆍ시행 규칙을 폐기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들 단체는 ‘탈모’ ‘아토피’ ‘여드름’ 등은 질병인데도 마치 화장품으로 이들 질병이 ‘방지’ ‘완화’ ‘개선’ 될 것처럼 왜곡시키는 것은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없으며 제품에 '질병명' 언급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식약처는 오히려 화장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하는 일을 막으려는 조치라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양상이 식약처와 의료단체 간의 어찌보면 해묵은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는 듯 한데요.

화장품업체들은 입을 꾹 다물고 있습니다. 화장품업체들로서는 제품명 변경, 브랜드 정책 변경 등 조금의 불이익이 따르겠지만, 결국에는 시장 확대를 위한 것이니깐요. 이때는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라고 본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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