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특허 1천건 보유' 20세기 최고의 발명왕으로 꼽히는 토마스 에디슨. 천재로 불리는 그 역시 1만번이라는 숱한 실패를 통해 인류 역사의 위인으로 남을 수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성공은 실패에서 이어진다’ 등의 명언에서 알 수 있듯, 실패는 완벽한 성공에 앞서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진다.

그러나 막상 실패를 체감할 땐 그만큼 쓰라린 것도 없다. 유통공룡으로 불리는 국내 유통대기업들에게도 실패라는 경험은 어쩔 수 없는 쓴맛이다.

<뉴스락>은 유통대기업의 아픈 손가락으로 치부되는 사업에 대해 들여다보고 이들의 극복 노력을 조명해본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새로운 도전 '제주소주'의 푸른밤이 주류업계 높은 진입장벽에 고전하고 있다/사진=신세계 홈페이지

◆ 정용진 부회장의 꿈 ‘제주소주’, 높디높은 업계 진입장벽에 고전

이마트는 지난 2016년 주류시장 정복이라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제주소주’ 지분 100%를 190억원에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당시 제주소주의 시장점유율이 미미한 점을 들어 향후 행보에 대한 우려를 표했지만, 이마트는 제주소주 인수를 통해 도내 주류사업 확장은 물론 ‘제주’라는 상징성을 들어 한류 상품으로 수출 채널을 확대하겠다는 야심찬 의지를 드러냈다.

이마트의 제주소주는 기존 제주소주 제품을 단종하고 2017년 9월 ‘푸른밤’ 소주를 새롭게 론칭했다. 전국 이마트 매장을 비롯해 이마트24,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 광범위한 자체 유통채널을 기반으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롯데주류 출신으로 '처음처럼' 신화를 쓴 우창균 대표를 제주소주 수장으로 영입하는 등 하이트진로와 무학 등 주류업계 대표기업 출신 인사를 영입해 인적 자원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 비해 성적은 초라했다. 제주소주의 영업손실은 인수 당해인 2016년 19억원에서 2017년 59억원으로 증가했다. 당기순손실도 2016년 23억원에서 2017년 65억원으로 증가했다.

초기 공격적 투자였다는 변명이 무색하게 지난해에도 적자 행진은 이어졌다. 푸른밤을 주문하면 꽐라만시, 모닝케어 등 제품을 끼워 팔기 전략으로 매출액 자체는 전년(2017년) 대비 4배 증가한 42억9930만원을 기록했으나, 당기순손실은 2017년 65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129억3030만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주류업계 진입장벽이 높은데다가 제주소주의 푸른밤이 기존 소주들과 큰 차별점이 없었다는 점을 패착으로 꼽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참이슬(하이트진로)과 처음처럼(롯데주류)이 국내 소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소주인 푸른밤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다”면서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은 물론 심지어 원산지인 제주도에서조차 한라산에 밀려 외면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트는 아직 제주소주를 놓지 않을 모양새다. 이마트는 지난 2월 제주소주에 100억원이란 운영자금을 긴급 수혈하면서 인수 이후 총 570억원의 누적출자액을 기록했다.

제주소주는 지원받은 운영자금을 시설투자 및 운영경비로 충당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이마트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행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농심 백산수/사진=농심 제공

◆ 삼다수 내준 농심, 백산수로 과거 영광 되찾을까

과거 제주삼다수로 국내 생수시장 왕좌를 지켜온 농심은 삼다수 판권을 내준 뒤 후속작으로 공들인 백산수가 긴 침체기를 겪다 최근 국내에서 소폭 반등하는 추세다.

당초 농심은 1998년부터 2011년까지 14년간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와 제주삼다수 위탁판매 계약을 맺어왔다. 이 기간 동안 굳건하게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2012년 광동제약으로 삼다수의 판권이 넘어간 뒤 농심은 생수시장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2015년 백산수 생산법인인 ‘연변농심광천음료유한공사(이하 연변농심)’에 2000억여원을 투자하고 생산 라인을 대폭 강화했다.

연변농심은 전세계를 돌며 수원지를 물색, 2007년 중국 지린성 백두산 내두천을 수원지로 확정했다. 2015년 농심의 추가 투자에 힘입어 신공장을 증설, 연간 25만톤이던 생산량을 125만톤으로 늘려 중국시장 점유와 동시에 한국시장 진출까지 모색했다. 농심은 연변농심과 백산수를 통해 ‘왕의 귀환’을 꿈꿨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2015년 매출액 258억원, 당기순손실 23억원이었던 연변농심은 일시적인 생산확대로 이듬해인 2016년 매출액은 488억원으로 상승했으나 당기순손실은 34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2017년 매출액 408억원, 당기순손실 14억원에 이어 지난해는 근래 최고 높은 매출액인 51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기순손실은 31억원으로 또다시 증가했다.

연변농심이 이처럼 들쭉날쭉한 실적과 당기순손실이 심화되는 데에는 시장 현황을 감안하지 못한 채 생산 라인부터 늘렸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분석했다. 

실제로 2015년 농심의 2000여억원 투자 이후 연변농심의 총 생산가능량은 125만톤까지 증가했으나 실제 생산량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12만톤이었던 백산수 생산량은 2016년 20만톤, 2017년 21만톤, 지난해에는 30만톤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7년 기준 34조원에 달하는 중국 생수시장은 캉스푸, 농푸산췐, 이바오, 와하하 등 토종 브랜드가 50% 이상 점유하고 있는데다가 외국 기업 중에는 프랑스 에비앙이 점유율을 급격히 늘려 백산수가 진입할 틈을 내주지 않았다.

이로 인해 늘어난 연변농심의 생산라인 대비 상대적으로 수요는 늘지 않아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연변농심은 이에 굴하지 않고 수출확대 및 온라인 유통채널 확대, 가정배달 시스템 등 제도 도입으로 장기적으로 2025년까지 중국 내 연 5000억원 매출 달성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

한편, 삼다수가 빠진 국내 농심 법인은 음료 부문 매출이 증가하고 있으나 삼다수의 공백을 채우기엔 역부족인 상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농심의 음료 부문 매출 규모는 총 485억원으로 전체 매출(5219억원)의 9.3%를 차지했다. 직전년도 동기(8%)와 비교하면 1.3%p 늘어났으나, 삼다수 판권을 갖고 있던 2012년 3분기(12.7%)와 비교하면 여전히 3.4%p나 낮은 수치다.

다만 백산수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농심은 연변농심의 백산수 물량을 매입한 후 재판매하는 형태로 국내 유통을 맡고 있다.

닐슨코리아가 지난달 발표한 ‘국내 생수시장 규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생수시장 전체 매출 규모는 8315억원으로 전년 7810억원 대비 6.5% 증가했다.

이중 농심 백산수의 지난해 매출은 약 700억원으로, 직전년도(2017년) 600억원 대비 16.7% 증가했다. 2017년 7.7%였던 백산수의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 역시 지난해 8.5%로 0.8%p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다수의 공백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치지만 백산수 국내 점유율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면서 “차별화된 전략으로 국내와 중국시장 점유율을 동시에 늘릴 수 있어야 백산수 생산라인 증가의 효과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2월 H&B 브랜드 '왓슨스'의 사명을 '랄라블라'로 변경했다/사진=GS리테일 제공

◆ 환골탈태 꿈꾼 GS리테일 랄라블라, ‘사명 괜히 바꿨나…’

편의점사업으로 쏠쏠한 재미를 본 GS리테일은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랄라블라(Lalavla)’의 단독경영 체제 이후 오히려 근심이 늘었다.

GS리테일은 지난 2005년 홍콩AS왓슨과 합작해 왓슨스코리아를 설립했다. 이후 2017년 홍콩AS왓슨의 지분 50%마저 사들인 GS리테일은 지난해 2월 왓슨스라는 사명을 랄라블라로 변경하고 공격적인 경영에 나섰다.

약 3~4년 전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유커(중국 관광객)들의 유입이 급격히 줄면서 국내 뷰티업계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건강과 미용을 융합한 H&B샵이라는 새로운 형태가 나타났고, GS리테일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랄라블라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지난 4월 GS리테일 사업보고서 기준 랄라블라 매장 수는 지난해 168개로, 전년인 2017년 186개보다 18개(9.7%) 감소했다. 2015년 113개, 2016년 128개, 2017년 186개 등 매장 증가 추세를 보였으나 단독경영 이후 오히려 매장 수가 감소했다.

경쟁업체 ‘롭스(롯데)’의 매장 수가 2016년 87개, 2017년 96개, 2018년 122개로 증가하고, 업계 전체 매장 평균 수가 2016년 1000개, 2017년 1350개, 2018년 1500개로 증가한 기록과 비교해도 석연치 않은 행보다.

랄라블라는 단순히 매장 수만 감소한 것이 아니다. GS리테일의 지난해 H&B 사업부문(랄라블라) 매출액은 1728억1200만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254억300만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GS리테일 전체 영업이익인 1802억원을 갉아먹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명을 바꾼 것이 오히려 패착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뀐 매장 이름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추가 출점이 어려웠고, 당초 랄라블라가 선언한 차별화 전략이 사실은 큰 차별점이 없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랄라블라는 지난해 사명 변경 당시 온라인몰 리뉴얼, 업계 최초 택배서비스 도입, 부가세 환급 서비스 등 차별점을 앞세워 매장 수를 300개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는데, 이러한 서비스들이 다양한 유통서비스를 접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차이점으로 다가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GS리테일은 매출이 부진한 랄라블라 점포수를 축소해 실적개선과 적자 축소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동종업계에서는 역전의 기회인 셈이기도 하다.

현재 H&B업계는 매장 수 기준 올리브영(CJ), 랄라블라, 롭스 3강 구도다. 아직까지는 랄라블라가 롭스보다 매장 수가 더 많지만, 지난해 양사의 행보가 엇갈리면서 매장 수 격차가 40여개로 좁혀져 랄라블라는 불안한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는 10월에는 세계 최대의 화장품편집샵인 미국 ‘세포라’가 국내에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어 H&B업계 전체가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랄라블라의 고민이 가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H&B업계 경쟁이 치열하고 또 더 치열해질 전망인 가운데 단순히 내실만 다지다간 업계에서 완전히 밀려날 수 있다”면서 “롭스가 롯데쇼핑의 슈퍼·백화점·마트 인프라를 활용하고 적극적인 인플루언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는 예시처럼, 랄라블라 역시 GS와의 협업 등 방안을 마련해 빠른 시일 내에 시장경쟁구도에 복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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