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문재인 정부 들어서 재계 주요기업들이 사업구조 재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기업 자발적으로 성장을 위한 구조조정이기보다 경영환경 악화로 인한 사업 철수가 늘고 있어 우려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재계는 3년차 집권에 들어간 문재인 정부의 변함없는 반기업적인 정책과 기조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중심으로 생산비용이 급격하게 올라가고 강성 노동조합이 득세하면서 급기야 국내 생산을 접고 해외로 떠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국내 경제성장률은 하락세다. 2017년 3.2%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7%로 2%대로 하락했다. 올해 역시 성장률이 전년 대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사진=방송일부화면 캡쳐 및 리얼미터 제공
사진=방송일부화면 캡쳐 및 리얼미터 제공

◆ 저성장 기류 속 기업들, 적자 사업 줄줄이 매각 또는 해외로 이전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월 2.9%에서 그해 7월 2.8%, 10월 2.7%로 내렸다. 올해 들어서는 2.6%로 낮춘데 이어 지난 4월에는 2.5%로 다시 하향 조정했다. 반도체 호황이 끝나가고 미국과 중국 등 양대 강국을 중심으로 무역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반도체를 이을 차세대 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문제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에 전 사업 부문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이 아닌 사업부는 과감하게 철수하거나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겨 비용을 낮추고 있다.

LG전자는 경기도 평택의 휴대폰 생산 공장 가동을 올해 부로 중단한다. 대신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생산라인을 옮겨 비용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현재 한국·중국·브라질·베트남 등지에서 스마트폰과 피처폰을 연간 3800만대 생산 중이다. 이 중 평택공장이 차지하는 물량은 15% 내외에 이른다.

LG전자 MC사업부는 2015년 2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1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 3조원 가량의 적자를 봤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든 가운데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빠르게 국내 업체와 격차를 줄이면서 효율화가 강조되는 시점에 나온 생산기지 이전 결단이다.

LG전자는 앞서 2005년에도 구로공단과 청주 등지에 흩어진 휴대폰 공장을 평택으로 이전한 바 있다.

평택 공장의 스마트폰 라인은 베트남 하이퐁 공장으로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 하이퐁에는 LG계열사 공장이 밀집해 생산효율을 국내보다 높일 수 있다. 특히 베트남의 최저임금 기준 월급은 20만원 가량이라 인건비 절감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일반 조명용 OLED 사업에서 철수한다. 신규 OLED 생산 라인에서 제품 양산을 시작한 지 1년6개월여 만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말 ‘루플렉스’라는 브랜드로 일반 조명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기존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 사업을 접기로 했다. OLED 스탠드 가격은 최소 10만원대 후반이지만 보급형 LED 스탠드는 2만원대로 차이가 크다.

두 기업 이외에도 LG이노텍은 기판소재사업부 내 고밀도다층기판(HDI) 사업 철수를 검토 중이다. LG화학도 LCD(액정표시장치) 소재사업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

포스코는 마그네슘 사업을 접기로 결정하고 관련 공장 매각을 추진 중이다. 앞서 2000년대 초반 마그네슘 수요가 늘어날 것을 예측한 포스코는 마그네슘 생산·제련에 투자했다.

마그네슘은 열전도율이 높고 전자파 차단 기능에 알루미늄이나 철강에 비해 가벼워 휴대폰, 노트북, 자동차 차체 등에 두루 쓰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포스코는 2007년 순천 해룡산단에 약 900억원을 들여 마그네슘 판재 공장을 지었고 2012년에는 강릉 옥계 1만톤의 마그네슘괴를 제련할 수 있는 공장도 준공했다.

하지만 정보기술 분야에서 알루미늄 합금이 쓰이고 자동차 시장에서도 알루미늄과 초고강도강판 등이 득세하면서 마그네슘의 설 자리는 줄어들었다.

환경 문제 역시 발목을 잡았다. 2013년 강릉 옥계공장에 지은 마그네슘 공장에서 페놀 등 독성물질이 누출되면서 토양을 오염시켜 결국 현지 사업을 접기로 했다. 마그네슘은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고 주조할 때 육불화황(SF6)을 사용해 온실가스를 대거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갤러리아는 최근 시내면세점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면세점 사업에 진출한지 3년 만이다.

한화의 면세점 철수 배경은 과다 경쟁과 불리한 입지 때문이다. 한화가 면세점 진출할 당시인 2015년만 해도 서울 시내면세점 수는 6개였지만 지난해는 13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여의도 63빌딩에 위치한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사업 진출 당시 여의도와 노량진을 잇는 다리가 건설돼 외국인 관광객의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지만 노량진 시장 상인과 수협의 갈등이 장기화된 점도 사업에 악영향을 줬다.

◆ "국민 혈세로 메우는 선심성 정책, 결국 화살이 돌아갈 것"

익명을 요청한 기업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경제성장률이 구정권 시절에 비해 낮아지고 있다는 주장은 생각해 볼 부분이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이에 견준다면 오히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대부분 정부가 집권 중반기로 접어들면 초기 그릇된 기조와 정책 방향을 수정하기 마련인데, 엇박자 기조와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의 주장대로 현 정부의 기조와 정책에 대한 재계의 목소리는 엇비슷하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고, 청년 일자리 창출까지 기업에게 독려·주문하면서도 ‘저성장 시대’를 고려하지 않은 채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과 급진적 재벌개혁 정책은 재계의 목을 조이고 있다.

실제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8년 최저임금 인상 이후 임금분포의 변화’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 정부의 최저임금 상승이 노동자간 임금 격차를 줄여 양극화 개선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지표가 있는 가하면 반대로 최저임금 인상이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국민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없다. 이해관계가 맞물리면 부딪히기 마련이다”면서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대로는 어느 한쪽도 만족스럽지 않은 공멸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가파른 최저임금 여파를 줄여보고자 시행한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사업은 구멍이 뚫려 500억원이 줄줄 샜다"며 "국민 혈세로 메우는 선심성 정책은 결국 화살이 돼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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