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믿고 쓰는' 친환경-유기농 제품도 당국의 체크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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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믿고 쓰는' 친환경-유기농 제품도 당국의 체크 필요하다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9.06.24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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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지난해 대진침대를 시작으로 퍼진 ‘라돈 포비아(Radon Phobia)’는 생활 속 유해인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한 단계 성장시켰다.

각종 생활용품부터 신체에 닿는 위생용품 그리고 나아가서는 주거공간 전체로,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인자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은 최고조에 달해있는 상태다.

그러나 라돈을 넘은 ‘라이프(Life) 포비아’는 이러한 고도의 경각심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간도 진행형이다.

관리-감독 기관의 늑장대응과 유해물질을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이 정치권 의견차 등 이유로 국회에 계류돼 있어 사실상 개선된 부분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소는 잃었지만 추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는 상황에서, 외양간을 고쳐야 하는 정부부처의 움직임이 굼뜨자 국민들의 눈길은 자연스레 ‘유기농’, ‘친환경’, ‘그린’ 등 문구가 기입된 ‘친환경 인증 제품’으로 돌아갔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규정한 ‘친환경 인증 제품’은 (전력사용제품의 경우) 1W 이하의 매우 낮은 대기 전력을 소비하거나, 제조 과정에서 유해한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등 조건을 갖고 있다.

이 인증을 받지 않고 제품에 친환경 관련 문구를 사용할 경우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제16조의10(부당한 환경성 표시·광고 행위의 금지) 규정에 따라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표시·광고에 대한 규제만 있을 뿐, 친환경 인증 제품에서 유해인자·유해물질 등이 검출됐을 때 가중처벌에 대한 규정은 없다.

현 시점이 이러한 문제가 지적되는 시기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급증한지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난 시점에서, 미처 드러나지 않았던 친환경 제품 및 제도의 단면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블루블루(BLUEBLEU) 생리대’를 제조·판매하는 ㈜투판즈가 생리대에서 이물질이 검출됐다는 고객의 민원에도 모르쇠로 일관해 불성실 고객응대 논란이 제기됐다.

블루블루 생리대는 유기농 순면 커버, 100% 천연 편백나무 향료 패치 삽입, 세계적 인증기관 ‘OCS 100(Organic Content Standard)’ 심사 등 착한 생리대 컨셉으로 소비자에게 각광받고 있는 제품으로, 지난 2017년 유한킴벌리 생리대 발암물질 논란을 틈타 시장점유율을 조금씩 높여왔다.

해당 제품에 대한 이물질 논란을 제기한 소비자 A씨는 업체 측에서 “공장 기계가 빠르게 돌아가면서 기계에 있던 어떤 기름이 튄 것 같다”면서도 “제품을 사용하거나 사용 후 부작용이 발생한 게 아니기 때문에 환불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약 열흘간의 실랑이와 한국소비자원 신고 등 조치 끝에 A씨는 환불을 받았지만, 친환경-유기농 등 믿을 만한 문구를 사용해왔던 제품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다.

통상 소비자들은 친환경 제품을 일반 제품보다 더 신뢰한다. 가격도 더 비싸다. 그만큼 믿었던 친환경 제품에서 위생 문제가 발생했을 때엔 배신감이 두 배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친환경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가중처벌을 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특히 블루블루 생리대의 경우 신체에 닿아 민감할 수 있는 위생용품임에도 식품의 사례처럼 ‘이물질 보고 의무’가 없다.

식품처벌법상 소비자로부터 식품에 대한 이물질 검출 민원을 받은 업체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유관기관에 지체 없이 보고하고 경위에 대해 추가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생리대 역시 식품만큼 인체에 민감한 위생용품이지만 사실상 ‘제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업체와 소비자간 합의점 도출에 더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어쩌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격’일 수 있다. 믿고 쓰는 친환경 제품이지만 정작 문제 발생시 처벌에 대한 규정은 일반 제품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갈수록 생활 속 유해물질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과 인지도가 높아지는 시점에서, 관련 규제도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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