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서울센터/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 서울센터/사진=포스코 제공

[뉴스락] 포항제철소 직원의 추락 사망사고에 대해 포스코와 관계당국이 아직까지 사망원인을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약 6개월 동안 4명의 직원이 사망한 포스코 제철소의 안전불감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경찰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포항제철소 내에서 사망한 직원 장모씨(60)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지난 14일 합동 현장감식을 진행했지만, 전날인 13일 내린 비로 인해 혈흔 등 증거들이 사라져 정확한 사고 장소 및 원인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국과수 정밀 감식 결과를 기다리는 한편, 관계기관들과 협의해 수사 범위 및 인력을 확대, 다양한 검증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11일 오전 2시30분경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하던 장씨가 제철소 내 화성부 3코크스 공장 3기 벙커 앞 노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오는 9월 정년퇴직을 앞둔 장씨는 시설점검을 위해 야간순찰을 하고 있었다.

장씨가 복귀시간이 지났음에도 돌아오지 않자 다음 근무자 및 동료들이 장씨를 찾아나섰고, 장씨를 발견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이미 숨을 거뒀다. 부검 결과 장씨는 목, 가슴, 골반 등 몸 여러 곳의 골절상과 찰과상, 화상 등 다발성 손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노조 측은 장씨가 4층 높이(10m 이상)에 있는 코크스 원료보관시설의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다 벨트에 끼인 뒤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목격자나 CCTV가 없어 사고원인을 밝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조 측은 포스코의 안전불감증에 대해 지적하고 나섰다. 노조는 지난 18일 성명문을 내고 “지난 2월 포항제철소 직원 김모씨(56)가 신항만 5부두 내 크레인에 끼여 숨진 이후 회사 측에 지속적으로 2인1조 근무를 요청했으나 비용 등 문제로 묵살됐다”면서 “사고 예방을 위해 노조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참여와 분기별 위험성 평가 조사 등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포스코는 지난해 5월 중대재해 예방을 목적으로 3년간 안전 관련 분야에 1조1050억원 투자를 결정하고, 지난해 7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취임한 이후 ‘무재해 무사고’를 슬로건으로 외치고 있지만 지난해 5명, 올해만 벌써 4명의 직원이 사망했다.

이로 인해 지난 4월 노동시민단체가 선정한 ‘최악의 살인기업’ 3위에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회사 실적이 회복 국면을 맞고 있는 시점에서 안전불감증에 대한 지적은 큰 이미지 타격이다.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첫 성적표인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포스코는 전년 동기 대비 10.4% 상승한 1조271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조2029억원, 2분기 영업이익 1조686억원으로 영업익이 다소 감소 추세지만, 8분기 연속 영업익 1조원 달성에 성공하고 부채비율이 2010년 이후 최저치인 65.0%를 기록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신사업 확장에 주력하는 최 회장의 경영능력 역시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취임 직후 강조했던 안전 관련 투자는 점차 잊혀지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은 곧바로 잦은 사망사고로 이어졌다.

이에 포스코는 지난 23일 기업설명회에서 안전혁신 비상대책 태스크포스(TF)팀 출범 소식을 발표하고 “과거 어떤 경영진보다 안전을 강조하고 막대한 예산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사고가 계속돼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TF팀을 통해 작업환경 개선, 안전 시설물 보완 등 총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지난해 5월 이미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안전관리 비용으로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개선된 점이 뚜렷하지 않은 데 대해 TF팀의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편,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은 장씨가 외상으로 숨진 만큼 사고사로 규정하고 포스코를 상대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이 있는지 수사한다는 입장이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 산재예방지도과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포스코의 관련 법 위반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감독관 전원이 종일 점검을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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