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1999년 한화에너지 인수 과정을 둘러싸고 법정 공방을 펼쳐온 현대오일뱅크와 한화 간 17년간의 지리멸렬한 소송전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재계 이목이 쏠린다.

2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6부(부장판사 김시철)는 지난 22일 원고 현대오일뱅크, 피고 한화케미칼,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동일석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연루된 손해배상 재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구체적 배상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두 번이나 파기환송 돼 17년간 이어져온 소송전이 세 번째 대법원 상고심에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들의 소송전은 1999년 현대오일뱅크가 한화에너지(인천정유로 변경됐다가 현재는 SK그룹에 넘어간 상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김승연 회장 및 한화 계열사 등으로부터 한화에너지 지분을 사들였던 현대오일뱅크는, 인수 후 한화에너지의 행정 법규 위반이 발견될 시 한화 측으로부터 500억원 한도로 배상액을 받는 보증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런데 2000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한화에너지와 SK, 현대오일뱅크 등이 1998년부터 군납 유류 담합을 해온 사실이 적발됐다. 당시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이들 기업에 과징금 약 475억원을 부과했고 국방부 등 각종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현대오일뱅크는 자사의 소송비용과 함께 한화에너지의 소송비용까지 맡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결국 2002년 현대오일뱅크는 앞서 체결한 보증계약을 근거로 한화 측에 322여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2007년 1심은 한화 측이 현대오일뱅크에 변호사 선임 비용 등 8억273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2012년 2심은 “함께 담합한 현대오일뱅크가 한화에너지 위법 사실을 알 수 있었다”는 취지로 한화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현대오일뱅크가 대법원 상고했고 2015년 대법원은 “보증이라는 객관적 의미가 명확한 문언이 있었기 때문에, 불법 행위 인지와 관계없이 손해배상은 있어야 한다”면서 2심 판결을 파기환송 했다.

다시 진행된 2017년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손해배상의 일부만을 인정, 한화 측이 1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당초 322여억원 배상을 원했던 현대오일뱅크의 입장에선 상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2018년 10월 대법원은 현대오일뱅크의 상고를 받아들이고 “주식가치 감소분이나 보증 의무를 어겼을 경우를 가정해 매매대금 차액 산정 등으로 손해배상액을 결정하라”면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다시 파기환송 조치했다. 서울고법은 지난 22일 재파기환송심 선고 일정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양사 모두 구체적 배상액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바로 직전 파기환송심에서 손해배상 일부 인정 개념의 10억원이라는 배상액이 나왔고, 이에 대법원이 구체적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라고 파기환송 조치한 만큼 최소 10억원 이상, 300억원 이하 정도의 선에서 배상액이 결정됐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양사가 배상액 규모에 따라 또다시 대법원 상고를 하게 될 경우 17년이라는 장기 소송전이 18년차를 맞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방금 접했다”면서 “구체적인 배상액에 대해서는 법무팀에서도 공개를 꺼려하고 있으며, 상고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현재 한화그룹 중 정유사업은 한화에너지가 아닌 한화케미칼이 맡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피고 입장에 있는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우선 법원의 판결에 대해 존중하고 있으며, 향후 당사 역시 판결문을 입수해서 상고 여부 등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