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한여름의 열기는 모든 사람이 휴대용 선풍기를 들게 만들고 이른 아침부터 더위에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처서가 이틀 지난 8월 25일,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이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을 느끼기 시작했다.

가을의 기운이 성큼 앞으로 다가오면서 추석을 일찍부터 준비하는 시장 내 가게 주인들의 마음에도 느닷없이 기분좋은 행복감이 드리운다.

명절을 3주가량 앞두고 재래시장에 벌써부터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다. 저번달과는 사뭇 다른 활기가 시장에도 불어나면서 판매자, 구매자 할 것 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추석을 일찍부터 준비하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 활기를 띄고 있는 곳, 바로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수유시장이다.

수유시장 남문 입구 모습

수유시장은 1966년 3월 시장개설허가를 받고, 서울특별시 성북구 수유동54-5(현재 강북구 수유동)에 재래시장으로 태어났다. 당시 재래시장은 국민들에게 생필품을 공급하는 유일한 유통시장으로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중간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수유시장은 서울시내 5대 재래시장의 규모로 초창기의 상권은 경기도 의정부 지역에서부터 지금의 성북구에 이르는 광역생활권 시장으로서 한강 북쪽지역의 많은 서민들이 생필품을 구입하거나 각종 집안 행사를 치르기 위하여 방문하는 등 서민들이 일상생화을 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장소였다.

현재 전통재래  시장인 수유시장에서 취급하는 상품은 국민들의 공간에서 필요한 거의 모든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수유시장 동문 입구에 걸려 있는 일본 불매 운동 현수막 모습

▲기자가 수유시장 동문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일본 수출 제재에 대한 불매 운동을 지지하는 모습의 현수막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불매 운동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치는지 의도치 않게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재래시장 내 가게들 안에도 불매 운동을 지지하는 문구들이 즐비했는데, 한일 무역 분쟁이 1~2년 안에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생각을 하며 시장 탐방을 시작했다.

▲수유시장 남문으로 얼마 들어가지 않아 만날 수 있는 꽈베기 집이다. 꽈베기, 팥도너츠 등을 구매하면 설탕을 뭍혀 주는 데, 시중 대형 프렌차이즈에서 판매하는 빵들과는 확실히 다른 달콤함과 옛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이와 함께 새우만두, 옥수수도 등도 함께 판매 되는데 기자의 입에서 침이 멈추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을 먹다간 여기서 탐방기를 끝내야만 할 것 같아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수유시장에도 정말 다양한 음식들이 많지만 이곳엔  한 블럭마다 거리 이름이 붙혀져있다. 명절에 최적화 된 전 가게들이 줄을 지어 붙어 있는 여기는 바로 전집 거리.

이곳의 전 가게들은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없고 포장만 가능하다. 정말 명절에만 볼 수 있을 법한 동그랑땡, 동태전, 호박전 등 다양한 전들이 모여 있다. 

일반적인 반찬가게에서 팔리는 명절 전들은 한팩에 1~2만원가량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원하는 전들을 골라 담아 한팩에 7천원 정도로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싸고 맛있다.

▲줄을 잇는 전 집들 중 가장 오랫동안 장사 했을 것 같은 전집으로 가 7천원어치 전을 구매했다. 얼마나 오래 했을지 궁금했다.

KBS '6시 내고향' 등에 방영 된 적이 있는 일호전집 정유진(51세) 사장님은 "어머니가 15년동안 운영했던 전집이에요. 떠나시고 나선 제가 14년 째 이어오고 있는 거고. 그래도 30년이나 된거죠" 라고 2대째 이어오는 전집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런데 명절을 제외하고는 장사가 잘 될지 의문이였다.

"명절 4일 전후로 해서 붐비긴 해요. 명절 아니면 사람이 적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성묘시기라 사람이 많을 때예요" 라며 그런걸 묻는 저의가 뭔지, 전집이 망하길 바라는 건지 하는 눈빛을 쏘아 보낸뒤 웃으며 동태전을 3개 가량 더 담아주셨다.

▲사장님의 눈빛을 피해 빠르게 길을 가다 분식집에서 떡볶이와 순대를 먹었다. 수유시장 모든 분식집에는 쌀떡볶이만 취급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입에 잘 맞는다는 느낌이 강했다. 떡볶이, 순대 각각 1인분에 3천원으로 가격도 저렴했고 양도 프렌차이즈에 비해 푸짐해 너무 좋았다. 

▲동문에서 한블럭만 들어가 왼쪽으로 돌면 마찬가지로 국밥집들이 줄을 잇는다. 바로 순대국밥거리다. 모든 가게들이 순대국밥을 판매하기 때문에 돼지 냄새가 온 거리를 뒤덮는 곳이다. 수유시장의 향기를 정면으로 맡아보고 싶다면 이곳은 꼭 지나가길.

▲수유시장을 빠져나오면서 족발집을 들어갔다. 너무 많은 음식들이 팔리고 있었지만 마무리는 족발로 하고 싶었다. 다른 가게들에 비해 오래된 전통을 가진 가게는 아니였지만 그 사이에서 유독 세련된 인테리어로 눈을 끌었다.

수유리에서 거주한지 20년 가까이 되는 기자에게 이곳은 여전히 똑같은 곳이었다. 여전히 그자리 그곳을 지나가면 돼지냄새가 코를 찔렀고 튀기는 소리가 쉬질 않았다. 어릴 때 신발을 샀던 곳은 여전히 신발을 팔고 있었다. 

그래서 그럴까 전통시장의 의미를 더욱 여실히 느낀 탐방이었다. 우리는 지금을 살고 있지만 시장엔 오래된 기억들, 몇 십년 전에 있던 기억들이 계속 머물고 있다.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온 이때, 과거와 현재가 살아 숨쉬는 시장만의 활기를 맞보고 싶다면 지금 당장 수유재래시장으로 달려가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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