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내러티브] 지난 8월 6일 직장인 익명 어플리케이션 '블라인드' 게시판에 한 직원이 A회사가 일본 대통령을 미화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의 영상을 강제 시청하게 했다며 A회사를 비판하는 내용을 게재했습니다. A회사는 바로 '한국콜마' 였습니다. 

한국콜마가 지난 4일 일본인 사외이사 3명의 퇴임 안건을 승인했습니다. 자신들은 친일 기업이 아니며 몸에 걸쳐져 있는 친일의 옷이라면 벗을 수 있다면서 취한 행동입니다. 한국콜마가 '일본산' 옷을 벗고 '국산'옷을 입겠다며 항변한 것입니다. 

어떤 기업이 친일 기업이냐 친일 기업이 아니냐 혹은 일본 기업이냐 일본 기업이 아니냐에 대한 얘기는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우리 역사의 오랜 논쟁거리 중 하나입니다. 어떤 기업이든 일본과 관련된 흔적이라도 발견되면 그 기업은 저격 대상이 되곤 합니다. 

특히 한-일 무역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지금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최근 불매 운동 기업 리스트에 손 꼽히는, 저격대상이 된 한국콜마 얘기를 빼면 콜마가 섭섭해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한국콜마가 일본과 정확히 어떤 관련이 있길래 불매운동 리스트 오른 것일까요.

◆ 윤동한 회장은 왜 그랬을까....한국콜마는 친일기업인가 아닌가  

한국콜마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유튜브 논란 이후 한국콜마가 일본과 상관이 없다는 공지가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콜마는 일본과 관계가 깊습니다. 애초에 그 뿌리부터 일본과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대웅제약 부사장을 지낸 창업자 윤동한 회장은 화장품 주문자생산방식(OEM) 전문 기업인 일본콜마와 합작해 한국콜마를 세웠습니다. 이후 OEM 생산을 넘어 제조업자개발생산(ODM)으로 제품을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작부터 일본기업과 함께 자랐기 때문에 일본기업과 무관한 관계라 부르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2016년 6월 한국콜마는 사외이사를 교체하면서 아래와 같이 말하기도 했습니다.

“창사 이래 일본콜마와 기술과 영업 등 협업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으며, 이번에 일본콜마 측 요청으로 사외이사를 변경키로 했습니다.”

당시 일본콜마는 한국콜마홀딩스의 지분을 13.16%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럼 지금은 어떨까요. 여전히 한국콜마는 일본콜마와 엮여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콜마의 지주사격인 한국콜마홀딩스의 3대 주주 현황을 보면 윤동한 회장, 윤 회장의 아들 윤상현 사장 그리고 ‘일본콜마’ 순입니다. 지분율 순서대로 28.18%, 17.43%, 7.46% 보유하고 있며 일본콜마가 3대주주로서 1,337,463주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를 볼 때 윤 회장이 직원들에게 보게 한 유튜버 영상이 친일 논란 등을 불러일으키게 한 이유로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무관하다고는 잡아떼기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당시 유튜브 영상 진행자는 한-일 관계가 악화 되는 것을 보며 “베네수엘라 여성의 경우 7달러에 몸을 판다”며 “곧 한국도 그렇게 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또 “아베가 문재인 대통령의 면상을 쳐도 모자랄 상황”이라며 “아베는 대단한 지도자”라 칭하기도 했다. 콜마가 생각한 일본은 “대단한 지도자”의 나라였던 것입니다.

한국콜마는 해당 사건에 대해 사과 하면서도 유튜브 상영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이 영상을 보여준 취지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현혹되어서는 안 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고 현 상황을 바라보고 기술력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사례 언급도 없었다”고 제보자의 말에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유튜버의 모든 영상은 극우 성향을 대놓고 드러내고 감정적이며 소위 말하는 ‘가짜뉴스’가 다분했다는 지적입니다.

그런 영상을 통해 현 상황에 대해 이성적 대응과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자는 취지라고 하니 해명의 전달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한국콜마 지분구조. 표=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올 6월30일 기준)
한국콜마 지분구조. 표=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한국인이 바라보는 일본과 일본인...."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아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감정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일본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의 강도 또한 점점 세지고 있습니다. 닛산, 무인양품, 유니클로, 아사히 맥주, 세븐일레븐, 다이소, 농심 등 국내 진출한 일본기업이거나 일본기업과 조금이라도 연관성이 있는 기업들은 불매운동 리스트에 올라와 있습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지난 7월 2주차 정례 여론조사 결과 중 일본에 대한 호감도 12%, 비호감 비율은 77%에 이르렀습니다. 10%는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2005년 일본 시네마현 독도의 날 제정 조례안 통과 당시 비호감 비율 79% 이후 가장 악화된 수치입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응답률 15%)

또다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지난 7월 조사결과에서는 불매운동에 참여중인 사람은 48%정도 였는데 지난달 7일 조사에서는 61%를 기록했습니다.

향후 일본 기업 제품 불매 참여 할 것이라고 말한 비율은 지난 한 달간 꾸준히 68%를 나타내고 있고 일본여행 의향에 대해서는 ‘의향 없음’이라 답한 사람이 81.3%에 달할 정도라고 합니다. 

한국인들이 일본이라는 국가를 그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 사람들이 국가로서의 일본이 아닌 '일본인'에 대한 호감도 조사 결과에서 '호감이 간다' 41%로 상대적으로 높은 호감도를 보였습니다.

해당 조사를 보면 한국 사람들이 ‘일본인‘이라는 사실만으로 일본을 부정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저 일본이라는 국가의 역사적 인식을 문제 삼고 있을 뿐인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콜마의 직원들, 대표 할 거 없이 모두 ‘친일기업’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발벗고 노력중인데 그 노력의 방향이 왠지 엇나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최대주주인 윤동한과 윤상현은 한국인이고 일본콜마의 지분은 해가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지금은 7%까지 떨어진 상황입니다. 일본의 영향력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한국콜마가 일본이라는 ‘국가’가 내비치는 ‘역사적 인식’, ‘태도’ 등에선 정확히 지적하지 않고 입을 다문채, 이미 드러난 친일 이미지의 옷만 벗는다고 ‘친일’이 아닌건 지 스스로 반문해봐야 할 때입니다. 

지금 이뤄지고 있는 불매 운동 등은 이전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그저 ‘일본인’이라는 사람에 대한 인식 문제로 사외이사 3명을 퇴임 시킨다고, 윤동한 회장이 사임한다고 능사는 아닐 것입니다. 

Hate the sin, not the sinner.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