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특별기획 ] 위기의 제약업계, 변신은 무죄…정체성 논란은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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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특별기획 ] 위기의 제약업계, 변신은 무죄…정체성 논란은 ‘아쉬워’
제약업계, 여럿 악재 속 실적 부진으로 ‘고심’…이종업계 진출로 위기 탈출 시도 ‘활발’
일부 제약사, 본업 전도돼 빈축…전문가, “R&D 등 장기 성장에 지속적 투자해야” 조언
  • 최진호 기자
  • 승인 2019.09.16 13: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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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웅제약 뉴스룸.
사진=대웅제약 뉴스룸.

[뉴스락] 제약업계가 실적 악화로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제약업계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전체 매출액이 37조 888억원(462사)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약 6% 성장이라고 하니 호조로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제약업계의 지난해 매출액이 6%나 올랐음에도 영업이익은 2조 1352억원으로 전년 대비 -13.6%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5.4%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상위 10개 기업들을 살펴보면 동아ST를 제외하고 모두 감소세를 나타냈다.

올해 상반기도 지난해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는 분위기다. 상장 제약 바이오기업 상반기 실적을 들여다보면 전체 매출액이 11조 6821억원으로(2019년 8월 16일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9% 올랐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4,5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1%를 기록했다. 상위 100개사 중 36개의 기업만이 영업이익에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고, 나머지 66개의 기업은 영업이익을 내는데 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 내수시장 의존 속 글로벌 제약사들의 국내 침투

업계의 실적 부진 이유에는 크게 2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한국 산업 전반에 걸친 내수침체와 더불어 제약업계가 그동안 보여 온 내수 의존 경향이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제약사들은 지속된 내수침체 속에서 제네릭(복제약)과 내수 영업에만 열을 올려왔다. 제약사들이 내수에만 의존하다보니 해외기업과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이것이 실적으로 이어졌다는 것.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제약사들의 의약품 수출로 발생한 총 매출액은 4조 4,243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엔 5조 1,177억원를 기록해 증가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의약품 수입액은 이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 지난해엔 6조 8,175억원에 달했다.

즉, 수출보다 수입이 더 커 적자가 오히려 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제약업계 총 매출액(462개사) 37조 888억여원과 비교해보면 여전히 국내 기업들은 전체 매출액의 약 89% 이상 내수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 내수시장에 글로벌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해외 의약품 수입이 6조원에 달하고 국내 상주 외국계 제약사들 또한 매출액이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보니 국내 제약사들로서는 해가 갈수록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상주 외국계 제약사 매출액은 5조 241억여원을 넘었고 영업이익은 1,981억여원으로 2017년 대비 2배나 증가했다.

◆ 뒤늦은 R&D 투자가 실적 하락에 영향...그래도 가야 할 길

둘째, 위기를 의식한 제약업계가 R&D 투자비용을 늘리면서 단기적으로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초창기 제약업계는 R&D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개발기간과 비용적 측면에서 너무 많은 리스크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니 경영실적에도 크게 진전이 없다고 판단 한 것이다. 투자비용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경영실적에 있어 큰 위기가 없었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에서 임상 1상부터 FDA(미국식품의약국,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승인까지 신약 개발 소요 기간이 평균 12.5년으로 집계 됐으며,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은 신약개발을 위해 투자하는 평균 비용이 5000억원에서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2010년을 전후로 종근당, 셀트리온,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 국내 선도 제약사들이 R&D 투자비용을 급격히 늘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R&D 투자비용이 경영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종근당의 경우 2010년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이 9%에 불과했지만 2015년엔 15.4%까지 오르면서 R&D 투자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628억원여원을 투자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셀트리온은 올해 상반기에 매출액 대비 25.9%에 이르는 연구개발비를 지출했다. 4567억여원의 매출액에서 1184억여원을 연구개발에만 쓴 것이다. 전체 매출액의 4분의 1을 넘어가고 있다.

한미약품은 매출액 대비 18.7%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했다. 5450억여원의 매출액에서 1020억을 R&D에 투자했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R&D 투자의 궁극적 이유는 지속가능 경영 환경 조성을 위한 것”이라며 “주력인 바이오시밀러 제품 외 신약 및 케미컬 개발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해 신규 시장 창출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30년까지 총 40조 이상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제약사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투자금액 기준 전년 대비 9.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2000년 이전부터 시작된 사업다각화···“R&D 투자로 이어져야”

하지만 R&D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기까지는 험로한 여정이 있다. 때문에 단기 수익을 통한 투자 활성화 목적을 둔 제약사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부 제약사들의 경우는 제약 본업보다 오히려 부업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사활이 걸린만큼 이종업계 진출을 두고서 ‘옳다’ ‘그르다’의 성질의 문제는 아니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식음료, 화장품 등이 대표적으로 제약사들이 진출하는 이종업종이며, 일부 제약사들은 건설, 고속도로 휴게소 그리고 최근에는 건강(보조)식품 사업 진출이 활발하다. 

이는 신약 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에 비하면 개발비용이 적게 들고 제약사의 인지도와 연구개발 노하우, 인프라를 적절히 활용하면 단기간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광동제약의 경우 1973년 우황청심원 제조 허가를 받은 이후 여러 제약업체들을 인수하고 2001년 비타민음료 ‘비타500’을 출시했다. 당시 R&D 투자가 적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비웃듯 음료 사업에 집중한 것이다. 그리고 2000년 당해 총 매출액이 779억여원에서 2001년 919억여원으로 오르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비타민C 500mg을 음료 한 병으로 섭취 할 수 있다는 ‘뉴메릭 마케팅’으로 주목 받았고 현재까지 광동제약의 주요 매출원 중 하나가 됐다.

유한양행은 초기에 미국식 약방으로 시작됐다. 초창기엔 안티푸라민 등을 판매하며 제약업계로서 명성을 쌓아왔지만 2001년 비타민씨를 출시하면서 기존 사업 외 영역으로 영향력을 넓혀갔다. 그보다 더 일찍 ‘유한락스’를 만들며 위생관련 생활용품에 눈을 돌리기도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R&D 투자 비용이 급증하면서 이에 따른 실적 하락으로 고전을 하고 있는 유한양행은 새 성장동력원으로 최근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뉴오리진을 독립분리시켜 구멍난 실적 메우기에 나섰으며, 중국 임플란트 시장에도 문을 두드렸다.

화장품 사업은 이제는 전문 화장품기업들보다 제약사들의 본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활발하다.

동아제약, 유한양행, 동화약품, 동국제약, 일동제약 등이 대표적이다. 가히 상위 제약사들 대부분이 화장품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특히 화장품 시장은 중국 사드 문제 등 여파로 전체 매출 하락을 겪었으나, 남성 화장품 시장 확대 등 호재도 있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돼 제약사들의 진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제약사들의 헬스케어 사업 진출도 두드러진다. 한미약품 계열 한미IT는 건강관리서비스 ‘라이프그래프’를 선보였으며, 대웅제약은 올 초 네이버와 헬스케어 합작사 ‘다나아데이터’를 설립해 AI와 ICT 첨단기술을 활용한 헬스케어 빅데이터 연구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종근당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사업영역을 넓힌다고 정체성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화장품 사업 등 사업을 다각화 하고 있는 건 사실이나 주력은 역시 제약업에 있고 R&D 투자에도 적극적”이라며 “사업을 다각화 하는 이유는 의약품만으로는 수익과 R&D 투자의 선순환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익명을 요청한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사들의 이종업계 진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안다”며 “이같은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으로 바라봐야하지만 매출 하락이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약사들의 이종 진출은 단기 수익 창출을 통한 R&D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 크다”며 “(할말은 많지만)제약사들 저마다 사활이 걸린 문제로 이종 진출을 두고 왈가불가 할수 없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국내 제약산업을 키우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미흡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 일각, 과도한 이종업 진출 ‘아쉬운’ 대목 지적

그럼에도 몇몇 제약사들의 정체성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광동제약의 경우엔 연구개발비가 여전히 1% 내외에 머물고 있다. 광동제약 매출액을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총매출액이 6174억원을 기록했고 이 중 4802억원이 의약품이 아닌 영역에서의 매출고를 올렸다.

이쯤 되면 제약사가 아닌 식음료회사라는 업계 안팎의 목소리도 틀린 말도 아닐 법하다.

R&D 투자에 있어 독보적인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셀트리온도 최근에 생뚱맞은 사업 진출로 빈축을 사고 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계열사인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등을 통해 엔터사업, IT 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올 초 개봉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에 투자해 쓴맛을 보기도 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개별적인 회사”라며 “개별 회사이기 때문에 사업 다각화에 대해 말씀 드리기 어렵다. 또 제약업체로서 정체성을 잃는다는 지적에 해당사항이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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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9-09-16 16:24:02
기자님 잘 읽었습니다. 내용도 꼼꼼히 정리돼 있고,, R&D 비용을 전혀 다른 곳에 사용하는게 식음료 회사라는 지적을 받을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