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동료 여승무원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대한항공 전 부기장이 결국 구속기소됐다.

25일 인천지방검찰청 형사3부(부장검사 최창호)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강간) 혐의로 대항공항 전 부기장 이모(36)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항공기내 성추행 폭행 등 불법행위가 가장 많은 항공사로 나타났다. 땅콩회항 사건 이후에도 유명 가수의 기내 난동 사건, 중소기업 오너 2세의 난동 사건 등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로 구설에 올랐다. 사진=방송 화면 일부 캡처.

여승무원 방에 몰래 침입해 성폭행 시도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1월 26일 오전 5시쯤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호텔에서 동료 여승무원이 자고 있는 방에 침입해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잠에서 깬 피해자가 화장실로 도망가 버리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당시 직원들은 숙소 인근에서 회식을 하고 헤어졌지만 이씨는 자신의 방으로 가지 않았다.

이씨는 호텔 프런트에서 자신의 키를 분실했다며 여승무원 방의 예비키를 받아 무단 침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발생 후 대한항공 측은 이씨를 비행에서 배제하고 파면조치했다.

이씨는 검찰 수사에서 “피해자의 방에 들어가서 피해자의 가슴 등을 추행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술에 취한 상태였고, 피해자를 강간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두고 대한항공의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사건 발생 직후 여승무원은 곧바로 회사 측에 이같은 사실을 알렸지만, 사측은 사건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징계 절차를 밟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이 처음 알려진 지난 2월 당시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조용히 사건을 묻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상벌심의위원회가 열리려면 적어도 1주일 전에 통보를 해야 하는데 당시 설연휴 기간이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처리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3월21일 오전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스마트폰 소프트웨어)인 ‘블라인드’ 내 대한항공 게시판에 인턴 승무원이라고 밝힌 이가 작성한 ‘부기장 성추행’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지만 오후에 삭제됐다고 한국일보가 단독보도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지난해 3월에도 사내 게시판에 ‘부기장 성추행’이란 제목의 글이 게시됐지만 이내 삭제가 돼 의혹을 사기도 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의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2차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성 사건 빈번..대한항공 개선 필요성 대두 

2014년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태원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국내 항공기 승무원이 승객으로부터 성추행당한 사례가 18건으로 집계됐다.

승무원 대상 성추행은 2010년 4건, 2011년 2건, 2012년 5건, 2013년 4건이 일어났고, 올해는 7월까지 3건이 발생했다.

항공사별로는 대한항공이 12건으로 경쟁사 아시아나항공 5건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나 대한항공의 승무원 보호 등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대한항공 승무원들은 회사 최고 경영자에게조차 대우를 받지 못하는 신세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12월 5일 대한항공 오너 일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륙 준비 중이던 기내에서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난동을 부린 데 이어, 비행기를 되돌려 수석 승무원을 하기시킨 사건이 발생해 국내는 물론이거니와 국제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에도 대한항공은 조 전 부사장을 옹호하는 대신 승무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듯한 사과문을 발표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어 사태 책임을 지고 조 전 부사장이 사퇴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주요 보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또다시 비난 화살을 맞아야만 했다.

‘땅콩회항’ 사건 이후 항공보안법이 강화됐지만, 대한항공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항공기내 불법행위가 가장 많은 1위 항공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정용기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인 ‘최근 5년간 국내 항공사별 항공기내 불법행위 적발현황’에 따르면 성추행, 폭행 및 협박, 음주, 흡연, 폭언 소란행위 등 항공보안법상 불법행위 사건이 2012년 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1441건 발생했는데, 대항항공이 930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경쟁사에 비해 불법행위 적발 건수가 많은 것은 노선수와 직원수가 경쟁사에 비해 월등히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하지만 모든 불법행위가 대한항공이 잘못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직원 보호 시스템을 강화해야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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