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김정주 회장.
넥슨 김정주 회장.

[뉴스락] 매각 철회를 한 게임업계 1위 기업인 넥슨이 돌연 이커머스 시장에 거액을 투자해 재계가 설왕설래다. 

최근 넥슨은 이커머스업체 위메프에 3천억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넥슨의 돌발 투자 배경도 궁금해하지만, 무엇보다 기업가치 산정을 두고서 의구심을 나타낸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넥슨코리아는 지난 9일 위메프의 지주사 원더홀딩스에 약 3500억원을 투자, 신주 인수 방식으로 지분 11.08%(2493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투자 과정에서 원더홀딩스는 약 3조5000억원의 기업가치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더홀딩스는 위메프(지분 87%) 외 게임개발사 원더피플, 에이스톰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그룹 전체의 가치 중 위메프가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보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통상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평가는 시가총액에서 순차입금을 더하는 방식인데,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 대부분이 비상장기업이라 뚜렷한 평가 기준이 없어 관점에 따라 평가액이 바뀐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는 매출액 대비 적자인 상태가 많아 통상 거래금액 규모(GMV)로 기업가치를 산정해왔다.

이로 인해 업계 1위인 쿠팡의 경우 지난해 거래액 7조원대를 기록, 거래액 기준 약 1.42배 수준의 10조원이라는 기업가치 평가를 받게 됐다.

그러나 11번가는 지난해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5000억원대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약 2조7000억원이라는 기업가치 평가를 받았다. 당시 거래액이 9조원대였음을 감안하면 0.24배 수준이다.

위메프는 지난해 거래액 약 5조400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때문에 쿠팡의 기업가치 평가를 할 때 기준으로 산정한다면 위메프의 기업가치는 약 7조원, 11번가의 사례대로 산정한다면 약 1조원으로 평가돼 평가액이 달라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위메프는 거래량 지표 측면에서 앞서있는 11번가에 비해 약 1조원 가량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투자금을 유치했다”면서 “소셜커머스 시장 규모가 빠르면서도 천문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 특징을 고려한 기업가치 평가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넥슨의 원더홀딩스 지분 취득 및 투자 공시/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캡쳐
넥슨의 원더홀딩스 지분 취득 및 투자 공시/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캡쳐

일각에선 김정주 NXC 회장이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를 외부 고문으로 영입하는 과정에서 허 대표 몸값을 위해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띄운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허 대표는 앞서 2001년 네오플을 설립하고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개발,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 자리 잡았다. 이후 2008년 네오플을 넥슨에 매각(현재 넥슨의 자회사)하고 2010년 위메프를 설립했다.

이후 게임업계 위기와 더불어 넥슨 매각에 실패한 김정주 회장은 허 대표를 외부 고문 직함으로 다시 영입한다는 계획을 지난 8월 밝힌 바 있다.

막역한 사이였던 두 사람이 다시 뭉치기 위해 김 회장이 원더홀딩스의 지분을 사들였고,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 평가가 훌쩍 뛰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쿠팡이 소프트뱅크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2570억원)를 지원받고 티몬 역시 사모펀드로부터 500억원대 투자를 받아낸 것과 달리, 위메프는 자체적으로 굵직한 외부자금 유치를 이루고자 했지만 2015년 1000억원대 투자 외에는 별다른 수확이 없었다.

당시 1000억원대 투자마저도 김정주 회장으로부터 받아낸 투자자금이었다.

이 같은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에 대해 NXC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원더홀딩스는 이커머스 및 게임업계에서 경쟁력과 미래가능성이 높은 회사들을 소유 중이고 이 부분을 고려해 평가한 것”이라며 “국내 회계법 기준으로 정당한 기업가치를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과 허 대표의 관계가 가치평가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에 대해 관계자는 “추정일 뿐이며, 기업가치 평가라는 것은 주관적이거나 자의적으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는 넥슨이 허 대표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뒷말이 돌기도 했다. 넥슨 초창기 멤버로 활약해온 박지원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정상원 신규개발총괄 부사장이 돌연 사임한 것을 둘러싸고, 허 대표 영입을 두고 내부 갈등설 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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