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특별기획] “기술력에 디자인을 입히다”…재계, ‘디자인 경영시대’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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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특별기획] “기술력에 디자인을 입히다”…재계, ‘디자인 경영시대’ 가속화
소비·생활 패턴 변화로 ‘디자인’ 구매기준으로 급부상
대기업 중심으로 앞다퉈 디자인 경영시대 준비
미래 준비 어려운 중소기업 디자인 역량 강화 방안도 고려해야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9.10.02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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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바야흐로 디자인 경영시대다.

당초 패션·악세사리 등을 포함한 유통업계에서 우선순위로 꼽혔던 ‘디자인’이라는 요소가 제조업 등 재계 전반에 걸쳐 중요 고려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휴대폰, TV 등 가전제품 및 자동차를 포함한 제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선 국내 제조업체들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 상향평준화돼 있는데다가, 과거 길었던 교체주기가 짧아지고 개인 중심의 사회로 변화해가면서 제조업에서도 디자인을 우선순위로 두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기업 역시 이 같은 현상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대비하는 모양새다. 스마트폰 강자 삼성전자, 자동차 1위 기업 현대자동차, 인테리어 가구업계 1위 기업 한샘 등 재계 전반에서 갓 막을 올린 ‘디자인 경영시대’ 준비를 위해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부회장(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우). 사진=각 사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부회장(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우). 사진=각 사 제공.

◆ 제조업 등 재계 전반에 부는 국해외 유명 디자이너 영입 바람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를 제조·판매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최근 김홍민 전 코카콜라 북미디자인 디렉터와 이정숙 전 SAP(글로벌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업체) 글로벌 디자인 헤드를 각각 상무로 영입했다.

김홍민 상무는 무선사업부 디자인전략을 담당하고, 이정숙 상무는 무선사업부 UX(사용자경험)혁신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등 차세대 스마트폰 시장에서 디자인, UI(사용자인터페이스), UX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관련 글로벌 역량을 가진 디자이너를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초 영국 디자인 회사 탠저린 대표를 지냈던 이돈태 부사장을 영입한 후 디자인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번 영입 역시 이 부분에 대한 보완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 알파 로메오, 람보르기니 등에서 디자인 개발을 주도해온 필리포 페리니(Filippo Perini) 디자이너를 지난달 9일 유럽제네시스선행디자인스튜디오 총책임자 상무로 영입했다.

1995년 알파 로메오에 입사해 ‘스파이더’, ‘156 슈퍼 트리스모 레이싱카’ 등 다양한 프로젝트2카’를 개발하고, 2006년 람보르기니 디자인 총책임자 시절 ‘레벤톤’, ‘무르시엘라고’, 우라칸‘ 등을 선보이며 실력을 입증했다.

페리니 상무는 한국 제네시스 디자인실과 협업해 미래 고급차 선행 디자인 개발을 맡을 예정이다. 현대차는 오랜 경력과 함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페리니 상무의 철학과 제네시스 브랜드가 부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최근 디자인 관련 글로벌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며 디자인 경영시대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앞서 벤틀리 출신의 루크 동커볼케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담당 부사장과, GM·벤틀리 출신의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 전무, 폭스바겐 출신 사이먼 로스비 현대스타일링담당 상무, GM·BMW 출신 서주호 현대디자인이노베이션 상무 등 거물급 인사 카드를 모두 디자인 분야에 사용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기아자동차 역시 지난 9월 초 인피니티 수석 디자인 총괄 출신 카림 하비브를 기아디자인센터장 전무로 영입했다.

BMW·벤츠 등 굵직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카림 하비브 전무는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과 함께 기아차에서 개발하는 모든 차종의 디자인 혁신에 주력할 계획이다.

디자인 경영의 흐름은 가구·인테리어 업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 특성상 기존 디자인이 차지하고 있던 비중과 전문성을 한층 더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한샘은 지난 2014년 종합 홈 인테리어 전문기업으로의 탈바꿈을 선언한 뒤 ‘한샘디자인파크’, ‘한샘인테리어대리점’ 등을 내세우며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한샘은 ‘디자인 기업’으로의 변화를 위해 지난 2014년 권영걸 전 서울시 디자인서울 총괄본부장을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사장으로 영입하며 본격적인 디자인 고급화 전략을 꾀했다. 이는 당시 세계 1위 가구업체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함에 따른 대안이자 방어책이었다.

특히 기존 가구·인테리어·리모델링 사업에서 디자인 부문을 강화했다. 기존 한샘 플래그샵, 한샘 IK에 리모델링 전시를 추가·확대해 소비자가 직접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고를 수 있는 한샘디자인파크, 한샘리하우스, 한샘인테리어대리점 등으로 진화시켰다.

한샘은 향후에도 계절별, 세대구성원별, 주거규모별 공간 디자인 트렌드 솔루션을 제안하며 인테리어 디자인 부문 강화를 통해 종합 홈 인테리어 전문기업의 명맥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창호·인테리어 자재·건축자재 등 제조업을 영위하는 LG하우시스 역시 기존 건자재 부문과 함께 디자인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LG하우시스는 지난달 29일 천하봉 숙명여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를 디자인센터장(상무)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국내·외에서 손꼽히는 산업디자인 전문가인 천하봉 상무는 삼성전자·모토롤라·뉴젠텔레콤·탠저린 등 글로벌 기업에서 컴퓨터 및 모바일 제품 디자인, 공간 및 소재 디자인 관련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LG하우시스 측은 “1994년부터 국내 인테리어 업계 최초로 디자인센터를 운영해오고 있는 만큼 천 상무의 오랜 경력을 토대로 LG하우시스의 인테리어 자재 솔루션, 다양한 신소재 개발 및 토탈 디자인 전략 분야 강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각 사 제공.
사진=각 사 제공.

◆ 기술력 상향평준화·소비 패턴 변화, 구매기준 ‘디자인’ 급부상

이처럼 기업들이 디자인 경영에 무게를 싣는 것은 소비 패턴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이 일정 수준 이상 평준화된 시장에서 브랜드간 차이점이 미미한 가운데 소비자가 특별하게 구매욕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디자인이다.

또, 1인 가구, 핵가족화 등 개인 중심 사회로 변해가면서 특정 제품을 선택할 때 우선기준이었던 ‘실용성’, ‘보편성(가족 구성원의 만족도를 충족할 수 있는 평균)’ 등이 아닌, ‘나’의 취향 즉, 개성이 우선시 되는 소비 패턴으로 변화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다.

교체 주기가 짧아진 부분도 영향을 준다. 20~30여 년 전 냉장고, 휴대폰 등 가전제품을 구매하면 냉장고는 20여 년, 휴대폰은 5년 가량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로 인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제품 교체시 신기능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교체주기가 상대적으로 짧아진 현대사회에선 일정 수준 비슷한 기능을 따지기보다 소비자의 주거 공간 등 현 상황에 알맞은 디자인에 더 집중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도 수많은 경쟁제품 사이에서 생존을 하기 위해 기술력은 물론, 눈에 띄는 차별화된 디자인을 선보이는 데 아낌없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의 상향평준화로 인해 기술혁신의 주기가 길어졌고, 대중 역시 기술력은 기본 바탕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있다”면서 “현대사회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시각적 요소가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만큼 대기업을 중심으로 디자인 경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디자인 경영시대에 대한 우려점도 존재한다. 기술력이 기본 바탕이 된 현 시점에서 차별화된 디자인 능력까지 갖추기엔 중소기업 입장에선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히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적자생존’은 당연하나, 정부의 지원사업 활성화 등을 통해 디자인 경영시대에서 중소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는 제공돼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 기술개발사업(R&D)에 1조744억원 규모의 투자를 하는 등 기술력 확보에 대한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사업은 그동안 꾸준히 이어져 왔다”면서 “이로 인해 기술력의 상향평준화를 이뤄낸 것처럼, 상대적으로 디자인 기술과 인력 확보 여건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디자인 경영시대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관련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디자인 경영시대의 미래, ‘표절·저작권 주의’…특허 분쟁 잇따를까

일각에서는 디자인 경영시대의 미래에 특허 분쟁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술력이 상향평준화된 현대 기업사회에서 큰 해결과제 중 하나는 기술유출에 대한 부분이다.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발표한 ‘산업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기술·규모별 보안관리 및 기술유출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 내 2016년 경찰청 기술유출 검거 통계에 따르면, 2009년 46건, 2010년 40건에 불과했던 기술유출 적발 건수가 2014년 111건, 2015년 98건, 2016년 114건으로 해마다 평균 100건을 웃도는 횟수로 증가했다.

기술유출 사고는 해마다 지능화·고도화돼 가고 있다. 특히 기술유출 사고유형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기술인력 빼가기’ 유형의 경우 사람의 머릿속에서 이뤄지는 부분이기 때문에 출처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매우 복잡하다.

디자인 역시 아이디어의 표절이라는 대목에서 이러한 딜레마를 갖게 될 수 있다. 디자인 표절은 저작권법에서도 직접적으로 보호하지 않는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제품의 색상이나 형태가 타 제품과 어떤 차이점을 갖는지, 표절인지 아닌지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려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음악산업에서도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음악저작물은 ▲피고가 원고의 창작적 표현을 복제했을 것(창작성) ▲피고가 원고의 저작물에 의거해 이를 이용했을 것(의거성) ▲원고의 저작물과 피고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을 것(실질적 유사성)이 충족됐을 때 저작권 침해로 판단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이 있음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디어에 대한 음악 표절 시비는 매년 복잡한 이슈를 낳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에서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산업디자인 저작권에 대한 부분 역시 많은 과도기를 거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창작 당시부터 자동으로 발생하는 저작권과 달리, 디자인권은 디자인보호법 제39조에 따라 설정 등록을 해야만 보호 권한이 발생하는 만큼 특허청 등록을 필수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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