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비위면직자 중 취업제한 위반자 현황/사진=국민권익위원회 자료, 정재호 의원실 재구성
최근 5년 비위면직자 중 취업제한 위반자 현황/사진=국민권익위원회 자료, 정재호 의원실 재구성

[뉴스락] 부패·비위행위가 적발돼 당연퇴직, 파면, 해임되거나 벌금 3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공직자들이 규정을 어기고 관계기관에 재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고양을)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제공받은 ‘비위면직자 취업제한 위반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비위면직자들의 수가 1621명에 달한다.

이 중 금품·향응 수수혐의로 면직된 공직자가 1051명으로 제일 큰 비중(65%)이었으며, 공금을 횡령하거나 유용한 사실이 적발된 공직자는 296명(18%)으로 다음을 차지했다.

이러한 비위면직자들이 해임 이후 취업제한규정을 위반해 재취업에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규제 사각지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82조(비위면직자 등의 취업제한)에 따르면 비위면직자는 퇴직일 등 취업제한 기산점 이후 5년간 공공기관에 재취업할 수 없고 퇴직 전 소속 부서·기관 업무와 관련 있는 영리사기업체에도 갈 수 없다.

그러나 최근 5년 동안 96명이 규정을 위반해 취업했고, 2018년 한 해에만 41명이 취업해 전년(′17년) 대비 위반자가 2.5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전직업무와 연관된 영리사기업체 등에 취업한 비위공직자의 수는 2015년부터 순증해 작년에만 31명(2018년 취업제한 위반자의 76%)에 달했다. 비위면직자가 ‘전관’으로 대우받으며 기업민원의 해결사로 나서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측에서는 법 시행(2016년 9월)으로 취업제한기관이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부패행위 관련기관, 규모가 작은 영리사기업체 등으로 확대되면서 위반자가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지만, 비위면직자 등의 취업가능 여부를 사전 확인하지 못하고 사후 적발에만 치중해왔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의 사후적발 조치가 별 효과 없는 점도 문제다. 공공기관 사정상 권익위의 해임요구가 즉각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영리사기업체 등에는 해임을 요구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2016년 행정자치부 소속(기관)의 퇴직자를 채용한 한 사기업체의 경우, 권익위로부터 취업해제조치를 강구받은 행정자치부의 해임요구를 거부했고, 이에 따른 과태료 1000만원도 미납한 상태다.

2018년 한국철도공사의 퇴직자를 채용한 취업기관의 경우, 대체 전문인력을 구할 수 없다며 해임을 지연시키다가, 권익위 요구로부터 3개월이 훌쩍 지난 후에서야 해임했다.

이에 정재호 의원은 “청렴사회 일선에 서야할 공직자들이 비위행위로 면직된 것도 모자라 법을 위반해 재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비위면직자 등의 취업을 더욱 엄격히 제한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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