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1 화물창/사진=한국가스공사 제공
KC-1 화물창/사진=한국가스공사 제공

[뉴스락] SK해운이 국가핵심기술을 유출하고도 산업부에 도면반출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알게 된 산업부 역시 원상복구 행정명령 조치에 그쳐 비판이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열린 한국가스공사 국정감사에서 “국가핵심기술인 KC-1의 도면을 프랑스 프랑시피아와 영국 ICE에 유출했으며, 산업부에 도면반출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LNG(액화천연가스)시장 활성화에 따라 국내 대형 조선3사 역시 LNG선박 수주를 이어가면서 조선업 활력이 기대되는 추세다.

LNG선박의 핵심기술은 화물창에 있는데 이 기술을 프랑스 회사인 GTT가 거의 독점하고 있어 선박 한 척당 110억원(선가의 5%)가량의 기술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가 화물창 로열티로 지급한 누적 금액은 3조원 가량이다.

정은혜 의원은 “LNG선박 한 척을 건조하면 10% 정도 수익이 나는데 그 절반인 5%를 로열티로 지급하고, 또 설계비와 감리비는 별도로 지불하고 있어 우리 조선사가 열심히 배를 만들어도 돈은 프랑스 회사가 다 챙겨가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국내 조선업계는 화물창 기술의 국산화가 절실했다. 한국가스공사는 2004년부터 국가R&D로 KC-1이라는 국산 화물창을 연구, 총 개발비 197억원을 투입해 2014년 개발에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 상용화는 되지 못한 상태다. 2018년 삼성중공업이 처음으로 KC-1을 도입해 선박 2척을 건조하고 SK해운에 이를 인도해 운항했지만, 화물창 외벽에 결빙현상이 나타나는 등 결함이 발생한 것이다.

삼성중공업이 가스공사의 수리방안대로 9개월간 약 200억원을 투입해 수리했으나 테스트 중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했다. 결국 화물창 로열티는 계속 프랑스 회사에 지급하면서, 설계상 잘못인지 제작상 잘못인지 가려내기 위해 가스공사와 조선3사는 복잡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SK해운이 KC-1 도면을 해외에 유출했다는 것이다. 정 의원에 따르면, SK해운은 산업부 허가 없이 이 기술의 도면을 무단으로 프랑스 프란시피아와 영국 ICE에 반출했다.

KC-1 전체도면 315매 중 219장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심지어 프란시피아라는 회사는 전세계 화물창 시장을 독점하고 있고, 국내 조선업계가 누적 3조원 가량 로열티를 지불해온 GTT의 용역회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KC-1 화물창 설계도면을 산업부의 승인 없이 해외로 반출한 SK해운의 행위는 명백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제14조 1호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산업기술보호법 제14조(산업기술의 유출 및 침해행위 금지) 중에서도 1호는 절취, 기망, 협박 그 박의 부정한 방법으로 대상기관의 산업기술을 취득하는 행위 또는 그 취득한 산업기술을 사용하거나 공개(비밀을 유지하면서 특정인에게 알리는 것을 포함한다)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위 사항을 위반할 시 산업기술보호법 제36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15억원 이하의 벌금을 병과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부는 SK해운의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에 대해 지난 4월 신고접수를 받아 7월까지 조사를 실시했는데, 검찰 고발 조치 없이 지난 8월 SK 해상에 원상복구 조치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그쳤다는 게 정 의원의 설명이다.

정 의원은 SK해운의 국가핵심기술 유출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SK해운 측은 <뉴스락>의 질의서 답변을 통해 “해당 기술을 매각/이전/수출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소송 과정에서 필요한 원인규명 등 소송 수행을 위해 국외 분석기관과 비밀유지계약을 맺고 제한된 목적으로만 제공해 산업부 승인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서 “산업부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현재 원상복구 행정명령의 이행에 협조 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분석기관의 분석 결과에 대한 질문에 SK해운 측은 “분석 결과는 이미 나왔으나 그 결과를 놓고 가스공사와 의견을 달리 하는 부분이 있어 언급이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산업부 승인 없이 국가핵심기술의 도면을 유출해 원인분석을 한 것이 소송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친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2는 ‘위법수집증거의 배제’라는 제목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SK해운 측은 “소송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이슈에 대해 현 시점에서 예시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솜방망이 조치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조선해양플랜트과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가스공사와 조선3사의 KC-1 결함 책임을 두고 대화가 잘 되지 않아 소송까지 가게 됐는데, 원인규명을 하는 과정에서 국내 분석기관은 조선3사의 영향력을 의식할 것이란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해외업체에 의뢰를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용이 어찌됐든 국가핵심기술은 승인을 받고 내보냈어야 했는데 그것을 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산업부 조사 결과 제작과 관련된 도면은 제공되지 않았고 기술유출을 하려 한 것이 아니라 국가산업 발전을 위해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자료를 보낸 부분이 확인됐다”면서 “사유상으로는 합당하나 절차를 밟지 않은 점, 거시적 관점으로 봤을 때 행위 목적이 기술 결함 원인규명에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해 그러한 조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SK해운이 의뢰한 국외 분석기관이 프랑스 GTT회사의 용역업체라는 지적에 대해 관계자는 “GTT가 프랑스 조선산업에서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크게 봤을 때 동종업계라는 점에서 걸쳐있는 정도지 자회사 개념처럼 매우 가까운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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