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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그 사람이 살아온 풍경이 담기듯이 손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의 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직업과 성격, 체형까지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어릴 때 보았던 동네 인쇄소 아저씨 손은 검정 잉크로 물들여져서 씻어도 마저 씻기지 않는 잉크 자국이 얼룩덜룩한 무늬가 되어 원래의 그것처럼 보였다. 생선가게 아주머니 손은 생선 칼에 베인 작은 상처들의 갈라진 틈으로 생선 비늘과 물 자국이 길처럼 지나다니고, 그사이에 짙게 밴 비릿한 생선 냄새가 가시는 날이 없었다. 학교 선생님 손은 엄지, 검지. 중지에 하얀 분필 가루가 집중적으로 묻어 있는 것이 일상이었고, 동네 빵집 아저씨가 반죽하다 말고 담배를 피우던 손은 처음엔 희었으나 이내 누리끼리해진 밀가루 반죽이 말라서 들러붙어 있었다. 키가 작고 흰 피부가 예뻤던 음악 선생님의 피아노 치던 고운 손은 아기 손처럼 작고, 희고 가늘어 선생님 얼굴만큼이나 예뻤다. 학교 앞 분식집 아주머니 손은 달짝지근한 떡볶이 국물이 연한 주홍빛이 되어 군데군데 묻어 있었다. 통통한 튀김집 아저씨 손은 온종일 튀김을 튀겨내던 기름으로 번들거렸다. 명절이 가까워지면 동네 떡 방앗간 아주머니 손은 콩고물의 고소한 냄새가 배어 있었다.

 

 -본문 중에서

십이월의 아카시아 표지. 책과강연 제공
십이월의 아카시아 표지. 책과강연 제공

 

사랑하는 사람이 더욱 그리워지는 12월. 도서출판 책과 강연의 신간 '십이월의 아카시아'가 오는 16일 출간될 예정이다. 

오랫동안 숨을 참고나면 그제야 비로소 공기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처럼 살다보면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는 순간을 마주하곤 한다. 

'십이월의 아카시아'는 갑작스런 암 판정 이후 삶을 대하는 저자의 감정을 따뜻하게 풀어낸 책이다.

한 겨울 아버지의 죽음, 어린 시절 어머니의 부재, 할머니와 함께 했던 부엌의 추억 등을 통해 그녀는 암 판정 이후 삶에 대한 희망을 강렬하게 희구하게 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당연한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됐을 때 슬픈 것을 슬프게, 아픈 것을 아프게 느껴야만 그 뒤에 찾아오는 작은 기쁨과 웃음이 더욱 소중하다 전했다.

'십이월의 아카시아'의 저자인 박정윤 작가는 1972년 생으로 하늘, 바람, 별, 나무 그리고 그 나무에 열리는 열매의 신기함을 좋아한다. 누구나 흔히 좋아할 만한 평범한 이 모든 것들과 함께하는 매 순간을 좋아한다. 

총 42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십이월의 아카시아'는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사랑하고 사랑했던 모든 이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삶을 감사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저자 박정윤의 애틋한 감정이 잘 드러난다. 또, 중간중간 삽입된 짧은 구절은 저자의 SNS에 기록된 글로 저자의 남다른 문학적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잊지 못할 사람, 사랑, 이별을 경험하게 됩니다. 죽음이 가져다준 이별은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되어 더없이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그때마다 꺾어질 것 같은 마음은 곁에 있는 또 다른 사랑하는 사람들로 인해 채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나간 날들을 기억하고 추억하며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제가 겪은 아픔과 슬픔의 감정들을 공유하고 공감하면 아픔도 슬픔도 조금은 덜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라고 전했다. [뉴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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