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한국화이바 직원 김모씨가 남긴 유서.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숨진 한국화이바 직원 김모씨가 남긴 유서.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뉴스락] 유리가공품 전문업체 한국화이바의 한 직원이 유서를 남기고 기숙사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족 측은 직장 내 갑질 의혹을 제기했다.

20일 경찰 및 유족 측에 따르면, 한국화이바 특수선사업부에서 근무하던 김모씨(32)가 지난 9일 오전 8시50분경, 경남 밀양시 내이동 한국화이바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의 사인을 자살로 판단했다. 그러나 유족 측은 메신저 대화내용과 통화목록을 봤을 때 직장 갑질이 심각했기 때문에 사실상 타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인이 남긴 휴대전화 메모장에는 “책임을 질 수 없어 떠납니다. 죄송합니다. 너무 힘들었어요. 마지막까지 죽기 싫은데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거 같아요. 가족들, 여자친구한테 미안해지네요. A모 과장 차 좀 타고 다니세요 업무 스트레스도 많이 주고... 하... 이 글을 적고 있는데도 무서워서 죽을 용기는 안 나네요... 몇 번 시도해보면 되겠죠...”라는 글이 남겨져 있었다.

유족 측은 “경찰이 증거 수집 및 유품 확인을 다 했을텐데 유서를 보고도 단 7시간 만에 단순 변사사건으로 종결했다”면서 지난 17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호소했다.

고인의 메모장에 등장하는 A과장과 나눈 대화에서 A과장은 “미안한데 내일 회사 좀 일찍 가자”, “역으로 좀 태워줘”, “내일 밀양역에 일찍 올 수 있나? 본부장님이 일찍 출근하라네”, “오늘도 역으로 좀 부탁” 등 메시지를 보냈고, 고인은 “네 밀양역으로 갈까요?”, “7시 5분까지 가면 될까요?”, “예 아침에 가겠습니다” 등 답변을 했다.

유족들은 “상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약 2년 동안 강제 카풀을 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고인의 어머니는 고인이 숨지기 전인 지난 8일 오전 11시 40분경, 고인이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수요일까지 어떤 일이 있어도 해결하겠다”는 말을 했으며, 길어지는 통화에서 불안해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경남지방경찰청 청문감사관실과 수사과에 재조사 진정을 넣었으며, 고용노동부에도 직장 내 갑질에 대한 조사 진정서를 접수했다.

경찰은 “타살 흔적이 없어 자살로 처리한 것일 뿐, 사건종결처리는 아직 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에 대해 한국화이바 측은 유수 매체를 통해 갑질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한국화이바 측은 “한 달 중 십여 차례 함께 출퇴근한 것은 맞지만 강제성은 없었고, A과장이 유류비를 몇 번 챙겨주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A과장도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돼 있는 상태”라면서 “고인이 업무에 적응하지 못해 A과장이 도와준 적이 잦았고, 또 고인이 원한다면 타 부서로 인사발령을 내주겠다고 했지만 고인이 직접 고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고인이 유류비를 받은 적이 없으며, 여전히 회사가 고인의 책임으로만 몰아가고 있다며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뉴스락>은 한국화이바 측에 추가 질문을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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