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연말 임원 인사 시즌을 맞아 10대 그룹은 저마다 어떤 인재들과 함께 내년을 준비할 지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다.

빠른 준비를 위해 한 발 앞서 임원 인사를 단행한 그룹도 있는가 하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그룹도 있다. 그만큼 재계에서 연말 임원 인사는 같은 배를 타야 할 우수한 선원을 뽑아야 한다는 점에서 ‘경영 전략’에서 0순위로 꼽힌다.

특히 올해는 오너 3·4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대응이 중요해진 만큼 임원 인사에도 ‘젊은’, ‘세대교체’, ‘성과중심’ 등 키워드가 그 어느 때보다 뇌리에 각인되고 있다.

과연 10대 그룹의 오너들은 2020년 어떤 경영 전략을 머릿속에 담았을까. <뉴스락>이 연말인사를 통해 짚어봤다. 

[뉴스락 특별기획|10대 그룹은 변신 중 ㊤] '삼성∙현대차∙SK∙LG∙롯데’ 세대교체 통한 색다른 혁신 바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 뉴스락 DB.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 뉴스락 DB.

◆ 한화, 김승연 장남 김동관 체제 ‘돛’ 올려…신규 임원 평균 48세

한화그룹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 김동관 부사장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앞서 27일 한화는 내년 1월 1일부터 ㈜한화 전략부문을 신설하고 김동관 부사장을 부문장에 올린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의 지주사 한화 전략부문은 한화 화약·방산과 무역, 기계 등 주요 사업의 미래 전략방향을 설정하고 투자계획 등 중장기 전략을 수립한다.

또, 한화는 앞서 12월 2일 단행한 연말 임원인사를 통해 당시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한편, 한화큐셀과 모회사인 한화케미칼을 합병해 내년 1월 출범하는 한화솔루션의 전략부문장을 겸직시켰다.

합병으로 신설되는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에너지의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 등 소재 사업부터 태양광 패널 제작과 판매 등 태양광 사업까지 조직을 단일화해 운용한다.

때문에 그룹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화학산업 총 책임자로 김 부사장을 내정, 3세 경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27일 추가 인사로 김 부사장이 한화 전략부문장까지 겸하면서 이러한 분석은 더욱 힘을 얻게 됐다.

대표이사단은 성과주의에 입각해 이미 지난 9월 한 발 빠르게 발표된 바 있다.

한화시스템의 경우 ㈜한화 기계부문·한화정밀기계·한화테크윈 대표이사인 김연철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신임 대표이사로, ㈜한화의 기계부문은 현재 한화 화약방산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옥경석 사장이 겸직한다.

또, 안순홍 한화테크윈 영업마케팅실장을 전무 승진과 동시에 대표이사로, 한화케미칼은 김창범 부회장의 후임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사업총괄역을 맡아온 이구영 사업총괄역(부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발령했다.

이외에도 한화정밀기계(이기남 전무→대표이사),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첨단소재부문(류두형 한화에너지 대표이사 부사장 내정), 한화에너지(정인섭 부사장 신임 내정) 등에서 대표이사단 인사가 이뤄졌다.

지난 2일 단행된 연말 임원인사에선 1970년대생 신규 임원의 전진 배치와 여성 임원의 약진이 키워드로 꼽혔다. 신임 상무보 74명 중 42명이 1970년대생이다. 신규 임원 평균 연령은 48세로 예년보다 2~3년 더 젊어졌다.

서비스 부문에서 신규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1978년생인 김은희 한화갤러리아 경영기획팀장과 최난주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팀장은 입사 17년 만에 상무보로 승진했다.

한화그룹은 창립 64주년이었던 지난 2016년부터 ‘젊은 한화’를 선언하고 성과주의에 입각한 젊은 인재를 적극 기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젊은 한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화그룹이 40대 오너 3세 김동관 부사장 체제 본격화를 통해, 좀 더 유기적인 소통으로 공격적인 사업추진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태수 GS그룹 신임 회장. 사진 뉴스락 DB.
허태수 GS그룹 신임 회장. 사진 뉴스락 DB.

◆ 허창수 물러난 GS, 오너 3·4세가 맡는다…“사장단 평균 57세”

GS그룹은 지난 3일 임원인사를 통해 오너 3,4세 경영 본격화와 젊은 인재 등용에 나섰다.

먼저 2004년 LG에서 독립한 GS를 15년간 맡아온 허창수 회장이 임기 2년을 남겨놓고 그룹 회장직과 그룹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았다. GS건설 회장직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은 유지한다.

허 회장은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용퇴를 결정했다.

허 회장의 뒤는 허 회장의 막내(넷째)동생인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맡았다. 동시에 허 회장의 사촌 허연수 GS리테일 사장과, GS건설을 오랜 기간 맡아온 임병용 GS건설 사장을 각각 부회장직에 승진시켰다.

GS건설 신사업추진실장을 맡아온 허 회장의 아들 허윤홍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신사업부문 대표를 맡게 되면서, 오너 4세 경영이 본격화됐다.

GS그룹의 CFO를 맡고 있는 홍순기 사장이 GS그룹 대표이사를 맡고, GS글로벌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태형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다.

또, GS홈쇼핑 영업총괄을 담당하던 김호성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GS홈쇼핑 대표이사를 맡을 예정이며, GS파워 대표이사 조효제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고, GS 경영지원팀장인 김석환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GS의 CFO를 겸하게 된다.

GS는 이번에 부회장 승진 2명, 대표이사 신규선임 1명, 사장 승진 5명, 부사장 승진 2명, 전무 승진 10명, 전무 외부영입 2명, 상무 신규선임 21명 등 총 45명의 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 후 사장단 평균연령은 57세로, 전년보다 무려 3세 가량 낮아졌다. GS그룹 측은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과 경영능력이 검증된 리더들을 사장으로 과감히 전진 배치해 미래 환경변화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했다”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디지털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하고 민첩한(Agile) 조직 구조를 갖추기 위해 글로벌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를 과감히 영입해 중용한 것이 이번 임원인사의 주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 사진 뉴스락 DB.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 사진 뉴스락 DB.

◆ 현대중공업, 권오갑 체제 출범…경영진 대부분 유임 ‘안정’ 모색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11월 19일, 한 발 빠른 인사를 통해 권오갑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업황 불황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권 회장은 1978년 현대중공업 플랜트영업부로 입사해 2010년 현대오일뱅크 초대 사장을 거쳐 2014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2016년 그룹 부회장을 맡은 뒤 3년 만에 회장직에 올랐다.

현대오일뱅크 사장 시절 영업이익 1300억원대 회사를 1조원대 규모로 성장시킨 점, 각종 사업재편과 지주사 체제 전환,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 굵직한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임원인사에선 김형관 전무, 남상훈 전무, 주원호 전무, 서유성 전무, 권오식 전무 등 5명이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성현철 상무 등 15명이 전무로, 류홍렬 상무보 등 19명이 상무로 각각 승진했다. 또, 조성헌 부장 등 35명이 상무보로 신규 선임됐다.

11월 정기 인사 당시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는 없었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경영진 대부분을 유임해 ‘안정’을 택했다.

그러나 현대일렉트릭의 실적 부진이 심각해지자 한 달 뒤인 지난 26일, 조석 전 한국수자원자력 사장을 현대일렉트릭 사장으로 선임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사장급 인사를 외부 영입한 것은 최초인 만큼 조 사장에게 주어진 책임감 또한 막중하다.

현대일렉트릭은 앞서 유상증자, 자산매각, 전 임원 일괄사직, 희망퇴직 등을 실시했으나 뚜렷한 경영 실적 개선을 이뤄내지 못했다. 현대일렉트릭의 올 3·4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11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손실 1036억원보다 적자폭이 증가했다. 정명림 전 사장이 부진한 실적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임했고, 그룹 입장에서 빈자리를 오래 둘 수 없었다.

그룹 측은 조 사장이 평생을 에너지 관련 분야에 재직했기 때문이라고 선임 사유를 밝혔다. 조 사장은 지식경제부에서 산업경제·에너지 정책관, 성장동력실장·원전사업기획단장을 거쳤으며 2011년에는 제2차관에 올랐다. 이후 2013년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직을 지냈다.

대부분 인사에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현대중공업그룹은 미중 무역분쟁 등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내년에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술과 품질 경쟁력 제고에 총력을 다해 내실을 다지는 한편, 내년 최대 과제인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 뉴스락 DB.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 뉴스락 DB.

◆ 신세계, 실적 ‘쓴 맛’ 이마트 대폭 인사…백화점은 맞트레이드·조직개편

통상 12월 초에 임원인사를 실시했던 신세계그룹은 실적 하락의 쓴 맛을 본 이마트부문 인사를 지난 10월 21일 실시했다. 백화점부문 및 전략실 인사는 예년과 비슷하게 지난 1일 단행됐다.

이마트는 지난 2분기 영업손실 299억원으로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급성장한 이커머스에 고객을 뺏기고 온라인과 가격 경쟁에서 패배한 것이 주 요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급변하는 유통 채널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했다. 이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마트 수장에 첫 외부 인사를 끌어들이는 초강수를 뒀다.

이마트를 새로 이끌게 된 강희석 신임 이마트 사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1994년 농림수산부 식량정책과를 거쳐 2005년 베인앤컴퍼니에 입사, 2014년 베인앤컴퍼니 소비재 유통부문 파트너를 역임한 바 있다.

지난해부터 적자를 기록해온 신세계조선호텔 대표이사에는 전략실 관리총괄 한채양 부사장이 선임됐으며, 신세계아이앤씨 손정현 상무는 부사장보로 승진했다.

조직 측면에선 전문성 및 핵심 경쟁력 강화에 주안점을 두고, 각 사별 조직개편에 나섰다.

이마트는 상품 전문성 강화를 위해 기존 상품본부를 그로서리 본부와 비식품 본부로 이원화하고, 신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선식품담당 역시 신선1담당과 신선2담당으로 재편했다.

현장 영업력 극대화를 위해 고객서비스본부를 판매본부로 변경해 조직의 역할을 구체화하는 한편, 효율적인 업무 추진을 위해 4개의 판매담당을 신설했다. 소싱 사업 확장을 위해 해외소싱담당 기능을 트레이더스 본부와 통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운영담당을 신설해 서울과 부산 호텔 등 개별 사업장을 통합 운영한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개발물류담당을 신설하고, SSG닷컴은 상품과 플랫폼 조직을 보강, 전문성을 강화했다.

한편, 두 달 뒤인 12월 실시된 백화점부문 인사에서도 신세계그룹은 미래 준비 강화와 성장 전략 추진에 초점을 맞추고, 성과·능력주의 인사를 단행했다.

먼저 신세계인터내셔날 차정호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하며 신세계 차기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기존 신세계 장재영 대표이사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두 대표가 맞트레이드 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국내 패션부문을 신설하고 부문 대표이사에 신세계 상품본부장 손문국 부사장보를 선임했다.

또, 신세계그룹은 임원 직제를 개편해 기존 부사장보를 전무로 변경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식품생활 담당을 식품, 생활아동 2가지로 분리했다. 또 패션 자주 담당과 브랜드 전략을 통합했다. 신규 프로젝트 강화를 위해 인테리어 담당 등을 신설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 뉴스락 DB.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 뉴스락 DB.

◆ CJ, 임원인사 막차 타…임원 평균 47→45세, 장남 이선호 승진 제외

당초 올해 임원인사가 미뤄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던 CJ그룹은 30일 임원인사 실시로 막차를 탔다.

먼저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겸 식품사업부문 대표에 강신호 총괄부사장을 내정했다. 강 신임 대표이사는 지난해부터 ‘비비고’ 브랜드의 국내외 확산에 기여한 바 있다. 전임 대표이사 신현재 사장은 CJ기술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R&D 경쟁력 강화와 인재발굴에 힘쓰기로 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이사 겸 그룹 CDO(Chief Digital Officer)에는 차인혁 부사장을 내정했다. 차 신임 대표이사는 SK텔레콤 IoT사업부문장과 DT(디지털 트랜스포매이션) 추진단장 등을 지내고 지난 9월 CJ그룹에 영입됐다. 오랜 기간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그룹 전반의 DT전략 및 IT 신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CJ올리브영 구창근 대표와 스튜디오드래곤 최진희 대표, CJ대한통운 윤도선 SCM부문장을 각각 부사장대우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총 58명에 대한 승진 인사도 단행했다. 예년의 70~80명에 비해 적은 수치다.

특히 최진희 대표는 ‘호텔델루나’, ‘아스달 연대기’ 등 콘텐츠 성공을 공로로 인정받았는데, CJ 여성임원 중 내부승진으로 부사장까지 오른 사례는 최 대표가 처음이다.

신임 임원은 19명으로 지난해 35명 대비 감소했지만, 이중 여성 임원이 4명으로 전체의 21%를 차지해 CJ그룹 내 처음으로 여성 임원 비중 20%를 넘겼다. 임원 전체 평균연령은 45.3세로 지난해 47세보다 줄었다.

정기 임원인사와 함께 CJ는 지주사 조직개편을 단행, 기존 실을 폐지하고 팀제로 전환하는 등 의사결정구조를 단순화하기도 했다.

한편, 오너 일가 중에선 이재현 CJ 회장의 사위이자 이경후 CJ ENM 상무의 남편인 정종환 CJ 상무가 부사장대우로 승진하며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승진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변종 대마 흡입 혐의로 지난 10월 1심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영향이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장자승계의 원칙’은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 9일 자신이 보유한 CJ 주식 184만주를 장녀 이경후 상무와 이선호 부장에게 각각 92만씩 증여하기로 했다. 신형우선주는 10년 후인 2029년 보통주로 전환된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경영승계가 직급이 아닌 지분에 더 무게를 두는 만큼, 이선호 부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이 회장의 경영승계 작업이 다시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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