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지난해 생명보험사들의 상황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저금리 기조와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대부분 생명보험사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걸었다.

올해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확대 가능성이 커지며 내수경기 침체로 인한 신규가입자 감소, 대면 보험영업 기피 등 추가적인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 까닭이다.

이 밖에도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의 가능성도 존재하고 있어 생보사들은 수익성 개선 문제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에 <뉴스락>은 지난해 주요 생명보험사들의 실적을 짚어보고 경자년 올한해 '꽃길' 을 걷기 위한 경영 전략을 짚어본다.

왼쪽부터 전영묵 삼성대표 사장,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왼쪽부터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생명보험사, 시장금리 하락에 실적 부진 ‘직격탄’…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도 있어

지난해 생명보험사들은 실적 부진을 맞이하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는 저금리·저성장 등이 꼽힌다.

특히, 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 생보사들은 시장금리 하락으로 인해 변액보증준비금의 규모가 증가하며 순이익이 감소했다.

변액보증준비금은 변액상품의 최저사망보험금 또는 최저연금적립금 등을 최저보증하기 위한 준비금이며 주가·금리 등이 하락하면 적립 규모가 커지게 돼 보험사의 순이익이 줄어든다.

문제는 올해 사정도 녹록치 않다는 데 있다. 

생보사들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내수 침체 영향으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도 생기며 이어지는 악재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삼성생명(사장 전영묵)은 당기순이익이 감소하며 지난해 실적이 다소 부진했다.

삼성생명 연간 실적발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9770억원으로 기록해 전년 대비 19.2%(삼성전자 지분 매각이익 7900억원 및 삼성증권, 삼성카드 지분 손상차손 3360억원 제외) 감소했다.

특히, 변액보증손익 부문이 악화되며 전년 대비 2300억원 손실을 기록해 실적 악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삼성생명은 신계약가치 전년 대비 23.6% 증가한 1조3600억원을 달성하며 신계약 실적 부문 양호한 성적을 거뒀지만, 당기순이익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신계약가치는 미래에 예상되는 세후이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나타낸 것으로 판매한 보험의 현재가치를 미래의 손익을 고려해 환산한 수치다.

삼성생명은 △신계약 내 보장성 비중이 66%에서 74%로 확대 △보장성 내 건강 비중이 33%에서 49%로 확대 등 ‘고마진 상품 비중 증가’ 등을 신계약가치 성장의 요인으로 꼽았다.

한화생명(사장 여승주)은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변액보증준비금 적립 등이 당기순이익 감소에 가장 큰 타격을 줬다.

한화생명 연간 실적발표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150억원으로 전년 대비 68.1% 감소했다. 운용자산이익률 또한 전년 대비 25bp 하락한 3.45%를 기록하며 감소했다.

전체 수입보험료는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다만 일반계정 수입보험료는 보장성 수입보험료 증가로 전년 대비 2.5% 상승했다.

한화생명 또한 적극적인 신계약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신계약 APE(연납화보험료)는 전년 대비 8.1% 상승했으며 신계약가치 수익성은 39%를 기록했다. 기타 보장성 APE는 전년 대비 93.4% 상승했다.

교보생명(회장 신창재)의 지난해 종합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3분기 기준으로 실적이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교보생명은 3분기 당기순이익 6073억원을 기록해 5142억원을 기록한 전년보다 931억원 증가했다.

교보생명 측은 “전년 동기 대비 보험료 수익 증가, 금융자산 평가 및 처분이익 증가 등이 당기순이익 증가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성비율 부문을 보면 영업이익률이 당기순이익 증가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0.12p 증가했으며 운용자산이익률은 환파생손익의 증가로 운용자산이익률 전년 동기 대비 0.21%p 증가했다.

다만, 자기자본수익률은 0.13%p 감소했는데 교보생명 측은 “당기순이익 증가 대비 자본 증가가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뉴스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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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예정이율’ 줄줄이 인하 계획…보험가입자 보험료 5%~10% 상승 전망

저금리 장기화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생명보험회사들이 삼성생명을 시작으로 줄줄이 예정이율을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오는 4월부터 예정이율을 0.25%p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정이율은 보험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가지고 보험금 지급 때까지의 운용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예상수익률을 뜻한다. 예정이율이 0.25%p 낮아지면서 보험료는 5~10% 높아지게 될 전망이다.

보험사가 예정이율을 인하할 경우 보험가입자는 같은 보험금을 받더라도 내야 할 보험료가 늘어난다.

삼성생명이 예정이율을 내리기로 하면서 한화·교보·NH농협생명 등 나머지 생보사들도 예정이율을 내리는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확산 악재…‘엎친 데 덮친 격’

생보사들은 최근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8일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000명을 넘어섰다. 이에 정부는 지난 23일 코로나19 대응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시켰다.

생보사들은 코로나19가 확대되며 지난해 부진했던 실적에 추가적인 악재를 맞이하게 됐다. 보험설계사의 ‘대면영업’이 중요한 보험영업에 고객들이 만남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최근 생보사들은 보험설계사들한테 고객과의 만남을 자제하라고 권고하는 등 비대면채널 보험영업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대면채널 영업의 의존도가 높은 생보사 영업 특성상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2019년 11월 기준 대면채널 영업을 통해 얻은 생보사의 초회보험료가 전체 초회보험료의 98%에 달했다.

또한, 보통 생보사들은 4월 상품개정을 앞두고 3월 절판마케팅을 통해 신규계약 유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기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그 효과를 보기 힘들게 됐다.

◆ "생보사들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해야 산다"

올해 대다수 생보사 CEO들은 공통적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외치고 있다.

저성장·저금리 등 악화된 경영환경과 여러 가지 악재 등으로 실적 악화를 맞이하며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각 사 수장들의 신년사 및 경영전략회의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은 지난달 21일 현성철 사장에 이어 새로운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됐다. 전 사장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이 결정될 예정이다.

전 사장은 올해 전략펀드, 해외 자산운용사 및 보험사 지분투자 등으로 신성장 동력 발굴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 연간 실적발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올해 주요 전략 방향으로 △안정적 손익기반 확보 △신성장 동력 발굴 △디지털 혁신 등을 내세웠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전 신임 사장이 올해로 창립 63주년을 맞는 삼성생명의 혁신을 가속화하며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전임 현성철 사장은 지난달 신년사에서 “올해 위기 극복을 넘어 도전과 혁신으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견실한 손익기반 확보 △질과 효율 중심의 영업문화 △고객 만족과 상품·채널 혁신 △신사업 발굴 및 신시장 개척 △법과 원칙 준수 등 5가지 경영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지난달 10일 교보생명 연수원에서 열린 ‘2020년 경영전략회의’를에서 올해 경영 방침을 ‘생존을 넘어 디지털 교보로 가자’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고객가치 중심의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디지털시대에서 결국 변화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 니즈에 기반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해 고객 만족을 달성하는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며 “우수한 상품과 서비스를 발 빠르게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에게 ‘타사보다 더 큰 만족을 주는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디지털을 활용한 보험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고객가치을 창출할 수 있도록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사용자 중심의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한편, 디지털 신기술을 적용해 업무 프로세스도 고객 중심으로 효율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은 ‘Break the Frame’을 강조하며 2020년 새로운 슬로건 ‘Make New Frames, Go to the No.1’을 선포했다.

여 사장은 “지속되는 초저금리, 신제도 도입 및 정부 규제 등의 어려운 보험환경 속에서 최고 수준의 상품 및 판매채널 경쟁력과 미래성장 동력 확보로 고객에게 믿음과 행복을 주는 No.1 기업으로 도약하는 2020년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내실 위주의 경영전략 지속추진으로 질적 성장 추구를 올해 경영전략으로 삼았다.

한화생명 연간 실적발표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비용 효율화를 통한 사업비율 관리 △신계약 가치 중심의 성장 추구 △클레임 관리 등으로 손해율 안정화 △장기채 매입을 통한 ALM관리 △안정적인 자본 적정성 지속 등의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한화생명은 “중장기적으로 탄력적인 주주환원정책 확대를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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