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애경그룹과 HDC현대산업개발의 항공사 인수에 대한 업계 시선이 뜨거워지고 있다.
11일 코로나19 확산세가 미국 증시 폭락 등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가운데, 애경그룹(총괄 부회장 채형석) 자회사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확정 지었고, HDC그룹(회장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그룹은 항공사 인수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있음에도 한·일 무역분쟁과 코로나19 등 악재가 여행객 감소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및 한국항공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한달간 한국을 오간 국제선 이용한 여객수는 395만 7506명으로 전년동월 741만 2944명 대비 47%가량 줄었다.
또, 당분간 한일 양국을 오가기 위해선 별도의 비자를 발급 받아야 입국이 가능한 상황에 아시아를 비롯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항공업계는 사실상 ‘셧다운’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촉발된 항공업계 위기 상황을 IMF 혹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비교 하기도 한다.
때문에 애경과 HDC 두 그룹의 '항공사 인수' 에 대한 시각은 온도차를 보인다.
◆ 애경, 이스타항공 인수액 695억→545억 확정해 자금확보 순항···막힌 하늘길엔 ‘울상’
애경그룹의 자회사 제주항공이 지난 2일 ‘이스타항공’을 총 545억 14만 7920원에 지분 51.17%(497만 1000주)를 매입하기로 하면서 이스타항공 인수를 최종 확정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인수양해각서(MOU)를 체결했던 인수가액 695억원보다 150억원 저렴한 수준으로, 애경그룹 입장에선 득을 본 셈이다.
여기에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신디케이트론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자금 상황에도 활로가 뚫린 모습이다.
신디케이트론은 최소 2개 이상의 은행이 차관단 또는 은행단을 구성해 일정 금액을 융자해 주는 중장기 대출이다.
제주항공은 이번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가격경쟁력 강화는 물론 노선활용 유연성 등을 확보해 운영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를 LCC(저비용항공사) 공급 과잉에 의한 실적악화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조조정 신호탄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다만, 당장은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서 150억원 이상 득을 보긴 했지만 전망이 마냥 밝기만 한 상황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막힌 하늘길이 지속될 경우 ‘승자의 저주’ 등 우려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코로나19의 백신 개발이 최소 1년 이상 소요 될 전망을 내놓고 있고 당장 올 여름에 코로나가 잠잠해 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한·일 무역분쟁 등 국내외 외교 상황도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여파로 제주항공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조 3840억원, 영업손실 329억원, 당기순손실 34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 영업이익 54억원 대비 400억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2018년 매출액 5663억원, 영업이익 53억원을 기록했고 2019년 적자 전망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전 직원들에 대한 임금지불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사실상 수년째 자본잠식 상태고 제주항공 또한 지난 2017년 이후 줄곧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외부여건이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제주항공 입장에선 코로나19와 한일무역갈등 등 외부 환경적 악재가 해소된 이후를 바라봐야만 하는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선 제주항공의 이번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해 슈퍼 LCC로서 구조조정 첫 시작이라는 점과 항공업계 최초 동종 사업자간 결합이기 때문에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일부 금융 전문가들은 단거리 노선의 경쟁강도 완화와 더불어 규모의 경제효과 등 긍정적인 평가 의견을 낸 바 있다.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는 임직원들에 보낸 메일을 통해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직원들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경영진도 충분히 알고 있다”라며 “다만 공급과잉의 구조적 문제를 안고있는 국내 항공업계가 조만간 재편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 HDC현산, 아시아나항공 2조원 자금조달 난항에 업계 전망도 '비관'···'승자의 저주'의 시작?
HDC현대산업개발은(이하 HDC현산) 제주항공에 비해 유독 분위기가 좋지 못하다.
HDC현산과 미래에센대우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총 2조 5000억원을 들여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을 맺었다.
HDC현산은 2조 101억원을 투자해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약 61.5%를 확보하고, 미래에셋대우는 4899억원을 투자해 15%가량의 지분을 매입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때문에 HDC현산은 지난 5~6일 아시아나항공 인수비용 마련을 위해 이틀간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 청약을 실시했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HDC현산은 당초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최종적으로 3207억원 규모(2196만 9110주, 청약률 105.47%)를 확보하게 됐다.
유상증자 참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던 것에 비하면 소기의 성과다. 하지만 지난 1월 말 산출한 발행가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코로나19가 확산세에 들어가면서 HDC현산의 보통주 신주 발행가 평가액 1만 8150원이 1만 4600원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40% 이상 폭락하면서 자금확보 규모도 당초 예상보다 800억원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벌써부터 '승자의 저주' 얘기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HDC현산은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외에 회사채 발생으로 3000억원을 추가 조달하는 한편, 보유현금 5000억원, 은행대출 8000억~1조원을 더해 아시아나항공 최종 인수를 이번 달 말까지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HDC현산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 아시아나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고 제주항공처럼 최종 인수가액 조정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1400% 가까이 상승하면서 재무건전성도 최악이다.
이는 올해 7000억의 적자가 예상되는 이스타항공 400%대 부채비율 대비 3배 이상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2018년 매출액은 6조 2012억원, 당기순손실 962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매출액은 5조 9553억원, 당기순손실은 672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손실 폭과 관련한 실적 전망은 기대 이상으로 암울하다.
또, 여타 항공사와 마찬가지로 아시아나항공 역시 임원들의 급여 33%를 일괄 차감했고, 사장 40%, 조직장들 급여 20% 또한 반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을 독려하고 있는 등 악재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혹여 외부 환경이 나아진다 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재무건전성 개선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일부 금융 전문가들은 HDC현산이 항공사업 진출 및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을 밝힌 시점부터 HDC현산이 주력하고 있는 주택, 부동산개발사업(디벨로퍼)과 아시아나항공의 시너지에 대해 지적하고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이와 관련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HDC그룹에 있어서 다시 오지 않을 터닝 포인트이기 때문에 차질 없이 마무리 해야 된다”라며 “2조원 이상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건전성을 개선한다면 부채비율을 300% 미만으로 떨어트릴 수 있고 기업가치 재고와 재무건정성도 확보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혀 인수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