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지난해 증권업계는 하반기로 갈수록 다소 힘이 빠지긴 했지만, IB(투자은행) 부문 약진에 힘입어 대부분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다만, 실적호조와 함께 악재도 함께 찾아왔다.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증권가를 휩쓸었다.

금융당국은 DLF·라임 사태에 대한 현재 제재 절차를 진행 중에 있으며, 이는 곧 증권업계 경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지난해 대부분 호실적을 달성한 증권사들이 올해 악재들을 이겨내고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락>에서는 지난해 주요 증권사들의 실적을 돌아보고 올해 경영 전망을 짚어본다.

(왼쪽부터)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조웅기 미래에셋대우 부회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사진 각 사, 배경 픽사베이 제공 [뉴스락]
(왼쪽부터)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조웅기 미래에셋대우 부회장. 사진 각 사, 픽사베이 제공 [뉴스락]

◆ 주요 증권사들, 지난해 IB부문 힘입어 최대 실적 달성

지난해 주요 증권사들은 투자은행(IB) 부문과 자산운용(트레이딩, Trading) 부문을 중심으로 괄목할만한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이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대표들이 연임을 사실상 확정했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 은행·증권가를 휩쓴 라임 사태 영향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IB부문 영업활동 위축 등 불안 요소가 남아있어 현재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모양새다.

한국투자증권(사장 정일문)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한국투자증권 2019년 잠정실적 공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7099억을 기록해 4993억원을 기록한 전년 대비 42.2% 증가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10조2200억원, 8653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대비 27.2%, 34.3% 증가했다. 자기자본 또한 5조4585억원으로 1년 만에 1조원 이상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대내외 악재로 인한 증시 부진 속에서도 다변화한 수익구조와 사업 부문 간 시너지 증진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특히, IB부문과 트레이딩 부문 수익이 증가하면서 실적 성장을 이끌었고 자기자본이익률(ROE) 또한 14.3%로 견고한 수익성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사장 정영채)도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최대 실적 달성에는 IB부문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NH농협금융이 발표한 2019 경영실적 현황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4764억원을 기록해 2018년 3615억원에 비해 31.8% 증가했다.

NH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은 NH농협금융 전체 당기순이익의 11.7%를 차지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1조5035억원, 5753억원을 기록했다.

총자산이익률(ROA)은 0.9%를 기록해 전년 대비 0.15%p 상승했으며, ROE 또한 9.13%를 기록해 전년 대비 1.79%p 상승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WM부문은 과정가치 중심의 평가방식 도입으로 장기 고객 기반을 확보했으며, IB부문은 압도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상 최대 수익을 기록했다”며 “트레이딩 부문은 국내외 주식채권 시장 변동에도 불구하고 운용 관련 수익이 전년 대비 55.2% 성장하며 실적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NH농협금융그룹과 시너지 및 압도적인 IB경쟁력을 바탕으로 업계를 선도할 계획”이라며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수석부회장 최현만·부회장 조웅기) 또한 실적부문에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특히, 트레이딩·IB 부문 수익비중이 각각 전체의 33.6%, 21.5%를 차지하며 실적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래에셋대우 2019년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6590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연간 순이익을 기록했다.

미래에셋대우의 IB부문은 인수주선 및 프로젝트 파이낸싱(PF)·자문 수수료수익 증가로 전체 수익이 13.9% 확대되며, 7분기 연속 수익 비중 20% 이상을 유지했다.

트레이딩 부문은 채권운용 성과, 배당금·분배금 수익 증가 등으로 전체 수익이 116.5% 확대되며 4분기 연속 수익 비중 30% 이상을 유지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해외 비즈니스와 IB 수익 증대 등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자기자본 10조원을 달성하는 등 글로벌 톱티어로 도약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라임 사태, 증권사 사업위험에 부정적 요인 작용 전망

지난해 은행·증권가의 화두는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과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였다.

특히, 라임 사태 관련해 아직은 수사당국이 TRS 계약 관련 회사들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 검찰이 대신증권·KB증권·우리은행 등을 압수수색하며 판매사들에 대한 수사 확대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라임 펀드 사태 후폭풍이 거세지며 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의 자산관리(WM)부문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기필, 김성진,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라임자산운용 사태는 국내 증권업, 특히 IB·자산관리 부문에 대한 강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대형 증권사의 사업위험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며,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금액 규모에 따라 일부 증권사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라임자산운용 관련 연간창출이익 규모 대비 배상금액 규모가 크고, 검찰조사 결과에 따라 평판 저하 등 사업기반 약화가 발생하는 증권사에 대해서는 모니터링 후 신용등급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코로나19 확산, 증권사 IB부문 타격 가능성↑

증권업계도 지난 2월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 악재를 피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영업이 위축되면서 지난해 증권사들의 실적호조를 견인한 IB 부문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 까닭이다.

특히, IB 중 한 분야인 기업공개(IPO) 부문에서 실적 하락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IPO 추진 기업들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IPO 일정을 취소·연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일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던 메타넷엠플랫폼과 센코어테크는 공모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IB딜소싱의 경우 COVID-19 영향으로 미팅 및 실사 등이 지연되는 상황”이라며 “규제로 인해 적극적인 투자가 쉽지 않은 가운데 바이러스 전파로 운신의 폭이 더욱 좁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 디지털 역량·해외 경쟁력 강화에 총력

주요 증권사들의 수장들은 올해 경영 방향으로 디지털 역량과 해외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특히,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미래를 대비해 고객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변화와 증권사들만의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는 각 사의 올해 경영 전략 발표와 신년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디지털 경쟁력과 해외사업에 중점적으로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이 발표한 2020 중점 전략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경영 전략으로 △지속 성장 가능한 시스템 구축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신규 수익원 창출 △디지털 혁신 기반 비즈니스 확장 △건전한 기업문화 정착 등을 내세웠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디지털 사업을 본격화하고 성공적인 해외시장 안착을 통해 새로운 10년을 위한 초석과 기틀을 단단히 다져나갈 계획”이라며 “국내 자본시장 대표증권사를 넘어 아시아 최고의 금융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도전과 변화를 계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신년사에서 “새로운 10년을 향한 시작에 나서야 할 때”라며 지속 성장 가능한 시스템 구축, 미래 변화 대비, 건전한 기업문화 정착 등을 강조했다.

특히, 정 사장은 지속 성장 가능한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리테일은 상품 중심의 AM 질적 성장과 금융센터 중심인 법인 커버리지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새로운 성과보상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홀세일은 시장보다 한 걸음 더 빨리 변화해 선제적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선택과 집중을 통한 성장 분야 강화 및 영업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IB·PF 부문에서 경쟁 심화·규제를 넘을 수 있는 강력한 영업 네트워크 구축과 운용부문 전문성 업그레이드, 본사관리는 기초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NH투자증권의 올해 경영 전략 키워드는 지난해에서 이어지는 ‘고객가치’와 ‘디지털 경쟁력 강화’인 것으로 보인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신년사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성장의 방식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하는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고 고객들과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채널에 대해서도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고객은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원하는 범위와 수준의 서비스를 경제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디지털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누구보다도 그것을 잘하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한, 정 사장은 “거래를 일으키려고 노력하는 브로커가 아닌 고객이 신뢰하고 먼저 찾는 어드바이저가 돼 고객과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려면, 고객의 목적에 맞춰 제안할 수 있는 적합한 상품과 솔루션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는 ‘글로벌 톱 티어 투자은행 진입’을 위한 글로벌 비즈니스 강화 등을 올해 경영 방향의 중점으로 삼았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우리는 아시아 톱 티어 증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며 “이제 아시아를 뛰어넘어 글로벌 톱 티어 IB로 나아가고자 한다. 2020년은 그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수석부회장은 “미래에셋은 장기적으로 고객과 함께하며, 고객의 자산을 증대하기 위해 존재한다”며 △하이 퀄리티(High Quality) △하이 테크놀로지(High Technology) △하이 터치(High Touch) 등 세 가지 관점을 견지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세 가지 관점과 함께 △글로벌·투자 비즈니스 강화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 강화 △융합혁신과 사회적 책임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글로벌 비즈니스 강화와 관련 최 부회장은 “우리의 글로벌화는 단순히 네트워크의 확장이 아닌 밸런스를 맞추는 일”이라며 “미래에셋대우에게 글로벌은 고객은 물론 회사와 국가를 위해서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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