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창원 본사에 설치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최종조립 작업 모습. 사진 두산중공업 제공 [뉴스락]
두산중공업 창원 본사에 설치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최종조립 작업 모습. 사진 두산중공업 제공 [뉴스락]

[뉴스락] 상장폐지 수순의 두산건설을 품었던 두산중공업이 결국 휴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연인 두산중공업 사장은 지난 10일 두산중공업 노동조합에게 보내는 노사협의 요청서를 통해 “고정비 절감을 위한 긴급조치로 근로기준법 제46조 및 단체협약 제37조에 근거해 경영상 사유에 의한 휴업을 실시코자 한다”고 전했다.

이는 앞서 두산중공업이 지난 2월 20일부터 3월 4일까지 실시한 명예퇴직에 이은 또 한 번의 구조조정이다.

휴업의 주된 원인은 탈원전 정책에 따른 원전 수주물량 증발, 석탄화력 프로젝트 취소 등으로 인해 조단위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면서 신용등급 마저 하락했기 때문이다.

정연인 사장은 요청서에서 “글로벌 발전시장 침체와 외부환경 변화로 인해 경영실적이 여러 해 동안 꾸준히 악화돼 왔으며, 최근 3년간 지속된 수주물량 감소로 올해 창원공장 전체가 저부하인 상황에서 내년 부하율 역시 심각하게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특히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됐던 원자력 및 석탄화력 프로젝트 취소로 약 10조원 규모 수주물량이 증발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이어 “2012년 고점 대비 매출은 50% 아래로, 영업이익은 17% 수준에 불과한데, 최근 5년간 당기순손실이 1조원을 넘기면서 영업활동만으론 금융비용도 내기 어렵다”며 “설상가상 신용등급까지 하락해 부채상환 압박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고 덧붙였다.

두산중공업은 일부 유휴인력을 대상으로 다음 달부터 일정기간 휴업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휴업은 휴직과 달리 직원이 아닌 사업자의 의지에 따라 결정하는 것으로, 해당 직원에게 급여의 70% 이상을 제공해야 한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요청서를 노조에 보낸 상태고 잘 대화를 해봐야 한다”면서 “그동안 글로벌 에너지 시장 추세에 맞춘 사업 다각화(가스터빈 국산화, 풍력, 수소 등), 신기술 개발 등 자구노력을 펼쳐왔는데, 이번 비상경영조치 이후 경영정상화가 이뤄져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연인 두산중공업 운영총괄 사장(COO). 사진 두산중공업 제공 [뉴스락]
정연인 두산중공업 운영총괄 사장(COO). 사진 두산중공업 제공 [뉴스락]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산업 등 신에너지를 먹거리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속에서, 두산중공업이 뚜렷한 생존 먹거리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게다가 수년 동안 지원해온 두산건설이 상장폐지돼 자회사로 완전 편입되는 등 재무적 악영향이 두산중공업에까지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두산건설은 지난해 12월, 최대주주 두산중공업에게 주식 전량을 넘기면서 완전자회사로 편입, 23년 만에 상장폐지 수순에 돌입했다. 오는 3월말 상장폐지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건설경기 침체로 경영난에 빠진 두산건설에게 2013년부터 유상증자 및 현물출자 등 방식으로 총 1조5000억여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해왔다. 지난해 5월에도 양사 동시 유상증자를 통해 총 9483억원을 조달했다.

하지만 기업 규모를 줄여 가까스로 적자를 탈출했음에도 두산건설의 고질적인 자금난은 해소되지 않았고, 오히려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이 ‘BBB+/하향검토’에서 ‘BBB/부정적’으로 떨어지는 등 역으로 악영향을 끼쳤다.

이번 두산중공업의 비상경영조치로 인해 두산건설로의 지원은 더 이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 관계자 역시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눈앞에 닥친 당사의 재무적 문제를 해소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두산건설에 대한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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