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정몽구(MK) 현대차그룹 회장이 22년 만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으면서 본격적인 정의선 체제의 닻이 올랐다.

정의선 부회장은 2018년 9월 총괄수석부회장 승진 이후 디자인·품질경영,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으로의 변화 등을 이끌며 사실상 3세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점철되는 전 세계적 시대적 흐름 속에서 정 부회장의 이 같은 체질 개선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의 경영철학에서 탄생한 신차들이 줄줄이 잡음을 내고 있어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불안한 시선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이달 주총을 앞두고 재계 일각에선 완전한 정 부회장 체제의 현대차그룹이 아직까지 시기상조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타내고 있다.

아직은 아버지 정몽구 회장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정의선 부회장. 뉴스락DB
정의선 부회장. 뉴스락DB
◆ ‘디자인·품질경영’ 광폭 행보, 잇따른 신차 결함 논란…내수 신뢰 회복↓

MK의 ‘품질경영’ 이론을 배우며 자란 정 부회장은, 한 단계 진보한 ‘고객중심경영’을 강조해왔다.

단순히 품질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닌, 품질은 기본이요 고객이 원하는 것, 만족할 만한 것을 만들자는 의도였다.

이를 위해 정 부회장이 내세운 또다른 카드는 디자인이었다. 지난해에는 벤틀리 출신의 루크 동커볼케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담당 부사장과, GM·벤틀리 출신의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 전무, 폭스바겐 출신 사이먼 로스비 현대스타일링담당 상무, GM·BMW 출신 서주호 현대디자인이노베이션 상무 등 거물급 인사 카드를 모두 디자인 분야에 사용했다.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에는 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 알파 로메오·람보르기니 등에서 디자인 개발을 주도해온 필리포 페리니(Filippo Perini) 디자이너를 유럽제네시스선행디자인스튜디오 총책임자 상무로 영입하기도 했다.

잇따른 거물급 디자인 인사 영입의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현대차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대담하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철학 ‘센슈어스 스포티니스’ 등을 토대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했다.

제네시스 G90, 소나타 센슈어스로 불리는 DN8, 더 뉴 그랜저 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대형차로 분류된 최고급 세단 G90모델은 7000만원대로 시작하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전계약 6713대라는 성공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아울러 G90은 G70, G80에 이어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발표한 충돌 평가에서 가장 안전한 차량에 부여하는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에 선정되면서 품질경영 효과도 거두는 듯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앞서 출시된 차를 비롯해 앞으로 출시 예정인 차에서 연이어 문제가 지적되고 있어 정작 중요한 내수에서 다시 삐걱대는 모양새다.

(왼쪽 상단부터) 기아차 4세대 쏘렌토, 쏘나타 DN8, 제네시스 GV80, 신형 k5. 이들 차량은 출시 전후로 잡음을 발생시켰다. 사진 현대기아차 제공

지난해 3월 출시된 소나타 DN8(센슈어스)은 소음과 진동 등 문제로 출고가 2주가량 지연됐다.

사전 품질점검에서 시동을 걸 때 엔진에 열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냉간소음’이 지적된 것. 여기에 기존 소나타 모델에서 간간히 지적됐던 풍절음(주행 중 바람소리)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나타 DN8 모델은 출시 전 사전계약에서 1만2000대를 돌파했다. 이는 기존 모델 월평균 판매량의 2배로 많은 관심을 모았으나, 출시 전부터 소음 문제로 출고가 지연되면서 이미지 손상을 입었다.

소나타의 출고 지연 논란을 뒤로 하고, 중형 세단의 자존심을 찾기 위해 지난해 12월 출시된 기아차 3세대 신형 K5는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콜 조치를 받았다.

국토부는 지난달 28일, 신형 K5의 제동 장치(브레이크)와 전동식조향장치(MDPS), 뒷유리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리콜 조치했다.

기아차는 즉시 무상 수리를 실시했으나, 소나타 출고 지연 논란이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은데다가 소나타와 K5가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또 한 번 신뢰를 잃게 됐다.

K5와 함께 국토부는 현대차 제네시스의 대형 고급 SUV ‘GV80’에 대해서도 리콜 조치를 내렸다. 정지하면 시동이 꺼졌다 출발할 때 걸리는 ‘스톱앤고’ 소프트웨어에서 오류가 발견돼 변속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GV80은 제네시스에서 처음 내놓은 SUV모델로 미국, 유럽 등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개발됐다. 누적계약(2월 기준) 2만1000대를 넘기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앞서 환경부로부터 디젤 엔진의 배출가스 인증 문제로 출시가 한 차례 지연된 데 이어, 국토부에서도 리콜 조치를 내리면서 성급한 출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리콜 대상 차량은 현대차 직영 서비스센터 및 블루핸즈에서 무상 수리를 제공하고 있다.

기아차의 4세대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은 출시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21일 4세대 쏘렌토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사전계약을 실시한 기아차는 실시 하루 만에 중단을 선언했다. 원인은 친환경차 세제 혜택 미충족이었다.

1000~1600cc 미만 엔진 기준 친환경차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연비가 15.8km/ℓ를 넘어야 하는데, 해당 모델 연비가 15.3km/ℓ에 불과해 기준이 미달된 것이다.

사전계약 고객들은 해당 모델 기준 개별소비세 100만원, 교육세 30만원, 부가가치세 13만원(10%) 등 143만원의 혜택과 취득세 90여만원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전체 사전계약자(1만8941대) 중 하이브리드 모델 사전계약자는 64%(1만2012대).

설상가상으로 기아차가 업무 혼선으로 인해 산업통상자원부에 해당 모델의 친환경차 등록 신청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 보여주기·땜방식에만 집중.... '품질경영' 철학은 어디로? 

소비자 분노가 극에 달하자 기아차는 사전계약 중단 2주 만인 이달 6일 사과문을 통해 “친환경차 세제 혜택에 해당하는 금액을 당사가 부담하겠다”며 급한 불끄기에 나섰지만, 고육책이라는 비난과 함께 다수의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정 부회장 체제에서 현대차그룹은 미래 먹거리 사업 확장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이처럼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잡음이 발생하면서 그의 철학이 담긴 신차 출시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가 차츰 떨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약 2년 전 BMW 화재 논란 등 수입차가 잠시 주춤하던 시기에 현대차가 디자인 혁신을 통해 내수 수요 확보에 성공했지만 최근 잇따른 신차 결함 논란으로 다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총을 앞두고 주주들뿐만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완전한 정의선 체제에 대한 신뢰를 얻기 위해선 내수에 다시 집중해 안정적 경영을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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