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대내외적으로 커지는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해 건설업계는 지금 신종 먹거리 찾기에 혈안이다. 

주택사업을 주로 영위해오던 GS건설은 신성장 동력원으로 스마트팜, 2차전지에 이어 모듈러 사업 본격화를 위한 실내장식·욕실제품 제조 등을 최근 정관에 추가하며 인테리어 시장까지 진출할 태세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업계 도급순위 4위인 매머드급 건설사 GS건설이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작은 인테리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똑같이 불황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고려하지 않은 소위 '대기업 골목상권 진출과 같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높은 내부거래로 지적을 받은 계열사 자이S&D 등에 이어, 향후 인테리어 관련 자회사가 설립될 경우 유사 논란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왼쪽), 허윤홍 GS건설 사장(오른쪽). 뉴스락DB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왼쪽), 허윤홍 GS건설 사장. 뉴스락DB
◆ 신사업 ‘모듈러’ 가속, 인테리어까지 직접…“골목상권 잠식 우려”

지난해 건설업계는 내수에선 물량 감소 및 부동산 규제 강화 등으로, 해외에선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2018년 영업이익 1조원 돌파로 ‘1조 클럽’에 가입한 GS건설은 지난해 매출액 10조4165억원, 영업이익 767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매출액은 20.7%, 영업이익은 27.9% 감소했다.

반등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올해 역시 코로나19, 저유가 등 악영향이 이어져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2조5330억원, 영업이익은 9.4% 감소한 1733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택사업에 몰려있는 불안한 수익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GS건설이 택한 방법은 신사업 확장이었다.

지난해 스마트팜 사업 진출 의사를 밝힌 GS건설은 허창수 회장의 장남이자 ‘젊은 피’ 허윤홍 사장을 승진시켜 글로벌 주택건축 시장 공략에 나섰다.

허 사장은 이미 부사장 시절부터 추진해온 미국·유럽의 선진 모듈러 3사 인수를 지난해 마무리짓고 해외 모듈러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모듈러 공법은 골조·전기·배선·현관문 등 주요 구조물을 공장에서 미리 만든 뒤 이를 현장에 옮겨 레고처럼 조립하는 방식이다. 수준급의 건축기술을 갖고 있는 GS건설이 글로벌 업체를 필두로 선제적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GS건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실내장식·내장목공업 △조립식 욕실·욕실제품 제조·판매·보수 유지관리업의 신사업을 정관에 추가했다.

주택 구조물을 미리 제조하는 과정에서 인테리어까지 완성해주는 종합 모듈러 사업을 구상 중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이 같은 GS건설의 인테리어 사업 진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건설사인 GS건설이 시장 내에서도 규모가 작은 편인 인테리어 시장마저 잠식하려 하는 것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과도 같다”며 “물론 모듈러 공법 과정에서 인테리어까지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메리트이나, 수십 년간 공존해온 건설사-인테리어업체간 ‘상생’을 고려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샘, KCC 등 국내 대표 인테리어·건자재 업체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주택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2분기부터 고비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물며 중소 인테리어 업체가 겪는 경기 침체 영향의 체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대형건설사가 인테리어까지 직접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일자리 및 일감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 인테리어 사업 영위할 자회사 설립 가능성↑…내부거래 이슈 또?

아울러 이미 계열사 내부거래 논란으로 비판을 사고있는 GS건설이, 인테리어 사업을 영위할 회사를 설립하게 될 경우 또다시 같은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앞서 GS건설의 빌딩관리 계열사 ‘엔씨타스’는 GS그룹 계열 일감을 통해 덩치를 키웠다가 내부거래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엔씨타스 지분을 허윤홍 당시 부사장 등 오너 4세들이 100% 보유하고 있어 승계를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을 샀다.

결국 GS그룹은 2018년 4월 엔씨타스를 청산했다. 그러나 엔씨타스 사업부문의 상당 부분이 또다른 계열사 자이S&D로 양도되면서 ‘꼼수 청산’ 논란이 불거졌다.

자이S&D 역시 일감 몰아주기 이슈를 안고 있다. 업황 불황 대비 지난해 매출 2779억원(전년대비 31%↑), 영업이익 165억원(전년대비 12%↑)의 호조세를 기록한 자이S&D는 부동산 부가서비스(스마트홈 등), 부동산운영, 주택개발(중소주택브랜드 자이엘라) 등 GS건설과 연관된 사업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GS건설과의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매출의 38.4%를 차지했다. 2018년 44.1% 대비 감소했으나 거래금액 자체는 2018년 939억원에서 지난해 1067억원으로 상승했다.

현재 자이S&D는 GS건설이 61% 지분을 보유하며 최대주주에 있다. GS건설은 허창수 회장, 허윤홍 사장 등 오너 일가가 지분 25.59%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간접적인 지배를 하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입법 예고함에 따라 ‘총수일가 지분 20% 이상인 회사가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로까지 일감 몰아주기 적용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자이S&D가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이S&D도 이를 의식해 내부거래 의존도를 올해 안으로 25%대까지 줄이고, 내부거래 비중을 2년 내 15% 이하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GS건설 신사업인 인테리어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자회사가 또 신설되거나 인수를 통해 생겨날 경우, 자연스레 내부거래 이슈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일부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자회사 설립이 아닌 기존 계열사에 인테리어 업무를 맡기더라도 내부거래 이슈는 충분히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건설사 중 유일하게 인테리어 시장에 진출할 계획인 GS건설의 향후 행보에 따라 후발주자가 생길 수도 있다”면서 “이 같은 신사업 진출은 생존을 위한 당연한 경영전략일 수도 있지만, 골목상권 진출, 일감몰아주기 우려 등 업계에서 예상할 수 있는 리스크들을 GS건설이 선제적으로 대책마련을 해야만이 업계의 우려와 반발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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